(의사의 재량권)
업무상과실치사
1심 피고인 유죄, 2심 피고인 유죄, 대법원 파기환송, 2심 피고인 무죄
판결 요지
소아외과 의사가 5세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의 항암치료를 위해 쇄골하 정맥에 중심정맥도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우측 쇄골하 부위를 주사바늘로 10여 차례 찔러 환자가 우측 쇄골하 혈관 및 흉막 관통상에 기인한 외상성 혈흉으로 인한 순환혈액량 감소성 쇼크로 사망한 사안.
이에 대해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담당 소아외과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이 없다고 본 사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00대병원 소아외과 전문의이다.
피고인은 수술실에서 위 병원 소아과로부터 신장, 간, 비장 등으로의 전이가 의심되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피해자(여, 5세)을 상대로 계속적인 항암치료를 위하여 전신마취를 하고 카테터(catheter) 및 이에 연결된 케모포트(chemoport)를 피해자의 우측 쇄골하 중심정맥 및 우측 흉부에 삽입하는 수술을 했다.
피해자는 백혈병 환자로서 혈소판 수치가 지극히 낮아 수술을 위해서는 수혈을 통해 인위적으로 혈소판 수치를 끌어 올려야 하는 등 지혈이 어려운 상태였다.
그러므로 주사바늘을 사용해 피해자의 우측 쇄골하 중심정맥의 위치를 찾음에 있어서 수술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손상의 범위를 넘어 혈관이나 흉막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더욱 더 주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찾고자 하는 피해자의 우측 쇄골하 중심정맥이 계속 발견되지 아니할 경우 그만 두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주사바늘로 피해자의 우측 쇄골하 중심정맥을 찾는 과정에서 이를 정확히 찾지 못한 채 피해자의 우측 쇄골하 부위를 10여 차례에 걸쳐 지나치게 빈번하게 찌른 업무상 과실이 있다.
이로 인해 주사바늘로 피해자의 우측 쇄골하 혈관과 흉막을 관통, 혈흉을 발생시켜, 같은 날 10:45경 위 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공소외 2가 피해자를 상대로 흉강 삽관술 등 지혈 조치를 시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날 14:20경 위 병원 중앙수술실에서 심폐소생술을 받던 중 우측 쇄골하 혈관 및 흉막 관통상에 기인한 외상성 혈흉으로 인한 순환혈액량 감소성 쇼크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해자는 소아로서 이 사건 수술 직전까지만 해도 백혈병으로 인해 고열, 혈소판 수치 감소, 간수치의 이상증대, 폐혈증 증상, 자발적인 출혈 징후 등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수술 당시에도 비록 검사수치상으로는 이 사건 수술이 가능했을지는 몰라도 그와 같은 검사수치는 해열제와 혈소판 등의 지속적인 투여로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소판 수치가 정상인보다는 많이 낮은 상태인데다가, 백혈병으로 인해 간, 비장 등의 장기가 비대해져 중심정맥의 위치가 이동되었을 가능성마저 있었다.
그러므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위와 같은 상태를 감안해 보다 주의깊게 이 사건 수술에 임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수술 과정과 시간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채 수술의 필요성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다소 무리하게 수술을 시행하다가 혈관 및 흉막에 손상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환자의 상태와 특히, 혈액량감소증(hypovolemic shock)의 경우 출혈량과 함께 혈액이 얼마나 빨리 소실되는지가 매우 중요하고, 이는 환자의 빈혈 정도, 혈관의 해부학적 위치 등에 따라 개인차가 매우 심하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수술 후 피해자에게서 혈흉을 발견했다면 급속하고도 지속적인 출혈을 예상하고 그 즉시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경과를 지켜보다가 수술 완료 후 20분 이상 경과한 시점에야 흉부외과에 연락해 흉관삽입술을 시행케 했다.
그 결과 이미 피해자의 체내 전체 혈액량의 대략 11 내지 13%에 달하는 150 내지 200cc의 혈액이 유출되었는데, 이는 수술 종료 직후부터 흉부외과에 연락할 때까지 이미 피해자의 흉강 내부에 상당량의 출혈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사건 수술이 매우 어려운 것이나 피해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고, 당시 피해자의 간수치가 매우 높아 전신마취로 인한 간기능 저하 및 경우에 따라서는 간 괴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수술을 중단한 후에 다시 전신마취를 하여 수술을 시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태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수술은 피해자의 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수술이므로, 그로 인하여 수술 전보다 더 악화된 결과가 예견된다면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하지만 만연히 잘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잘못이 인정된다고 판단,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 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항암치료를 위해서는 피하혈관의 확보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였던 사실, 당시 피해자의 전신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또 간수치가 높아 전신마취로 인한 간기능저하 및 경우에 따라서는 간괴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수술을 중단한 후에 다시 전신마취를 해 수술을 시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수술 외에 달리 피하혈관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볼 자료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고, 쇄골하 정맥에 중심정맥도관을 삽입하기 위하여 쇄골하 부위에 과연 몇 번 주사바늘을 찔러야 하는지에 대하여 의학적인 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았다.
이 사건 수술을 중단하게 될 경우 항암치료의 지속이 어려워 결국, 피해자에게 백혈병 악화로 인한 중대한 위험이 예상된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수술을 중단하지 않고 중심정맥을 찾기 위하여 10회 정도 쇄골하 부위를 주사바늘로 찔렀고 이 과정에서 수술시간이 다소 지연되었다고 해서 그와 같은 진료방법의 선택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쇄골하 정맥·동맥 및 흉막은 해부학적으로 매우 근접해 있고, 시술자가 육안으로 혈관을 확인하지 못한 채 오직 감각에 의존해 주사바늘로 중심정맥을 찾는 이 사건 수술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합병증으로 동맥의 손상이나 기흉, 혈흉을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해자에게 발생한 혈흉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는 이상, 혈흉이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수술과정에 과실이 있다고 추정할 수도 없다.
또한,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수술을 마친 직후 피해자의 흉부X선(촬영시간 10:14)을 통하여 카테터가 정상 위치에 삽입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한편 혈흉으로 의심되는 음영을 확인하고 10:40경 흉부외과에 연락을 취했다.
흉부외과 전공의 공소외 2가 수술실에 도착해 피해자의 혈흉을 확인한 다음 곧바로 혈흉을 제거하기 위해 10:45경 흉관삽관술을 시행했다는 것인데 종합병원의 특성상 X선 촬영 후 그 필름을 현상해 판독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자료를 기록상 찾아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과연 피고인이 혈흉을 발견하고서도 그에 대한 처치를 20분 이상 지연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수술을 중단하지 않았다거나 주사바늘로 쇄골하 부위를 10회 정도 찔렀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수술 시행 중 혈관 및 흉막에 손상을 가해 혈흉을 발생시켰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판례번호: 1심 1443번(2006고단76**), 2심 2848번(2007노28**), 대법원 2008
도3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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