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경막 외 출혈 수술 늦어 다리 하지 마비
요추 MRI 검사 등에서 상당량의 척추 경막 외 출혈(혈종)이 드러나고 환자에게 이와 관련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상황이라면 의료진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첫째, 정확한 진단을 통해 응급 상황을 대비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경과 관찰을 해야 한다. 환자에게 당장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이 보이지 않아 보존적 치료를 하더라도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환자를 안정시키고, 복용 중인 약물을 확인해 출혈성 경향이 있는 약물이 있다면 복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나타나면 신속히 수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경과를 관찰하는 게 필수적이다.
셋째, 출혈 방지를 위해서는 혈액응고 검사를 시행해 혈액응고 수치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비타민 K나 신선동결혈장 투여 등의 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안은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서 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진단을 받았지만 뒤늦게 척추 경막 외 출혈 진단 아래 수술 했지만 다리 마비가 발생한 사례다.
경막 외 출혈 뒤늦게 수술했지만 다리 마비
원고는 10월 2일 허리 통증이 심해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당시 피고 병원 정형외과 전공의 A는 요추(허리 뼈) MRI 검사를 시행한 뒤 요추 4-5번 척추관 협착증, 좌측 추간판 탈출증(디스크)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원고에 대한 요추 MRI 검사에는 추간판 탈출증, 척추관 협착증뿐만 아니라 흉추(등뼈)와 요추에 걸쳐 상당량의 경막 외 출혈이 있었다.
그런데도 전공의 A는 원고에게 다음 날부터 5일까지 휴일이어서 담당 교수가 회진하지 않고, 입원을 하더라도 수술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원고는 일단 집 근처 정형외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나빠지면 다시 진료를 받으러 오겠다고 했다.
전공의 A는 원고를 K 정형외과로 전원 조치하면서 응급환자 전원 의뢰 및 동의서를 작성해 주었다.
A가 작성한 진료 소견에는 ‘환자는 영상 의학적 검사에서 요추 4-5번 척추관 협착증과 좌측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되어 보존적 치료를 받기 위해 전원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원고는 10월 2일부터 K 정형외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는데 4일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에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이에 10월 6일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흉추(등뼈) 9번과 12번 사이 경막 외 출혈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원고는 경막 외 출혈 수술을 받았지만 다리가 마비되어 기립자세 유지와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원고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
그러자 원고는 피고 병원 전공의 A가 K 정형외과로 전원 조치하면서 경막 외 출혈 증상에 대해 알리지 않아 수술 시기를 놓쳤고, 이 때문에 다리 마비가 발생했다며 피고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피고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음은 2심 법원의 판결 이유를 정리한 것이다.
2심 법원은 “원고에 대한 요추 MRI 검사를 하고, 흉추 12번부터 요추 1번에 걸친 척추 경막 외 출혈 등 출혈이 나타났음에도 전공의 A가 수술이 아닌 보존적 치료방법을 선택해 K 정형외과로 전원 조치한 것은 진료 방법의 선택에 있어 합리적인 범위에 있으므로 여기에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또 2심 법원은 “전공의 A가 원고를 K 정형외과로 전원 하면서 통상적 업무 처리에 따라 요추 MRI 검사 결과 등 의료 정보를 제공했을 것으로 보이고, 전공의가 전원 조치 과정에서 출혈 증상을 알리지 않아 원고가 신속하게 수술을 받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판단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다음은 대법원의 판결 이유를 요약한 것이다.
원고가 요추 MRI 검사 후 피고 병원 응급실에 머문 동안 요추 MRI 검사 결과에 대해 영상의학과 의사가 판독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
또 전공의 A는 원고에 대한 응급실 진료기록이나 응급환자 전원 의뢰 및 동의서에 ‘요추 4-5번 척추관 협착증과 추간판 탈출증’이라는 진단명만 기재했을 뿐 척추 경막 외 출혈 진단은 기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런 상황에서 먼저 전공의 A는 영상의학과의 판독 없이 요추 MRI 영상을 자체적으로 확인하면서 상당량의 척추 경막 외 출혈을 진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1심 법원이 원고의 신체 감정 촉탁을 한 결과 감정 의사도 ‘척추 경막 외 출혈 양이 상당하고 이런 출혈이 척수를 압박했다는 것이 확인된다. 당시 원고에게는 이와 같은 척추 경막 외 출혈에 의한 척수 압박에 따른 요통 증상이 발생하고 있었다’라고 회신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만약 전공의가 원고에 대한 척추 경막 외 출혈을 진단하지 못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검사와 치료를 다하지 않았을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만약 전공의가 척추 경막 외 출혈을 진단해 원고를 전원 시키지 않고 입원 상태에서 경과 관찰을 했거나 전원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정형외과 의료진이나 원고 또는 보호자에게 설명했더라면 원고에게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속하게 수술해 하지마비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했을 수도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런 점을 종합해 2심 법원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리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2심 법원에 환송한다고 결론 내렸다.
전공의가 원고에 대한 요추 MRI 검사에서 척추 경막 외 출혈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전공의가 이를 진단하지 못했다면 그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는지, 보존적 치료가 적절한 조치였는지 등을 다시 심리해 전공의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와 피고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 여부를 판단하라는 것이다.
글 번호: 217533번. 척추 경막 외 출혈로 하지 마비 발생 사건의 판결문이 필요하신 분은 아래 설명대로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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