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수술 손해배상소송의 쟁점
가. 암수술을 하는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수술을 시행함에 있어 사전에 주변 장기의 손상 및 그로 인한 출혈에 대비한 만반의 조치를 취하고, 복강경 삽입경로에 인접한 동맥, 정맥과 충분한 거리를 두어 주변 혈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림프절을 박리하고 혈관을 결찰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주요 혈관이나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박리 및 절제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나. 사건의 쟁점
이번 사건은 직장암 수술 과정에서 대량 출혈이 발생해 환자가 사망에 이른 사례다. 사건의 쟁점은 수술을 하는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대량출혈을 초래했는지 여부다.
직장암 진단받고 수술 결정
환자(당시 70대)는 약 7개월 전부터 발생한 항문 출혈을 이유로 피고 병원에 내원해 검사를 받았는데 항문 수지검사 결과 항문에서 상방으로 8cm 부위에 종괴가 관찰되었다.
이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한 결과 항문 12cm 상방에 직장암 증상이 보였지만 그 부위가 좁아져 대장내시경이 더 이상 관통하지 못했는데 복부 CT 검사 결과 직장암으로 판정되었다.
이에 의사는 환자의 장남에게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고, 원고는 저위전방절제술을 희망했다.
직장암 수술 도중 대량 출혈 발생
피고 병원 의사는 복강경을 이용한 저위전방절제술 방식으로 직장암 제거수술을 시행했다. 의사는 항문으로부터 8cm 위쪽에서 공 모양의 직장암 종괴를 확인했고, 종괴 주변의 침윤성 유착도 확인했다.
이에 피고는 종괴 제거를 위해 직장간막을 박리하기 시작했는데 그 박리 중 천골(엉치뼈) 전막에도 직장암이 침범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그 부분 종양의 제거를 시도하던 중 대량 골성 출혈(뼈에서 출혈이 일어나는 것)이 발생했다. 이에 피고는 즉시 압박지혈을 실시했지만 출혈이 멎지 않아 결찰지혈을 시도했다.
이어 수혈을 시작해 적혈구 22유닛, 신선동결혈장 5유닛을 수혈했지만 지혈이 여의치 않아 개복수술로 전환해 지혈을 계속 시도했지만 과다 출혈로 사망하고 말았다.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그러자 환자의 보호자인 원고들은 직장암이 뼈에 유착된 것을 발견했다면 수술을 중단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아 대량 출혈을 초래했고, 출혈이 발생했을 때 즉시 개복수술로 전환했어야 함에도 시기를 놓쳐 지혈에 실패한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심 법원의 판단(원고 일부 승소)
피고 의사는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만연히 절제술을 시행하다가 주변 조직 또는 혈관에 손상을 가해 출혈을 발생시키고도 혈관결찰을 완전하게 하지 못하는 등 술기상의 과실로 인해 환자로 하여금 과다출혈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대법원의 판단(파기 환송)
가. 피고 병원의 술기상 과실 여부
저위전방절제술에 따르는 합병증 중에는 출혈(0.6%)도 있고, 유착이 심한 경우에는 아무리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도 주위 조직의 손상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복부장기에 대한 수술을 시행할 때 출혈, 감염, 장유착, 문합부유출, 재수술, 예측하지 못한 심정지 가능성이 모두 있을 수 있으며, 이 모든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출혈은 저위전방절제술을 포함한 복부장기 수술의 일반적인 합병증 중 하나라 할 것이다.
또 저위전방절제술을 통틀어 출혈 발생 가능성이 평균 0.6%라 하더라도 수술부위의 유착이 심하면 출혈 가능성이 그보다 높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의 수술부위 조직의 유착 정도 및 그 박리 시 출혈 가능성에 관해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은 채 평균 출혈 발생 가능성이 0.6%라는 점만 들어 수술 후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거나 이에 따라 출혈 발생이 피고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울러 이 사건과 같이 골반 깊숙한 부위에서 출혈이 있으면 지혈이 매우 어렵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가 지혈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2심 재판부는 환자의 사망이 피고의 술기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말았다. 이런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사고에서의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설명의무 위반 여부
환자가 성인으로서의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친족의 승낙으로 환자의 승낙을 갈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2심 법원은 피고 의료진이 수술 전 환자의 아들이자 보호자인 원고에게 환자의 상태, 수술의 내용 및 후유증을 설명했으므로 피고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환자가 직접 의사의 설명을 듣고 수술에 동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환자 본인이 아니라 그 아들에게 설명했다는 것만으로는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환자가 원고를 통해 피고 의료진의 위와 같은 설명 내용을 전달받아 파악했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채 피고 의료진이 환자 본인이 아니라 원고에게 설명한 것만으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단정한 원심의 판단은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글 번호: 34792번 13843번
2021.05.30 - [안기자 의료판례] - 직장암 수술후 항문 통증…알고 보니 의사의 어이없는 과실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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