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된 한방 난임치료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건강보험 급여화를 실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한방 난임치료가 과학적 검증에 의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았고, 한방난임 연구 또한 객관적 근거 수준이 낮고 여과되지 않은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급여화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난임이란?
피임 없이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하고 있음에도 1년 동안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통상 난임이라고 한다.
한방 난임치료란?
치료기간 약 4개월 동안 침과 뜸, 한약을 이용해 난임을 치료한다.
부산시와 부산광역시한의사회는 1년 이상 정상적인 부부생활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은 44세 이하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의약 난임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난임여성들은 부산광역시한의사회가 지정한 한의원에서 15일분의 한약 총 6회(3개월분) 투여하고, 침 시술은 한약투여기간 중 주 2회, 한약 투여 후에는 격주로 1회 한다.
한방 난임치료 현황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구, 울산, 군포, 성남, 수원, 안양, 평택시, 춘천, 청주, 제천, 천안, 익산 등에서 지방자치단체 별 한의약 난임치료사업을 계획하거나 진행 중이다.
한의계의 주장
“난임치료에 있어 한의약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높은 성공률이다.”
“보건복지부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지방자치단체 한의약 난임사업을 실시한 전국의 11개 시도(20개 기초단체) 1,66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수행기관: 연대 원주산학협력단)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한의약 난임치료 임신 성공률은 24.9%로 양방의 인공수정 임신율 13.5% 보다 높았다.”
“2014년 부산시와 부산시한의사회가 실시한 난임사업 결과 126명의 치료완료자 중 34명이 임신에 성공, 27%의 치료율을 기록해 양방 체외수정과 비슷한 성공률을 보였다.
반면 총 소요비용은 589만원에 불과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2년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분석 및 평가’에서 발표된 양방 난임치료 총 소요비용인 인공수정 1105만원, 체외수정 1224만원과 비교해보았을 때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은경 한의학정책연구원장은 △메릴랜드 의과대학에서 침치료가 임신 성공률을 높임(미국) △배란장애, 황체기능부전에 한의 치료 병행이 임신율을 증가시킬 수 있음(일본) △단독 한의치료 통한 효과 뿐 아니라 보조요법으로 임신율 증가 효과 확인(중국) 등 외국의 협진사례 등을 통해 한의 난임사업의 표준화와 안전성, 유효성은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밝혔다.
의사들의 모임인 바른의료연구소의 반박(2017년 5월)
지자체의 한방 난임 사업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방 난임사업은 평균 7.6개월이라는 사업 기간에 임신 성공률은 14%여서 그간 한의계가 주장한 20~30%보다 상당히 낮았다. 여러 연구와 비교했을 때 한방 난임사업의 임신 성공률이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율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았다”
대한의원협회는 국내외 논문을 분석한 결과 임신 중 많이 사용하는 한약의 상당수(백출, 감초, 인삼, 안태음 등)가 조산, 선천성 기형, 인지기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태아와 산모에 위험한 한약성분이 포함된 한방난임 치료 지원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한방 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2009~2016년 한방 난임 사업을 시행한 25개 지자체 64개 사업연도 결과를 취합·분석했다.
그 결과 한방 난임 한약 평균 복용 기간은 3.4개월(범위 3~6개월), 침구치료 4.2개월(0~10개월), 한방치료 종결 후 평균 임신추적 기간 평균 3.7개월(0~12개월), 총 사업 기간 평균 7.6개월(3~16개월) 등 기준이 천차만별이었다.
난임 치료 한약, 뜸 및 약침의 병행, 임신 성공의 정의 및 확인방법, 임신 추적기간, 의학적 보조생식술 금지기간 등도 모두 달랐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각 지자체가 같은 조건으로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했다고 가정하고, 구했을 때 임신 성공률은 14% 수준이었고, 단 한 명도 임신하지 못한 지자체도 6곳이나 됐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지자체 사업 결과를 근거로 한방난임 치료를 건강보험 급여화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의 주장
최근 영국의 의학저널 ‘medicine’지의 심사자인 잭 윌킨슨(jack wilkinson) 영국 맨체스터대 보건과학센터 연구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한방난임연구 논문에 대해 “터무니없고 비과학적이다”라며 심사를 공개적으로 거절하기도 했다.
최근 한의계가 성과대회까지 열어 대대적으로 홍보한 한방난임치료에 대한 임상연구는 사실 다수의 전문가와 언론으로부터 지적되었듯이 단순한 증례집적(case series)에 불과하다.
각종 연구결과가 범람하는 현대에서는 연구의 디자인에 따라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근거의 수준이 달라지는데 치료 증례들을 집계해 놓은 것에 불과한 한방난임연구는 객관적으로 근거의 수준이 낮은 연구이며 여과되지 않은 정보에 해당한다.
의학적으로 두 가지 다른 치료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시험'(RCT)과 같은 비교를 통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한의계는 한방난임치료가 7주기 동안 14.4%의 임시율을 기록했다고 자랑하지만 이 연구의 디자인으로는 이것이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인지 한방난임치료의 효과인지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백번 양보하여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에 대한 부분을 접어 놓더라도 안전성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임신에 이른 환자에게서도 13명 중 1명이 자궁외임신, 5명이 유산을 해 높은 유산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연구 자체가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것은 도대체 중국 후한 말 장중경의 금궤요략에 수록된 온경탕과 동국대 한의대 김동일 교수가 특허를 받았다는 배란착상방이라는 한약의 성분이 무엇이고 어떤 과학적 효과가 있기에 난임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도대체 침 치료가 사람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에 임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난임을 치료한다면 어떤 원리로 임신의 확률이 높아지는지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어야 한다.
도대체 그러한 근거가 무엇인가? 그저 고서에 나와 있고 오랫동안 사용해왔으면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것인가. 이것이 먼 미래의 대명사처럼 사용되던 '2020년'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있는 현대의 문명국가에서 가능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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