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영의 역사를 새로 쓴 박태환.
그러나 그는 2014년 9월 세계반도핑기구(WADA)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면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시련에 휩싸였다.
박태환은 세계수영연맹(FINA)으로부터 2016년 3월 2일까지 1년 6개월간 선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박태환은 2016년 8월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지만 재기하는데 실패했다.
자유형 100m, 200m, 400m 예선 탈락과 함께 1500m 기권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둔 채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사건의 발단은 박태환 선수가 I의원에 내원하면서 시작됐다.
박태환은 2013년 10월 처음으로 I의원을 내원했다.
박태환의 매너저는 I의원 의사에게 “박태환은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도핑이나 선수가 먹으면 안될 약을 주의해야 한다. 처방해야 할 처방전을 달라. 처방전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으면 처방해도 된다”고 당부했다.
박태환은 그 뒤부터 2014년 11월까지 I의원을 방문해 복합비타민 등을 총 29회 처방받았다.
박태환은 2014년 7월 이 사건 의원을 방문해 해당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사로부터 네비도 주사를 맞았다.
박태환은 주사를 맞기에 앞서 의사에게 "그 약은 도핑에 문제되는 것 아니죠?"라고 물었다.
이에 의사는 "체내에 있는 것이니까 문제가 될 수 없는 것이다"라는 취지로 대답했다.
하지만 네비도 주사의 사용설명서에는 '이 약을 사용함으로써 도핑 시험에서 양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박태환은 약 두 달 뒤 세계반도핑기구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었다.
이 사건으로 해당 의사는 업무상과실치상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사의 공소사실 요지
1. 설명의무 위반
주사는 신체에 대한 침습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그 침습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치료방법과 내용, 부작용 등을 사전에 설명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주사에 응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만연히 네비도에 함유된 테스토스테론이 체내에서 생성되는 것이므로 주사를 통해 이를 체내에 보완해 주는 것은 도핑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하고, 간호사에게 주사제 투여를 지시했다.
2. 상해죄
해당 의사는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박태환으로 하여금 주사후 1주일 가량 보행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근육통과 치료 기간을 알 수 없는 테스토스테론 양의 변화에 따라 호르몬 수치가 변동되어 건강이 침해되는 상해를 입게 했다.
법원의 판단
1. 설명의무 위반
네비도 주사를 맞을 경우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하고, 박태환은 국가대표 수영선수로서 의사와 상담 과정에서 유난히 도핑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를 감안하면 박태환 입장에서는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지 여부가 네비도 주사를 맞을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의사로서는 네비도를 주사함에 있어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날 가능성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하지 않았거나 부족하게 설명했다고 할 것이다.
2. 상해 발생 여부
박태환에게 1주일 가량 보행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근육통이 발생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박태환의 호르몬 수치가 변동되어 신체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거나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치상죄의 점은 상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이거나 범죄로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
4. 해당 의사의 처벌
당시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상죄 외에도 해당 의사가 주사제를 처방하고 투여하면서 진료기록부에 해당 사실을 기록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의료법 위반죄로 함께 기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의료법 위반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의사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네비도를 처방 주사하기에 앞서 사용설명서를 꼼꼼히 챙겨보았더라면 박태환의 인생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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