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상연골판 봉합술 경위
원고는 회전점프를 한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을 다쳤다.
원고는 이후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왼쪽 무릎의 증상이 악화되자 다음 날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슬관절 엑스레이 및 MRI 검사를 받았다.
의료진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좌측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었고, 내측 반월상연골판이 손상된 것으로 진단했다.
수술 후 경과
원고는 며칠 뒤 피고 병원에서 슬관절 전방십자인대 재건술 및 내측 반월상연골판 봉합술을 받았는데 수술 직후부터 좌측 족하수 증상이 발생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틀 뒤 원고에 대해 3D CT 검사를 실시했지만 별다른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의료진은 원고에 대해 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검사 등의 추가검진을 하지 않고 원고를 퇴원 조치했다.
퇴원 후 지속적인 족하수 호소
원고가 지속적으로 족하수 증상을 호소하자 의료진은 11일 뒤 근전도검사 및 신경전도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비골신경의 운동신경이 기능을 하지 않았지만 비골신경의 감각신경은 정상범위 안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에 의료진은 비골신경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원고에게 족관절 플라스틱 보조기를 착용하도록 했다.
이후 근전도검사 결과 원고의 좌측 심부비골신경 손상이 심하고, 좌측 발목 및 엄지 발가락 배굴 근력이 정상인의 10% 이하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 좌측 하지 발목 및 엄지 발가락 배굴 근력 저하의 후유증은 영구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족하수 증상
비골신경이 손상되면 발목이나 발가락, 특히 엄지 발가락을 위로 올리는 기능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 비골신경이 손상되면 발목과 발가락이 아래로 떨어져 있는 증상을 보이는데 이를 족하수 증상이라고 한다.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그러자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수술하는 과정에서 신경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은 과실로 인해 심부비골신경을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원고는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지혈대로 원고의 수술부위를 과도하게 압박했거나 기브스를 적용하면서 수술 부위를 과다하게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의료진이 수술로 인해 비골신경 손상 및 족하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은 과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 병원의 주장
이 사건 수술은 원고의 무릎관절 내측에서 이뤄지는 반면 비골신경은 무릎관절 외측에 위치하고 있어 수술부위와 비골신경은 떨어져 있다.
그러므로 전방십자인대를 고정하는 나사나 구멍의 위치가 비골신경을 손상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 의료진은 수술로 인해 신경성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사건의 쟁점
1. 의료진이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하는 과정에서 심부비골신경을 손상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2. 의료진이 지혈대나 기브스를 과다 압박한 과실로 신경손상을 초래했는지 여부
3. 의료진이 수술을 하기 전에 수술로 인해 비골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가. 의료진의 수술상 과실 여부
이 사건 수술은 전방십자인대를 고정할 나사를 원고의 왼쪽 무릎관절 부위의 정강이뼈 전방 내측에서 외측으로 삽입하는 것이다.
반면 심부비골신경은 원고의 왼쪽 무릎관절 종아리뼈 전방 외측에 존재하므로 고정 나사가 삽입될 구멍을 만들거나 고정 나사가 삽입되는 과정에서 심부비골신경이 손상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원고에 대한 신경전도 검사에서 원고의 좌측 비골신경의 감각신경전도가 정상으로 평가되는 등 수술 직후 원고의 비골신경 손상은 불완전하게 마비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수술 도중 심부비골신경이 손상된 과실이 추정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지혈대나 기브스를 과다 압박한 과실이 추정되는지 여부
원고에게 족하수 증상이 발생한 것은 기브스가 적용된 지 십여분 내외가 경과한 시점으로 보인다. 적용된 기브스로 인해 십여분 만에 족하수 증상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하지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었으며 이 사건 수술 전 비골신경 부근인 왼쪽 하지에 충격이 가해졌다. 따라서 수술 전 원고의 비골신경이 일반인에 비해 약해져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록 수술 전 원고에게 족하수 증상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진이 지혈대를 적용하면서 통상적인 압력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이후 원고에게 족하수 증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수술로 인해 발생하는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혈대에 일정 수준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나아가 권고되는 지혈대의 압력과 시간을 초과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신경손상이 발생하는 사례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 설명의무 위반 여부
지혈대 압박으로 인한 신경손상 가능성은 흔히 발생하는 부작용은 아니지만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결과에 해당한다.
의료진은 수술과 관련해 상처감염, 출혈, 폐렴, 신부전, 쇼크, 패혈증, 심정지, 사망의 후유증을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진이 설명한 신경성 후유증은 척추 및 경막외 마취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에 불과하고 수술로 인해 비골신경이 물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는 점에 관해 설명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의료진이 수술로 인한 신경손상의 가능성을 설명했다고 볼 수 없고, 의료진은 설명의무를 위반해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 글 번호: 102373번
2020.07.20 - [안기자 의료판례] - 전방십자인대 파열 재건술한 의사의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