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환자들 '무전퇴원, 유전입원'

외래진료하는 병원들, 환자들에게 100/100 요구
암환자들, 수천만원 감당 못해 요양병원 퇴원

이달부터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타 병원에서 외래진료 받기 위해서는 진료의뢰서를 발급 받아 해당 병원에 진료비 전액을 100/100 방식으로 납부한 뒤 추후 요양병원에서 정산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요양병원도, 환자도 대혼란에 빠지고 있다.

4일 A요양병원 관계자는 "암환자 20여명이 대학병원 진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지난 1일 집단으로 퇴원했다"고 털어놨다.

암환자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개정된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에 따라 11월부터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환자가 임의로 타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진료비 전액을 본인부담해야 한다.

그러자 요양병원들은 이달부터 대학병원 등에서 CT, MRI 검사를 받거나 항암 또는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입원 환자들에게 '외래진료동의서'를 발급해 주고 있다.

이 경우 해당 대학병원은 요양병원 입원환자를 외래 진료한 뒤 원칙적으로 환자본인부담금만 받고, 직접 심평원에 진료비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하지만 외래진료를 한 병원들은 진료비 전액을 100/100 방식으로 수납한 뒤 환자들로 하여금 요양병원에서 정산 받도록 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만약 외래진료비가 몇 만원 수준이라면 감당할 수 있겠지만 한번 치료할 때마다 60만~80만원을 내야 하는 항암, 방사선 치료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20회 방사선치료를 받고, 1200만원을 우선 결재해야 상황이 벌어지자 지방에 거주하는 상당수 암환자들이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뒤 대학병원 근처에서 장기투숙하며 치료를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A요양병원 암환자들이 집단 퇴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요양병원과 환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요양병원의 특성상 CT·MRI 검사, 항암 또는 방사선 치료를 할 수 없어 부득이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는 종합병원에 갈 수 밖에 없는데 환자들에게 100/100을 적용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라면서 "대학병원이 본인부담금만 받고 직접 청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손 회장은 "요양병원에서 직접 치료하지 않은 진료비를 대학병원을 대신해 위탁청구하는 것도 불합리하지만, 삭감되면 요양병원이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것은 더 말이 안된다"면서 "단지 청구만 대행하는 것임에도 요양병원 수익으로 잡혀 세금까지 부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김성주 대표는 "암환자들은 약 30회 정도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대학병원들이 100/100을 요구하면 몇 달 동안 수천만원을 납부해야 하고, 이를 부담할 능력이 안 되면 집에서 통원치료를 받아야 한다"면서 "이는 '무전퇴원, 유전입원'"이라고 성토했다.

김 대표는 "암환자들은 대부분 장기간 고가의 약을 대학병원에서 원외처방을 받고 있는데 100/100을 피하려면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뒤 외래진료를 가야 한다"면서 "중증환자들이 대학병원에 갈 때 마다 입퇴원을 반복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그는 "정부가 이런 행태를 용인하는 것은 암환자들의 입원과 치료를 방해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면서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200 만 암환자는 문재인 정부의 보건정책의 부당성을 고발해 나갈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출처 : 의료&복지뉴스(http://www.mediwelfa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