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례는 복부성형술을 받은 뒤 수술 부위가 벌어지고, 괴사와 염증 등이 발생해 배꼽과 음부 중간 지점에 큰 반흔과 흉터가 남은 사안입니다. 환자는 이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는데요.
사건의 쟁점은 수술 과정에서 의사의 과실이 있었는지, 감염관리 과정에서 과실이 있는지, 설명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여부입니다.
기초 사실
원고는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에 내원해 성형수술 상담을 받은 뒤 처진 가슴 리프팅 수술, 복부 지방흡입 및 복부성형술, 눈 앞 및 뒤 트임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원고는 다음 날 피고로부터 가슴 리프팅 수술, 복부 지방흡입 및 복부성형술, 눈 앞 및 뒤 트임수술을 받았습니다.
성형수술하는 의사의 주의의무
1. 성형수술을 담당하는 의사는 수술 과정에서 수술 부위에 괴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다.
2. 성형수술을 하는 의사는 수술 과정에서 피부 괴사가 진행되는 조짐을 관찰했을 때에는 감염과 염증을 집중치료해야 한다.
3. 성형수술 의사는 성형수술을 하기에 앞서 수술의 방법, 효과, 부작용 등을 상세하고, 충분하게 설명해 환자가 수술을 받을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복부성형술
지방흡입술인 복부성형술은 복부가 많이 늘어질 경우 피부와 지방조직을 제거해 내고, 근막을 타이트하게 봉합해 복부의 모양을 개선하는 시술입니다.
합병증으로 가장 많은 것이 장액종(수술 부위의 사강에 조직액이 고이는 현상)이며, 상처 치유지연, 피판 및 배꼽 괴사, 감염, 출혈, 농양, 폐렴 등이 있습니다.
복부성형술은 피부를 잘라내야 하므로 40cm가 넘는 긴 반흔이 복부에 생기게 되며, 배꼽을 이동하게 되므로 배꼽 주변에 반흔이 생깁니다.
성형수술 이후 부작용
피고는 수술 이틀 뒤 예방적 항생제를 주사하고 드레싱을 했습니다.
다시 5일 뒤 복부 배꼽 아래 봉합부위에 거즈를 대고 테이프를 붙인 자리에서 물집이 잡히는 현상이 나타나자 바늘로 터트리고 항생제 연고를 발랐습니다.
다음 날 원고의 우측 허리 쪽에 종창이 발생하자 피고는 이를 장액종의증으로 판단해 주사기를 주입해 혈액성 장액 360cc를 빼냈습니다.
다음 날 원고의 배 전체에 장액종이 찬 상태가 되자 이를 주사기로 흡입했습니다.
이틀 뒤 장액종의 배액을 위해 양쪽 옆구리에 펜노즈 튜브를 삽입했습니다. 당시 원고의 배꼽 아래 피부는 검붉은 색깔을 띠는 양상이었습니다.
다음 날 원고는 몸이 춥고 으슬으슬하고 온 몸에 기운이 없고, 뼈마디가 쑤시는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또 원고의 배꼽 아래 부위는 피부발진이 되고 검붉은 색을 띠었습니다. 이에 피고는 수액결핍으로 판단하고, 수액을 정맥 투여하고 피부괴사를 경고했습니다.
원고는 다음 날 D병원을 방문했는데 감염으로 인한 역겨운 냄새 소견을 보였습니다.
이에 병원은 분비물 배액 및 창상 처치를 하고, 균배양검사를 실시한 결과 피부에 흔히 있을 수 있는 균의 일종인 엔테로코커스 페칼리스(enterococcus faecalis)가 동정되었습니다.
원고는 E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는데 당시 수술 부위에 궤양성 염증 소견을 보여 소독과 항생제 및 항염증제 치료를 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G병원 성형외과에서 괴사조직 제거 및 상처 소독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뒤 성형외과에 입원해 괴사조직 제거술 및 일차 봉합술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그 뒤 약 한 달간 우울증으로 G병원 신경정신과 치료도 병행했습니다.
원고의 현재 상태
현재 원고는 성형수술 및 합병증에 의해 하복부 배꼽과 음부의 중간지점에 수평 반흔이 좌에서 우로 약 50cm, 수직 반흔이 11cm 남게 되었습니다.
또한 성형수술을 하더라도 현재 남아 있는 흉터 흔적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원고의 손해배상소송 청구
원고는 복부성형술 이후 반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자 피고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병원이 수술 과정에서, 감염관리 과정에서 과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설명의무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도 피고 병원에 과실이 있다며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다음은 법원의 판결 내용입니다.
법원의 판단
가. 수술 술기상 과실 여부
복부성형술 시행시 수술 부위를 과도하게 절제하거나 피판을 바짝 당겨서 팽팽하게 봉합했을 때 혈행장애가 나타나 괴사가 발생할 수 있다.
괴사가 발생한 부위가 수술 당시 절개했다가 봉합한 부위이고, 위와 같이 물집, 장액종이 발생한 것은 괴사 진행의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사건 수술 부위의 괴사는 성형수술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달리 이 사건 수술 이외에 원고의 수술부위에 괴사가 발생할 만한 다른 원인이 없다.
피고 의사는 수술 부위를 과도하게 절제했거나 절제 후 피판을 너무 팽팽하게 봉합해 일정시간 혈류 공급을 차단시키거나 주변 혈관 등 조직을 손상시킨 술기상의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나. 감염관리상 과실 여부
수술 후 7일이 경과한 4월 22일 원고의 수술 부위에서 물집이 발생했다.
그런데 피고는 이를 단순히 반창고에 대한 자극으로 생긴 물집이라고 생각하고, 조직 괴사의 전 단계 양상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4월 23일에는 우측 허리 쪽에 장액종이 발생했다.
수술 후 11일이 경과한 4월 26일에는 배꼽 아래 피부가 검붉게 변화하는 등 피부 괴사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다음 날에는 배꼽 아래 부위가 검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이는 원고에게 염증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 증상이다.
그러므로 피고는 적어도 4월 26일부터 감염에 의한 피부괴사를 의심해 균배양검사, 항생제 치료 등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피고는 장액을 빼내고 원고에게 거동을 제한할 것을 지시하고, 수액을 투여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런 점 등에 비춰 볼 때 피고는 최소한 4월 26일 원고에게 피부괴사 조짐이 보였을 때부터는 감염 및 염증에 대한 집중치료를 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를 게을리해 원고로 하여금 감염에 대한 조기치료 기회를 잃게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인과관계
피고는 복부성형술 시행 과정에서 술기상 과실로 피부괴사와 감염을 발생시켰다.
또한 그 후에도 감염에 대한 조기치료 기회를 잃게 했으며, 이로 인해 원고에게 수술 중앙부위인 복부의 괴사와 염증이 파급된 상태가 발생, 악화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다. 설명의무 위반
피고의 진료기록 중 ‘수술신청서’의 부작용란에 ‘부종, 혈종, 멍, 흉터, 원상으로 돌아감, 혈청종, 염증, 괴사’라고 기재되어 있다.
아울러 수술 후 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감염이 의심되는 염증증상이 있으면 즉시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수술 후 큰 반흔을 남기게 되는 복부성형술에 관한 내용은 거의 기재되어 있지 않다.
피고가 성형수술을 하면서 원고에게 치료의 방법과 필요성, 치료 후의 개선 상태 및 부작용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설명의무 위반으로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함으로써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글 번호: 669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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