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수술)
업무상 과실치사
1심 피고인 유죄, 2심 피고인 무죄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 A는 C병원 신경외과 과장이고, 피고인 B는 마취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다.
피해자 D(여, 24세)가 2010. 8. 12. 07:15경 00시 E상가 앞 위 병원 부근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F가 운전하는 오토바이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하여 급성 경질막 바깥 출혈 등 상해를 입고 위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어 왔다.
피고인들은 공동으로 08:50경 피해자에 대해 응급수술로서 기관내삽관을 통한 전신마취를 한 후 개두술 또는 천두술(이하 개두술 등)을 시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피해자는 뇌압 상승으로 인해 양쪽 동공이 모두 열린 채 고정되어 있는 등 생체 징후가 매우 불안정한 응급상황로서 지체 없이 개두술 등을 실시하여 뇌압을 낮추는 시술이 급박한 상황이었다.
한편, 개두술 등의 시술 전 기도 확보 및 마취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신속한 기관내삽관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숙련된 전문의라면 최소한의 시도만으로 정확하게 기관내삽관에 성공함으로써 계획한 개두술 등 수술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기관내삽관이 성공하지 못해 기관절개술을 시행함에 있어서는 기도 주변에 위치한 연조직, 미주신경, 경정맥, 경동맥과 같은 주요 혈관 등으로 인해 출혈이 발생할 염려가 있었다.
그러므로 기관절개를 해 출혈을 최소화함으로써 계획한 개두술 등 수술에 차질이 발생치 않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당시 위와 같은 응급상황에서는 피해자에 대해 기관내삽관이 실패했을 경우 반드시 기관절개술을 통한 마취를 하지 않더라도 국소마취를 함으로써 충분히 신속하게 개두술 등 수술에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전문의 자격 취득 후 경력 16년 이상의 숙련된 전문의들임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먼저 피고인 B가 성문을 찾지 못한 채 기관내삽관을 2회 실시하고, 이어 피고인 A가 기관내삽관을 1회 실시했으나 연이어 실패했다.
이에 피고인 B가 피고인 A에게 기관절개술을 권유해 피고인 A가 기관절개술을 시행한 후 삽관을 시도했지만 그마저도 실제로는 기관절개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무리한 삽관 시도를 해 피해자에게 미주신경노출, 기관지연조직 손상 등을 입혀 그로 인해 대량의 출혈을 발생시켰다.
대량 출혈에 대한 지혈 작업 후 피고인들이 기관내삽관을 각 1회씩 더 실시하고 수술 현장에 지혈을 위해 온 C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G와 신경외과 과장 H이 추가로 각 1회씩 기관내삽관을 시도하는 등 기도확보와 관련된 연이은 각종 실수로 인해 약 40분간 수술을 지체했다.
결국에는 마취를 하지 않은 채 같은 날 09:30경에서야 비로소 천두술에 착수하게 되었다.
결국,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피해자가 머리부위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마취과정 중 발생한 기도관리 합병증으로 같은 날 11:35경 위 병원 중환자실에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심 법원 판단
응급환자에 대한 의사의 주의의무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은 신경외과 전문의 또는 마취과 전문의로서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인 피해자에게 응급의료를 제공했으므로 통상적인 의료행위를 한 경우와 동일하게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응급의료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경감된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그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설령 통상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의료행위에 주의의무 위반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의료행위가 응급상황을 기준으로 보아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는 이를 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기관내삽관 실시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 여부
피고인들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기관내삽관 시술 방법에 따라 피해자에 대ㅎ 삽관을 시도했고, 그러한 진료 방법이 합리적인 범위 안에 있었다.
달리 피고인들이 삽관이 이루어지지 못할 것을 예견했다거나 혹은 이를 회피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으므로 피고인들이 기관내삽관 시술 시에 지켜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 B는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는 젊은 여성이었는데다가 키도 크고 날씬하고 목도 가늘어서 기관내삽관이 어려운 경우에 전혀 해당되지 않아 기관내삽관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성문을 찾지 못해 기관내삽관에 실패하니 의외라고 생각했다.
근육이완제를 추가로 투여한 후 다시 성문을 찾으려고 했지만 도무지 보이지 않아서 그때부터는 '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이게 정말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진술했다.
수술실에서 기관내삽관 시도를 한 이비인후과 과장 K 역시 기관내삽관을 시도했지만 피고인들 및 I와 마찬가지로 모두 실패했다.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에 대한 기관내삽관은 통상적인 기관내삽관의 경우와 비교할 때 현저하게 어려운 경우에 해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관절개술 실시에 관한 주의의무 위반 여부
피고인 A가 기관절개술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기관연골을 절개하지 아니한 채 기관연골 옆에 위치한 연부조직에 튜브를 삽입하면서 출혈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런 인정사실만으로 피고인 A가 기관절개술을 실시하는 일반적인 의사들이 가지는 주의의무에 위반해 기관절개술을 실시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피고인 A는 평상시보다도 악조건에서 긴급하게 기관절개술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자의 신체를 완전하게 보존할 주의의무는 경감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피고인 A가 기관절개술 실시 과정에서 정확하게 기관연골을 절개하는 데에 실패함으로써 기관연골 옆에 위치한 연부조직에 손상을 주었다고 해서 합리적인 진료행위의 범위를 벗어나는 시술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천두술 지연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 여부
의0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 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도3090 판결).
경막외혈종이 발생한 환자에 대한 천두술의 실시는 혈종만을 바깥으로 배출시킴으로써 단지 일시적으로 뇌압을 낮추는 데에 불과하므로 피고인들은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개두술을 계획했고, 이를 위해 기관내삽관과 기관절개술을시도하게 되었다.
피고인들이 당초부터 이러한 개두술 계획을 세우고 기도확보 시도를 한 것이 합리적인 의료행위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들이 최초 개두술을 계획해 기도 확보를 시도하고 기도 확보가 실패하자 천두술을 실시하기로 계획을 변경해 천두술을 시술한 것은 응급상황에 부합하는 진료방법을 선택한 것으로서 합리적인 진료행위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그로 인하여 수술지연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만으로 피고인들의 진료방법을 선택함에 있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실제로 수술 지연이 발생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주의의무 위반과 결과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인정 여부
피해자는 8:45경 응급실에서 이미 오른쪽 동공이 확대된 상태였고, 좌측에 마비가 있었으며 수술실로 이동된 8:50 내지 8:55경에는 양쪽 동공이 산대된 상태였다.
피해자의 두부에는 경막외출혈, 지주막하출혈, 뇌실질내 종괴 발생 및 출혈이 동반된 뇌좌상 등 여러 가지 유형의 손상이 함께 동반되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피해자가 수술실에 이동되었을 당시에는 이미 소생 가능성이 희박했다고 볼 여지도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자신들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한다.
판례번호: 2심 1558번(2013노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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