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면상 혈관종 수술 후 뇌경색으로 편마비 발생 의료분쟁
이번 사례는 해면상 혈관종으로 수술을 받은 뒤 뇌 MRI 검사를 한 결과 수술 부위에 급성 뇌경색이 발생해 편마비로 영구적인 좌측 상지, 하지 편마비 후유장애가 남게 된 사건입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의료진이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한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설명의무를 위반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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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개요
원고는 자전거를 타다가 정수리를 부딪친 이후 어지러움과 두통을 겪고, 병원에 내원해 MRI 검사를 받았는데요.
그 결과 우측 뇌도(뇌 중 전두엽과 두정엽, 측두엽에 의해 덮여 보이지 않는 대뇌피질 부위)에 해면상 혈관종을 발견했습니다.
혈관종이란?
혈관기형의 일종으로 조직학적으로 근육층과 탄성층 없이 단일 내피 세포층으로 이루어진 치밀한 해면체 모양 혹은 모세혈관으로만 구성된 벌집 모양의 종물을 의미합니다.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해면상 혈관종에 의한 신경학적 이상소견이 없고, 뇌출혈의 발생 가능성이 없어 1년 뒤 추적검사를 하자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원고는 1년 5개월 뒤 속이 답답한 증상을 겪다가 의식이 있는 상태로 10분간 쓰러져 병원에 내원했고, 두달 뒤 G병원에 내원해 뇌MRI 받았는데 위 검사 결과 해면상 혈관종이 재출현했고, 그 크기가 증가됐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 병원에 내원했고, 해면상 혈관종 제거술을 받기로 하고 입원했습니다.
수술의 시행 및 경과
의료진은 현미경하 미세수술방법으로 수술을 시행했고, 그 과정에서 신경장애를 확인하기 위해 신경다발 주행을 모니터링하는 신경계 감시장치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의료진이 수술을 종료하기 직전 신경계 감시장치상 좌측 팔의 운동신경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음이 감지되었고, 신경자극을 계속하면서 운동신경 회복을 기다리다가 다리의 운동기능 유발전위는 거의 정상으로 회복되었다는 판단 아래 회복실로 옮겼습니다.
의료진은 같은 날 뇌 MRI 검사를 했는데 수술 부위의 상방 내측, 즉 방사관에 새롭게 급성 뇌경색이 발견되었습니다.
원고는 뇌경색으로 인한 좌측 편마비로 영구적인 좌측 상지, 하지 편마비 후유장애가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원고 측은 피고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청구했는데요.
원고 측 주장
"의료진은 수술을 시행하면서 지저핵과 뇌도를 노출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견인 또는 압박을 하거나 수술 도중 과실로 뇌도에 혈액을 공급하는 중대뇌동맥 손상을 일으켜 영구적인 좌측 편마비에 이르게 했다."
"의료진은 원고에게 해면상 혈관종의 상태 및 수술 이후 뇌경색으로 인한 사지마비 가능성 등에 관한 설명을 하지 않아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의 수술상 주의의무 위반과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원고 측의 주장인데요. 이에 대해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법원의 판단
1. 수술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
원고의 해면상 혈관종은 출혈의 양은 많지 않지만 출혈이 재발된 상태였고, 원고가 어지러움이나 두통 등 해면상 혈관종 탓으로 의심할 만한 증상을 호소했다.
병변의 위치가 우측 뇌도 안쪽 기저핵 부위여서 다시 출혈할 경우 좌측 편마비 등 심각한 증상이 발현될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통상적으로 병변을 제거하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는 상태였다.
원고의 경우 병변의 크기가 0.8*0.6cm로 다소 작았고, 수술후 뇌부종의 소견도 없었으며, 뇌경색의 대뇌 피질 부위가 아닌 그 상방 내측의 방사관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병변의 크기 및 뇌경색의 위치에 비춰볼 때 원고의 병변을 제거하기 위한 과도한 견인이 있었다거나 원고의 뇌경색이 수술 부위의 과도한 견인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병변을 박리해 제거한 후 병변 바닥에 출혈이 없었던 것이 확인되었으며, 수술후 MRI에도 병변 주위에 심한 출혈로 인한 손상 등이 관찰되지 않았으므로 수술 과정에서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혈관손상이 있었던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일부 혈관에 압박이 가해져 불가피하게 뇌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었으며,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했더라도 위와 같은 경위로 발생하는 뇌경색은 예방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고에게 새롭게 발생한 뇌경색 및 이로 인한 후유장애가 이 사건 수술로 인해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협병증의 범위를 벗어나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2. 설명의무 위반 여부
원고의 수술동의서인 수술 및 마취에 대한 설명 및 동의서 중 합병증의 종류와 발생 가능성 란에 출혈, 통증, 감염, 뇌부종, 경기, 후유증으로 편측마비, 의식장애, 시야장애 등으로 수술의 단점이 수기로 기재되어 있고, 원고의 어머니가 보호자로서 서명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직접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동의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고, 의료진이 본인인 원고가 아니라 그 어머니에게 편측마비 등을 포함한 수술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설명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원고는 이 사건 수술 시행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음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원고의 위와 같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
사건번호: 551846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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