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 엄마가 살고 계신 점촌 시골집에 가기 위해 아침 7시경 집을 나섰다.
용인에서 시골집까지는 길이 막히지 않으면 승용차로 약 2시간 30분 걸린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여기저기 벚꽃이 만개했다. ‘올해도 벚꽃구경 제대로 한번 하지 못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니 씁쓸하다. 왜 이렇게 여유가 없을까?
점촌, 용궁을 지나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위만을 지나 덕계에 접어들어 차를 몰고 가는데 오른쪽에 벚꽃길이 눈에 들어왔다.
끝없이 펼쳐진 벚꽃이 너무 예뻤다.
옆 동네에 이렇게 멋진 벚꽃길이 있다는 걸 56살이 되도록 왜 몰랐던 걸까?
문득 엄마와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한테 덕계 쪽에 벚꽃이 만개했다고 말했다.
엄마도 모르는 듯했다.
그래서 오후에 비가 오기 전에 꽃구경 가자고 했다.
대뜸 "지천에 꽃인데 그 뭐 볼 게 있다고 꽃구경을 가냐?"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듯했다.
그런 반응이 나올 줄 짐작은 했지만 잠깐 '가야 하나?' 망설여졌다.
그래도 마음먹은 김에 엄마를 재촉했다.
사실 내가 더 꽃구경을 가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엄마는 “그럼 얼른 갔다 오자”며 마지못해 응했다.
엄마 휠체어를 차 트렁크에 싣고 벚꽃구경에 나섰다.
내 기억에는 엄마와 꽃구경을 간 적이 없다.
이웃마을 덕계까지는 차로 5분 거리.
벚꽃이 활짝 핀 길 가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서 휠체어를 꺼내 엄마를 앉혀드린 뒤 천천히 같이 걸었다.
족히 1km는 될 것 같은 벚꽃길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아름드리 벚꽃나무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렇게 이쁜 벚꽃길을 산책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엄마한테 어떠냐고 물었다.
이웃 동네에 이런 벚꽃길이 있는 줄 몰랐다고 했다.
엄마는 난생 이런 꽃구경은 처음이라고 했다.
올해 94세인 우리 엄마.
평생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꽃구경 한번 가질 못한 우리 엄마.
작년에는 치매 5등급까지 받았다.
엄마의 인생이 너무 가련하다.
내년에도 이 꽃길을 엄마와 다시 걸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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