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례는 췌장암 수술 후 비위관 출혈이 확인되자 재수술을 했지만 환자가 패혈성 쇼크로 사망한 안타까운 사안입니다.
사건의 쟁점은 시술 전 의료진이 삽입한 담도배액관이 여러 장기를 찔러 출혈이 발생했는지, 의료진이 출혈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처치를 했는지 여부입니다.
인정 사실
환자는 복부 초음파검사 결과 간외 담도 폐쇄 소견이 확인되는 등 췌장암 의심 소견이 나오자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여러 검사를 거쳐 원위부 총담도암이며, 병기가 T1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TI은 암세포가 점막하층까지만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림프절 전이는 되지 않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의료진은 수술 전 담즙배액을 위해 경피적 담도배액관을 시술했습니다.
그리고 의료진은 3일 뒤 유문부 보존 췌십이지장 절제술 1차 수술을 했습니다.
의료진은 1차 수술 후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던 중 비위관(L-튜브) 출혈이 확인되자 응급 내시경 검사를 해 위 내부의 여러 군데에서 출혈을 확인했습니다.
의료진은 내시경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1차 수술 당시 남겨둔 위와 췌장을 모두 제거하는 췌장 및 원위부 절제술 2차 수술을 했습니다.
의료진은 수술 중 소장과 위가 부어 있으면서 내부에 다량의 혈종이 관찰되자 위와 췌장을 포함한 모든 문합부를 제거했습니다.
또 담도와 연결된 소장 쪽으로 출혈이 의심되어 담도-소장 문합을 해체한 결과 담도 쪽으로 출혈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압박지혈을 시행하고, 지혈제를 넣은 뒤 담도 절제부를 결찰하고 수술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환자는 폐부종이 악화하고, 패혈증이 의심되는 증상을 보이다가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총담도암 외에 출혈이 있는 급성 상세불명 부위의 소화성 궤양, 패혈성 쇼크, 혈액담즙증 등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자 환자의 유족인 원고 측은 피고 병원의 과실로 인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 측은 의료진이 1차 수술 전에 시술한 담도배액관이 빠지거나 위치가 바뀌면서 간내에서는 간문맥과 담도를 관통해 담도 출혈을 일으켰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담도배액관에 찔린 위 부위에서 출혈이 생겼다고 지적했습니다.
원고 측은 “의료진이 1차 수술 후 수술 부위에서 발생한 출혈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도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음은 법원의 판결 내용입니다.
법원의 판단
가. 진료상 과실 여부
의료진은 1차 수술 후 두 차례에 걸쳐 담도배액관과 비위관을 통해 출혈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출혈 부위와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내시경검사를 시행해 출혈이 문합부 출혈이 아니고, 문합부 주변에서 확인된 궤양으로 인한 출혈로 추정했다.
하지만 다른 부위나 원인을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술 3일 뒤 CT 등에서는 그전까지 담도 쪽을 향하던 담도배액관의 끝이 위의 상층부 쪽을 향하는 양상을 보였다.
담당 주치의는 CT 소견에서 담도배액관이 이동해 위장의 기저부 근처에 있다고 기록했다.
의료진은 수술 6일 뒤 내시경 검사를 통해 위 체부와 위 기저부에서 큰 혈종과 출혈을 확인했다.
그런데 진료기록 감정의사는 위 출혈은 1차 수술 후 흔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혈액담즙증은 1차 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 아니고 출혈의 원인도 아니다.
진료기록 감정의사는 담즙에 혈액이 있다는 것은 간내에서 담도와 혈관의 교통이 생겼다는 의미로, 어떤 외상이 생겼기 때문으로 판단하는 게 가장 보편적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간문맥과 담도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당초 간 내의 담도에 위치해 있던 담도배액관이 이동하면서 간문맥을 손상시켜 출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혈액담즙증이 생겼다고 보인다.
이런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수술 전 시술한 담도배액관의 위치나 이동 여부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담도배액관이 원래의 자리에서 이탈해 간문맥을 손상시켰다.
이로 인한 출혈로 혈액담즙증을 유발하고, 위 기저부를 손상시켜 출혈을 초래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의료진은 1차 수술 후 수술 부위에서 발생한 출혈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않은 진료상 과실로 인해 출혈에 따른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나. 설명의무 위반 여부
의료진은 1차 수술로 출혈이 발생할 경우 2차 수술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1차 수술 후 출혈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처치방법을 설명하면 충분하다고 보인다.
그러므로 미리 2차 수술 가능성과 그로 인한 사망 가능성까지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글 번호: 5170422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