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례는 슬관절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은 환자가 무릎 인공관절 수술 후 하지 완전 마비 진단을 받은 사안입니다.
사건의 쟁점은 인공관절 수술을 위한 척추마취 과정에서 경막내 혈종이 발생해 이로 인한 하지 마비 등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설명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입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피고 병원에 내원해 양쪽 무릎에 간헐적인 통증이 있다고 호소했고, 의료진은 슬관절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단했습니다.
원고는 복용중이던 고혈압 약물 투여를 중단하고 피고 병원에 입원해 좌측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수술에 앞서 요추(허리등뼈)에 마취제를 주입하는 척추마취를 시행했습니다.
원고는 다음날 여러 차례 수술 부위에 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의료진은 마약성 진통제 등을 수차례 투여했습니다.
원고의 보호자는 다음 날 의료진에게 원고가 양쪽 다리 통증이나 만지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의료진은 주치의에게 이런 원고의 상태를 보고했습니다.
원고는 그 다음 날인 일요일에도 강한 자극에도 양쪽 다리에 감각이 없다는 증상을 호소했지만 하지마비에 관한 검사나 처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월요일 구급차를 이용해 E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원고는 E병원에서 추적 MRI 검사를 받은 결과 흉추(등뼈) 중간 부위에서 천추에 이르기까지 아급성 경막내 혈종, 요추 3-4번의 혈전성 가성동맥류, 흉추 8번부터 척수의 광범위한 부종이 관찰되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압박성 척수병증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원고는 그 뒤 흉추 12번 이하 척수손상으로 인하 하지가 완전히 마비된 상태로 배뇨와 배변 장애, 신경인성통증, 이동 및 보행 장애 등의 후유장애를 앓고 있다.
이에 원고 측 보호자들은 피고 병원의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다음은 법원의 판결 내용입니다.
법원의 판단
가. 원고에 대한 경과관찰, 진단 및 처치상 과실 여부
척추 마취의 합병증으로는 요통, 경막천자 후 두통, 드물지만 전신독성, 전척추마취, 신경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매우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척추 부위에 경막내 혈종이 발생할 수 있다.
원고는 수술한 직후부터 양측 하지 감각기능 및 운동기능이 저하된 증상을 호소했다.
그러므로 적어도 그 무렵에는 경막내 혈종이 척수 부위를 압박해 마비증상이 나타났음을 의심할 수 있었다.
이에 MRI 검사 등을 통해 혈종의 발생 여부 및 정도를 진단하고 즉각적인 감압을 위해 혈종제거술을 실시할 필요가 있었다.
척수 압박에 의한 신경마비는 진단 즉시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수술 등의 방법으로 감압해야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원고와 같이 완전한 하지마비가 발생한 경우 늦어도 24시간 안에 수술해야 회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응급상황이었다.
그러나 의료진은 원고 내지 그 보호자에게 위와 같은 응급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은 채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검사 여부에 관한 결정을 미뤘다.
의료진은 원고가 하지마비 증상을 호소한 때로부터 약 48시간이 경과한 뒤에서야 MRI 검사를 실시한 다음 원고는 E병원으로 전원했다.
하지마비 증상이 발생한지 48시간이나 경과한 경우에는 수술을 하더라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E병원에서 곧바로 수술을 하지 않은 것이 원고에게 발생한 악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호소한 증상 및 척추마취로 인한 경막내 혈종 발생 가능성에 비춰볼 때 의료진은 척추마취로 발생할 수 있는 경막내 혈종과 그로 인한 하지마비 등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진단과 처치를 지체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원고에게 하지마비 증상이 고정되거나 심화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나. 설명의무 위반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에게 척추마취의 방법, 부작용 및 합병증이 기재된 마취동의서에 서명을 받은 사실, 부작용 및 합병증 중 혈종도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마취동의서에는 혈종으로 인한 구체적인 악결과인 하지마비 가능성의 정도와 예방가능성 등에 관한 내용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피고 병원이 원고에게 척추마취의 부작용 및 합병증에 관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글 번호: 56701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