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예방관리법 시행령이 장애일시보상금의 지급 대상이 되는 '예방접종으로 후유장애를 입게 된 사람'을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한 장애등급의 요건을 갖춘 사람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감염병예방관리법의 위임취지에 어긋난다는 판결.
아울러 다른 이유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한 것으로서 위법, 무효라고 본 판결.
사건: 장애일시보상금 부지급결정 취소
판결: 원고 승
사건의 개요
원고는 D사 직원으로 위 회사의 지시에 따라 의료법인 000의료재단이 운영하는 건강증진센터에서 계절독감에 대한 예방접종으로 플루미스트를 투여받았다.
원고는 그후 주간에 졸음이 쏟아지는 증상을 느끼고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였고, 같은 해 12. 24. 상세 불명의 비기질적 수면장애,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
원고는 그 이후로 증상이 악화되어 갑자기 전신에 힘이 빠져 쓰러졌고, 같은 해 3. 19., 같은 해 5. 20., 같은 해 8. 1., 같은 달 29일 졸음운전으로 톨게이트의 발권기를 들이받거나 전방 차량의 후미를 추돌하는 등의 교통사고를 내기도 하였다.
원고는 탈력발작을 일으켜 같은 달 25일부터 26일까지 대학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통하여 기면병 확진을 받았고, 상병명을 기면병과 허탈발작(Narcolepsy and caraplexy), 최종 노동능력상실율을 69%, 미국의학협회(AMA)식 장해평가 기준 장애등급을 3단계로 평가한다는 취지의 후유장해진단을 받았다.
기면증
기면증은 낮 시간에 과도하게 졸립고 REM 수면의 비정상적인 발현, 즉 잠이 들 때(입면, hypnagogic)나 깰 때(각성) 환각, 수면 마비, 수면 발작 등의 증상을 보이는 신경정신과 질환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원고에게 장애3급 결정을 하고 장애일시금 2,266,000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그 뒤 피고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이 사건 예방접종으로 기면병이 발병하였다’는 이유로 감염병예방관리법에 따라 일시보상금의 지급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피고 질병관리본부장은 ‘원고가 백신을 접종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였으나 백신에 의한 가능성이 불명확하다’는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 심의 결과를 통보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이의를 제기하였다.
그러자 피고는 ‘백신에 의한 기면증 발생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가능성이 있는 경우로 재판정하고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진료비 5,778,636원, 정액 간병비 1,050,000원 합계 6,828,636원을 보상하기로 결정하였으나, 장애 일시보상금 부분은 기각하였다.
원고의 주장
피고 질병관리본부장이 이 사건 처분 시 장애 일시보상금 신청을 기각하는 이유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으므로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이 정한 이유제시 의무를 위반하였다.
감염병예방관리법 제71조 제1항이 예방접종으로 인하여 장애인이 된 사람에대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고, 원고가 이 사건 예방접종으로 인해 기면병 확진을 받고 노동능력상실율이 69%에 이르는 장애인이 되었다.
그러므로, 피고 질병관리본부장은 원고에게 감염병예방관리법 제71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장애 일시보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법원의 판단
1) 절차적 위법 여부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서 행정청이 처분을 하는 때에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행정청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행정구제절차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것이다.
원고는 감염병예방관리법 제71조 제1항, 제4항,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1항을 근거로 일시보상금 지급을 신청하였다.
이 사건 처분서에는 원고에게 진료비, 정액 간병비를 지급하되 원고의 장애 일시보상금 신청을 기각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고, 보상의 근거로 예방접종 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제시되어 있다.
원고가 피고의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지장이 없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 질병관리본부장이 처분의 이유와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법하 다고 할 수 없다.
2) 처분사유의 인정 여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해 볼 때, 원고는 예방접종으로 인해 감염병예방관리법 제71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제3호 소정의 장애인이 된 사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이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예방접종은 개인적으로 감염병의 위험과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유효적절한 방법으로도 기능한다.
예방접종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에 대한 피해보상은 개인의 손해를 보전해주는 사적인 구제기능 외에도 이를 통해 예방접종의 부작용 가능성을 두려워하는 국민을 안심시킴으로써 예방접종에 대한 국민적 협조를 얻기 위한 공적인 기능도 담당한다.
나아가 감염병예방관리법 제6조 제1항은 국민에게 감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활동에 적극 협조할 의무까지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감염병예방관리법 제71조 제1항이 정한 보상은 단순히 시혜적 차원의 조치가 아니라 국가의 예방접종정책에 따른 국민이 아무런 과실 없이 부작용을 입게 된 경우 그 희생에 대한 회복조치로 봄이 타당하다.
감염병예방관리법 시행령 제29조 제3호는 예방접종으로 장애인이 된 경우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한 장애등급에 따른 일시보상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상 장애인이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장애인복지법령이 보호대상 장애인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나 모든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보호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방접종으로 장애인이 된 경우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한 장애등급에 따른 일시보상금을 지급하는데, 위 장애등급에는 원고의 후유장애인 기면병과 허탈발작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외견상 원고가 피고 질병관리본부장에게 일시보상금을 청구할 법률상 근거가 없다.
그러나 감염병예방관리법의 목적, 예방접종사업의 필요성, 피해보상규정을 도입한 취지, 원고가 장애를 입게 된 경위 등을 고려할 때, 감염병예방관리법이 정한 예방접종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장애가 발생한 사람과 발생원인을 가리지 않고 장애가 있는 모든 사람을 보호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소정의 장애인을 보호의 정도에 있어서 같게 평가할 수 없다.
예방접종 과정에서 장애를 얻은 사람에 대한 보호의 정도가 더 강해야 함은 앞서 본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감염병예방관리법 시행령 제29조 제3호가 예방접종으로 후유장애를 입게 된 사람을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한 장애등급의 요건을 갖춘 사람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감염병예방관리법의 위임취지에 반하고, 감염병예방관리법에 따라 보호받는 비슷한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
원고가 기면병과 허탈발작을 상병명으로 AMA식 장해평가 기준으로 69%의 노동능력상실 판정을 받았는바, 위 증상과 노동능력상실률에 비추어 원고는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감염병예방관리법 시행령 제29조 제3호의 일시보상금 지급대상에 해당하지 않음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 시행령 규정이 위와 같은 내용의 원고의 후유장애를 제외하는 부분에서는 무효이므로, 위법하다.
판례번호: 5392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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