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판정을 받자 조직검사 결과지를 교부받아 다른 대학병원에서 유방절제술을 했지만 암세포 미검출…다른 환자의 조직검체 슬라이드 대출.
사건: 손해배상
판결: 1심 원고 일부 승, 2심 원고 일부 승, 대법원 파기환송, 2심 항소 취하
사건의 개요
피고 ◆◆병원 외과의사인 원심 공동피고 김△△은 2005. 11. 15. 원고에 대한 유방초음파검사를 시행, 원고의 오른쪽 유방과 왼쪽 유방에 종양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미세침을 종양에 삽입해 조직을 채취한 후 병리과에 조직검사를 의뢰했다.
◆◆병원 병리과 의료진은 떼어낸 조직을 파라핀 블록으로 만들고, 파라핀 블록의 일부를 얇게 절제해 H&E 염색된 슬라이드(이하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만든 후 이를 검사해 오른쪽 유방의 종양을 침윤성 유방암, 왼쪽 유방의 종양을 유방 양성종괴로 진단했다.
김△△은 위 검사결과를 토대로 2005. 11. 28. 유방절제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원고는 다시 정확하게 진단받은 후 유방절제술 등의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서 조직검사 결과지, 의무기록 사본, 초음파 사진을 복사한 CD 등을 교부받아, 같은 날 피고 □□대병원에 내원해 외과의사인 피고 노●●에게 진료를 의뢰했다.
피고 노●●은 내원 당일 원고에 대해 간단한 촉진 등의 검사를 시행한 후 ◆◆병원의 조직검사 결과지와 진단서를 신뢰해 원고의 오른쪽 유방에 대한 절제수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피고 노●●은 2005. 11. 30. 병변의 정확한 위치 및 범위를 알고, 유방 내 다른 악성병변 등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유방 초음파검사 및 유방 MRI 검사 등을 시행했다.
검사 결과 오른쪽 유방 10시 방향, 8~9시 방향 및 왼쪽 유방 3.5시 방향에 각 종양이 발견됐고, 그 외 양측 유방에 다발성 병변이 존재하는 등 ◆◆병원의 검사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소견을 보였다.
피고 노●●은 원고의 오른쪽 유방 10시 방향에 있는 종양을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한 종양으로 추정하고, 그 외에 8~9시 방향에 존재하는 종양도 유방암의 가능성이 있는 병변으로 판단해 오른쪽 유방의 1/4 부분을 절제했다.
또 암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임파선을 절제하며, 왼쪽 유방의 종양도 악성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절제생검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2005. 12. 2. 원고에 대해 우측 유방 사분위절제술 및 림프절절제술과 좌측 유방종괴절제술을 시행했다.
그런데 유방절제술을 통해 떼어낸 오른쪽 유방의 종양조직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병원에서 원고의 조직검사 슬라이드 및 파라핀 블록을 각 대출받아 암세포 검출 여부를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병원 병리과 의료진이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다른 환자의 조직검체에 원고의 라벨을 부착한 것이 밝혀졌다.
원고의 오른쪽 유방 종양에 대한 최종적인 조직검사결과도 '다발성 관상피 세포 증식증' 등의 양성병변으로 진단된 사실을 인정했다.
대법원 판단
원심은 ◆◆병원의 조직검사 결과만을 믿고 촉진 외에 별다른 검사 없이 바로 유방절제술을 결정하고 이 사건 수술을 시행했는 바 이는 유방절제술을 시행하는 의사에게 평균적으로 요구되는 진단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조직검사와 암 확정 진단 과정의 특수성에, ◆◆병원의 조직검사가 이 사건 수술 직전에 이루어졌고 ◆◆병원에서 암 확정 진단의 근거가 된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보관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필요할 경우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대출받아 재판독할 수 있었던 점, 피고 노●●이 이 사건 수술을 하기 전에 유방초음파 및 유방 MRI 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도 오른쪽 유방의 소견이 ◆◆병원의 검사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따라서 ◆◆병원의 병리과 의료진에 의한 '침윤성 유방암' 판정 결과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었다.
또 피고 노●●은 위와 같은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사분위절제술을 통해 원고의 오른쪽 유방의 10시 방향 종양 및 유방암의 가능성이 있는 8~9시 방향의 종양도 모두 제거했다.
이는 원고의 오른쪽 유방의 종양이 ◆◆병원에서 암으로 확정 진단된 상황이었으므로 어느 병변이 암으로 판정되더라도 두 개의 종양을 모두 포함하는 사분위절제술은 적정한 수술범위로 보인다.
이런 여러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 노●●으로서는 조직검사 슬라이드 제작 과정에서 조직검체가 뒤바뀔 가능성 등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대비해 원고로부터 새로이 조직을 채취하여 재검사를 실시하거나, ◆◆병원에서 파라핀 블록을 대출받아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다시 만들어 재검사를 시행한 이후에 유방절제술을 시행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원고는 ◆◆병원의 진단 결과를 믿지 못하고 우측 유방의 종양이 암인지 여부를 다시 정확하게 진단받기 위하여 피고 □□대병원에 내원한 것이고, 원고의 유방암은 초기 상태로 유방절제술을 당장 시행해야 할 급박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피고 노●●으로서는 ◆◆병원 병리과 의료진의 판독 오류 가능성에 대비해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대출받아 재판독을 하게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병원의 병리과 의료진의 과실로 조직검사 슬라이드 제작 과정에서 조직검체 자체가 뒤바뀐 것이므로, 위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대출받아 재판독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침윤성 유방암으로 판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와 달리 피고 노●●에게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유방절제술을 시행하는 의사에게 평균적으로 요구되는 진단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사의 의료행위에 있어서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 □□대병원, 노●●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원심은, ◆◆병원 병리과 의료진은 원고의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암세포를 가지고 있던 다른 환자의 조직검체에 원고의 라벨을 부착해 판독한 과실로 실제로는 양성변병이었던 원고의 오른쪽 유방의 종양을 침윤성 유방암으로 오진했다.
이로 인해 그 조직검사 결과지 등을 제출받은 피고 □□대병원에서도 이를 신뢰해 잘못된 유방 절제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피고 학교법인 ◇◇대는 ◆◆병원 병리과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조직검사 슬라이드 제작 오류 및 유방암 판독상의 과실과 이 사건 수술로 인해 입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피고 □□대병원, 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위 피고들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학교법인 ◇◇대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해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례번호: 대법원 4916번(2009다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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