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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이야기

부천 가은병원 영양사들의 특별한 식이치료

by dha826 2019.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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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밀라운딩하고, 20가지 넘는 맞춤식단 제공
'먹는 게 곧 치료다' 임상영양 실천

식단 사진
가은병원 식단

 

"먹기 미안할 정도로 반찬이 다채롭고 맛있다. 감사할 따름이다."

 

부천 가은병원에 입원중인 권모(·44) 씨는 최근 기자가 환자식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권 씨는 유방암이 뼈로 전이되자 가은병원에 입원해 요양하면서 대학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권 씨는 지인의 소개로 가은병원에 입원해 처음 일주일간 밥만 먹었을 뿐인데 백혈구 수치가 너무 좋아져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루 반찬만도 20가지가 넘고, 매끼마다 다 다르다. 항암한 뒤에는 구역질이 나니까 밥 대신 빵이나 죽, 누룽지 등으로 식단을 짜 어떻게든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면서 "집에서도 이렇게 해주지 못할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 항암치료를 받고 밥을 먹으면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휘발유 같은 냄새가 나고 반찬 맛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여기에다 예민하다보니 몹쓸 말이나 타박하기 일쑤인데도 먹고 싶은 걸 주문하면 다 해준다는 것이다.  

영양사에 대한 남다른 신뢰

권 씨는 가은병원 영양사들의 센스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그녀는 지난 주는 깐풍기, 이번 주는 떡볶이 등을 센스있게 특식으로 해준다. 환자들의 입맛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가끔 매운 게 먹고 싶다고 하면 매콤한 닭발이 나오기도 한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가은병원 식이치료팀은 환자들이 먹고 싶은 음식이 생각나면 누구나 적을 수 있도록 병동 복도 게시판에 선호도 조사용지를 매주 붙여놓는다.

 

식사 선호도 조사 사진
식사 선호도 조사 사진

 

영양사들은 메뉴를 작성할 때 선호도조사에 올라온 음식을 반영한다.

 

권 씨는 가은병원 암병동에 처음 입원한 환자들의 경우 두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식사가 잘 나오고 맛이 있다 보니 식사가 나오면 다들 사진을 찍어서 가족, 친구들에게 메신저로 보내기 바쁘다는 게 권 씨의 설명이다.

 

이어 그녀는 가은병원 밥 먹다가 퇴원하면 어쩌나 걱정한다고 했다.

영양사에 대한 신뢰도 남달라 보였다.

 

그 이유는 권 씨가 병실을 방문한 영양사에게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서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권 씨는 영양사를 향해 이제 그만 오라고 해도 매일 와서 밥맛은 어떠냐,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묻는다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가은병원 영양사들은 전체 병동을 분담해 점심식사 시간에 매일 밀라운딩(mill rounding) 한다.  

 

환자들이 식사를 잘 하는지, 영양상태는 어떤지,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지, 먹어서는 안될 음식을 외부에서 반입해 먹지 않는지 등을 파악해 식단에 반영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권 씨는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었다며 또 영양사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녀는 항암하고 나면 고통도 고통이지만 입안에 고름이 차 아무 것도 먹을 수 없다. 그런데 영양사가 밀라운딩하면서 내 모습을 보더니 뭐가 먹고 싶냐고 묻더라. 그래서 스프가 먹고 싶다니까 저녁 식사 때 만들어왔다면서 가족도 아닌데 누가 그렇게 해 주겠냐고 고마워했다.  

 

그녀는 환자 입장에서는 잘 먹어야 항암치료를 이어갈 수 있으니까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하겠지만 영양사들은 엄청 힘들텐데 정말 이 병원은 특별하다고 덧붙였다.


영양사 상담 사진
영양사 상담 모습


가은병원 영양사가 권 씨 병실을 방문해 밀라운딩하는 모습

먹는 게 치료다

가은병원 영양사는 모두 6.

 

통상 영양팀이라고 하는데 가은병원은 '식이치료팀'으로 부른다.

 

'영양은 치료의 일환'이라는 의미와 함께 매일 환자들을 대면하면서 임상영양'을 실천한다.  

 

식이치료팀 이은정 팀장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임상영양사로 재직하다가 가은병원에 입사해 14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가은병원에 눌러앉게 된 배경이 남달랐다.    

 

이 팀장은 통상적으로 의사, 간호사를 병원의 꽃이라고 하는데 우리 원장님은 영양사들 덕분에 노인 평균연령이 상승했다고 말씀하신다. 영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료진이 많지는 않다고 밝혔다.  

 

가은병원 식이치료팀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이런 평가를 받을 만하다.

 

식이치료팀 이은정 팀장은 가은병원 전체 입원환자들을 상대한다.  

 

이 팀장은 신환이 입원하면 환자의 기본정보를 파악한 뒤 병실을 방문해 환자의 초기영양상태를 평가하고, 영양이 불량하면 부족한 영양을 식이로 보충해주면서 지속적으로 영양 관리를 한다.

 

위장질환 수술을 한 환자나 간, 담도계 수술 환자 등 단계별 맞춤식이가 필요하거나 상담이 필요한 환자,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 대해서는 거의 매일 찾아가 일대일맞춤 상담을 하고 있다.

 

400명이 넘는 입원환자의 이름뿐만 아니라 상병명까지 거의 다 알 정도다.

 

이 팀장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대해보니까 맛있게 해드리는 것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관심이 더 중요하더라면서 환자들은 궁금한 게 많다. 그래서 밀라운딩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5명의 영양사들도 이은정 팀장 못지않게 하루 2~3시간을 환자들과 함께 한다. 병동을 나눠 매일 밀라운딩하는데 영양사 당 매일 80명 이상 만나 식사를 잘 하는지, 맛은 어떤지, 개선할 게 있는지 묻는다.

 

투석환자식이나 연하장애식처럼 음식을 섭취할 때 주의할 게 많은 환자들은 식사 지도를 하고, 섭취 가능한 간식을 설명해 준다. 식사를 잘하지 못하면 먹고 싶은 게 있는지 파악해 식단에 반영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담당 병동 입원환자들의 이름, 상병, 몸무게 변화, 선호하는 반찬 등을 다 꾀는 건 기본이다.

 

20가지가 넘는 환자식

이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식단을 짜다보니 기본적으로 20가지가 넘는 환자식을 제공한다.

 

식단 표
식단 표

 

일반식, 열량별로 제공되는 당뇨식, 단백질이 부족해 근육저하가 심한 노인들을 위한 고단백식, 지속적인 근육저하 및 체중감소가 뚜렷한 환자에게 제공하는 고단백고칼로리식, 오랜 금식으로 인해 식이 섭취를 위한 유동식, 자극적인 음식 섭취가 힘들거나 소화력이 저하된 환자에게 제공하는 연식, 저작이 힘든 환자를 위한 치아보조식, 삼킴장애 환자용 연하장애식, 염분 관리가 필요한 저염식, 경저염식, 투석환자 혈액투석식, 당뇨혈액투석식, 신장질환자 신질환식, 당뇨신질환식, 간질환 환자에게 제공하는 간성혼수식, 간경변식, 잔사가 적은 식사를 해야 하는 저잔사식, 암환자식이, 항암을 하는 환자들을 위해 익힌 음식을 제공하는 저균식, 위나 소장과 같이 소화기계 수술 환자들을 위한 단계별 위절제수술식 등이 그것이다.

 

가은병원 영양사들
가은병원 영양사들

가은병원 식이치료팀 영양사들

이뿐만이 아니다.

 

가은병원 식이치료팀은 일주일에 한번씩 신메뉴를 개발해 보완할 점을 토론한 후 식단에 반영한다.

 

가은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거의 모든 메뉴에는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고 직접 수제로 만든다. 함박스테이크, 오븐에 구운 돈까스, 생선까스, 고기말이, 채소말이, 김밥, 오이지, 피클, 요플레, 계란빵, 갈비탕 등 모두 수제다.

 

수술이나 항암화학치료를 한 환자들은 식욕저하가 심한데 이들을 위해 간단한 빵이나 샌드위치, 롤 등과 스프, 야채, 과일 등을 곁들인 선택메뉴도 준비했다.

 

암환자를 위해 밀가루보다는 쌀로 된 재료로 면류를, 떡국은 현미를 사용한 가래떡을 사용하고, 된장과 간장도 직접 담궈 환자에게 제공할 정도다.

 

가은병원 영양사들은 이 정도의 노력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듯하다.

 

이들은 3개월에 한번씩 환자들의 영양 상태를 평가하고, 섭취량 저하로 체중이 많이 빠졌거나 혈액검사 결과 영양이 불량하면 제공하는 식사 외에 열량보충군인 ONS(Oral Nutrition Supplement)를 제공해 영양을 보충한다.

 

식단만족도를 조사해 미비한 부분을 보완, 메뉴를 작성할 때 참고하는 것도 이들의 일상이다.

 

이러니 식사만족도조사에서 매번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는 게 이해가 간다.

 

진료하듯 영양관리하는 진짜 영양사들

 

가은병원 전경
가은병원

 

환자식이 다양하다는 것, 환자들의 피드백을 받는다는 것은 고생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만큼 다양한 식단을 제공하는 병원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밥집 아줌마가 아니라 환자를 진료하듯이 영양을 관리하는 진짜 영양사들이다.

 

이은정 팀장은 "영양사들이 직접 환자들이 먹는 것을 보고, 잘 드시는지, 영양상태가 어떤지를 파악해 메뉴를 작성하기 때문에 맞춤형 식단과 같이 메뉴와 기타 선택할 수 있는 특이사항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밀라운딩은 고된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 팀장은 노인환자들은 천사라고 운을 뗐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 중에는 식판을 던지는 것은 기본이고,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특히 환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메뉴가 올라오는 날에는 밀라운딩이 괴롭다.  

 

권 씨는 이런 암환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권 씨는 항암하고 나면 1주일 가량 정신적으로 예민하고 맛을 느낄 수 없어 그냥 음식 맛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니까 밀라운딩 때 영양사에게 험한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그걸 다 받아주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의료수가가 낮다보니 조리에 필요한 인력이 충분치 않아 일당백 정신으로 일해야 하지만 식사가 맛있다고 칭찬해 주고, 밝은 미소로 식사를 맞아주는 환자들이 이들의 버팀목이다.

 

이처럼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다보니 환자들은 퇴원 후에도 영양사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환자들은 퇴원한 뒤에도 몸 상태가 이럴 때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전화로 물어보기도 하고, 외래 왔다가 사무실로 찾아와 인사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다른 요양병원으로 갔다가 가은병원 밥맛이 그리워 재입원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가은병원 영양사들은 어떨 때 보람을 느낄까?

 

이 팀장은 체중이 많이 빠진 환자를 영양 관리한 뒤 몸무게가 많이 늘어나면 뿌듯하다고 피력했다



출처 : 의료&복지뉴스(http://www.mediwelfa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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