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농양 경피적 배액술로 고름 배출 안 되면 수술해야 하나
간농양은 간 안에 고름(농양)이 생기는 것으로, 발열, 상복부 통증, 구역질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치료 방법은 항생제 치료와 고름을 배출하는 배농술이 있다.
항생제를 투여하고, 배액관을 삽입하는 경피적 배액술이 대표적인 치료 방법이지만 고름이 잘 배출되지 않으면 외과적 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수술에 의한 배액술은 높은 사망 확률을 내포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간농양을 치료하는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과 임상 상태, 치료 당시의 의료 수준 등을 고려해 치료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아래 사례는 다발성 간농양 환자에 대해 항생제를 투여하고, 경피적 배액술을 시행했지만 배농이 잘 되지 않다가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른 사안이다.
간농양 환자 경피적 배액술로 고름 배출 실패
환자는 12월 2일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이 발생하자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의 응급실에 내원했다. 의료진은 혈액검사, 복부 CT 검사 등을 거쳐 다발성 간농양으로 진단한 후 환자를 입원시켰다.
당시 환자는 패혈증이 의심되는 전신 염증반응이 있었다. 의료진은 환자의 간 우엽 부위에 생긴 5cm 크기의 농양 두 군데에 배액관을 삽입하는 경피적 배액술과 함께 항생제 치료를 시작했다.
그런데 염증 반응수치가 다소 호전된 것 외에 고름을 뽑아내는 배농 치료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의료진은 영상의학과에 협진을 의뢰했고, 그 결과 농양이 작은 격벽(칸막이)들로 이루어져 있어 액화 여부에 따라 배농 양이 적을 수 있으므로 초음파로 추적 관찰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항생제를 투여하면서 12월 9일 CT 촬영을 한 결과 간농양이 약간 커지고, 오른쪽 폐에 흉수가 많이 찬 것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12월 12일 혈액검사 결과 파종성 혈관 내 응고증(선행 질환으로 응고 촉진인자가 혈관 안에 유입되어 광범위하게 혈전이 형성되고, 출혈을 야기하는 증후군), 간 효소수치 상승, 여전히 높은 염증 반응수치 등을 확인했다.
환자는 경피적 배액술에 의한 배농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인 통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했고, 의료진은 12월 14일 환자의 간 우엽에 위치한 농양 한 군데에 경피적 배액술을 다시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환자 보호자를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 했지만 다음 날 간농양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안타깝게도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자 환자의 유가족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이 외과적 배액술을 고려했어야 함에도 경피적 배액술만 반복 시행한 과실로 인해 간농양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심 법원의 판단
2심 법원은 피고 병원의 과실을 일부 인정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음은 판결 이유를 정리한 것이다.
간농양의 배농방법 중 외과적 배액술 또는 절제는 환자에게 부담이 커 경피적 배액술을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그러나 농양이 크고 내부에 격벽이 있는 다발성 간농양, 고름의 점성도가 높아 경피적 배액술을 통한 배액이 잘 되지 않는 경우, 농양 위치가 간 깊숙한 곳이어서 경피적 배액술이 어려운 경우 등에는 외과적 배액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심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실시한 경피적 배액술 방식으로는 배농 양이 극히 미미하거나 농양 위치상 배액관 삽입조차 이루어지지 못했다”면서 “그럼에도 의료진은 항생제 치료로 환자의 패혈증 증상이 호전된 동안 재차 경피적 배액술만 시도하다가 실패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심 법원은 “당시 환자에 대한 외과적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만한 상황이라는 입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의료진으로서는 외과적 배액술을 적극 고려했어야 함에도 배농 효과가 거의 없는 경피적 배액술만 반복 시도했다”면서 “이런 점에서 의료진은 환자의 간농양과 이로 인한 상태 악화를 지연하거나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라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2심 법원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2심 법원으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다음은 대법원의 판결 이유를 정리한 것이다.
대법원은 “환자의 농양은 다발성인 데다 좌우로 5cm 내외의 크기로 흩어져 이미 간 전체에서 상당한 부피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작은 격벽들로 이루어져 충분히 액화되어 있지도 않아 배농 시도 자체가 쉽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또 대법원은 “환자는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할 당시부터 체온, 호흡, 맥박, 백혈구 수치 및 염증 반응수치 등에서 패혈증을 의심할 만한 전신 염증반응을 보이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항생제를 투여해 일부 패혈증 증상이 호전되었다고는 하지만 일주일 만에 농양의 크기가 커지고 폐에 흉수가 찼으며 통증과 호흡 곤란이 지속되는 등 수술을 통한 배농을 실시할 수 있는 정도의 임상 상태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런 점을 종합할 때 의료진이 항생제 투여와 경피적 배액술을 순차적으로 실시하면서 예후를 추적검사하고 관찰해 왔지만 그 사이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이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의뢰에 따라 진료기록을 감정한 의사들의 견해도 제각각이었다.
1심 법원 감정의사는 “다발성이고, 충분히 액화되어 있지 않으며 그 크기가 큰 농양의 경우 환자의 상태가 나쁘면 수술이 불가능할 수 있고, 경피적 배액술로 배농이 잘 되지 않았다면 수술 효과 또한 없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소견을 피력했다.
반면 2심 법원 감정의사는 “간농양이 액화되지 않았더라고 격벽으로 농양이 나뉘어 있다면 외과적 배액술을 시행하는 것이 가능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면서도 “실제 수술 기술이나 방법과 관련해서는 외과에 문의해 봐야 한다”라고 회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의료진이 환자에게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유지한 것이 증상이나 상황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거나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과실로 볼 만한 정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라고 결론 내렸다.
특히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경피적 배액술로도 환자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을 당시를 기준으로 외과적 배액술이 실제 가능한 상태였는지, 수술 기술이나 방법, 수반되는 위험성은 무엇인지, 수술을 받았더라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인지를 전문의 감정을 거쳐 확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당시 환자의 임상 상태나 의학 상식에 비춰 경피적 배액술 외에 외과적 배액술을 실시하는 것이 통상의 의사라면 당연히 선택할 만한 정도였는지를 면밀히 살펴 해당 조치를 취하지 않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 유무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심 재판부가 환자에 대한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의료진의 입증이 부족하다면서 수술적 배농을 실시하지 않은 것에 곧바로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했다”라면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 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글 번호: 264434번. 간농양 사망 사건의 판결문이 필요하신 분은 아래 설명대로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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