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3분진료시스템’이다. 수가가 낮다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환자들을 ‘빨리빨리’ ‘많이’ ‘박리다매식’으로 진료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환자들은 불안하다.
이런 정글과도 같은 의료생태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물론 의료분쟁은 극히 예외적으로 발생할 뿐 빈번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음은 유방암 진단과 관련한 의료분쟁 사례들이다.
사진: pixabay
#1 A는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자 의원을 방문했고 악성종양보다 지방종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의사로부터 조직검사를 통해 악성종양인지 여부를 진단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이에 한동안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지내다가 멍울이 점점 커지는 듯하자 4개월 뒤 다시 병원을 방문해 조직검사를 한 결과 유방암 3기로 진단받았다.
#2 B는 병원에서 매년 건강검진을 받아왔는데 유방 X선 검사 결과 우측 유방에 림프절 또는 양성 결절 소견을 보이고, 드물게 유방암 가능성도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외과진료 및 유방초음파 검사를 권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B는 그 뒤 3차례 더 같은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별다른 이상 소견이 없었다.
하지만 조직검사에서 유방암 확진을 받아 대학병원에서 좌측 유방 부분 절제 및 림프 10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유방암 2기로 판명됐다.
#3 C는 왼쪽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고, 통증이 있자 산부인과의원에서 유방 초음파검사를 받았는데 왼쪽 유방의 상외측 부위에서 종괴가 발견됐지만 의사는 염증으로 진단해 항생제와 소염제를 처방했다.
환자는 같은 증상이 계속되자 다시 유방 초음파 검사를 받은 결과 석회화 소견이 있는 종괴 두 개가 발견됐고, 대학병원에서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았다.
#4 D병원 병리과는 피해자 김모 씨의 조직검사 슬라이드가 아닌 다른 환자의 파라핀 블록으로 병리조직 슬라이드를 만드는 과실을 범했다.
결국 김씨는 이런 병리과의 업무상 과실로 오른쪽 유방 부위를 1/4 가량 절제하는 상해를 입었다.
#5 E씨는 오른쪽 유방의 혹을 발견하고, 대학병원에서 침윤성 유방암으로 확진 받아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러던 중 유방암이 뇌 연수막으로 전이됐다고 진단을 받아 10회에 걸쳐 뇌 방사선 치료를 했지만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퇴원했다.
그런데 E씨는 다른 대학병원에서 요추천자 검사를 한 결과 뇌 연수막 전이가 아니라는 진단이 나왔다. 여기에다 유방의 종양 역시 암이 아닌 섬유종으로 판정됐다.
#6 F는 A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고, B병원에서 유방절제수술을 했는데 떼어낸 종양조직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확인한 결과 A병원이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다른 환자의 조직검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7 G는 병원에서 질 분비물과 가려움증을 호소하며 자궁세포도말검사, 자궁초음파검사, 유방촬영술을 받았는데 병원 영상의학과 의료진은 담당 의사인 윤00에게 ‘양측 유방은 모두 치밀유방이고 우측 유방의 상외부에 국소적으로 미세석회화가 관찰되므로 압박-확대 유방촬영술과 양측 유방에 대한 초음파 검사를 권유한다'고 회신했다.
그런데 윤OO은 G에게 유방에 다른 증상이 없다고 했고, G는 다른 의원에서 우측 유방의 종괴에 대한 침생검을 받은 결과 침윤성 유관암으로 진단받아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법원의 판단
“의사가 일단 악성종양일 가능성을 인식하였다면 환자에게 악성종양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확진을 위한 추가적인 검사방법으로 조직검사를 적극적으로 권유했어야 한다.
아울러 향후 유방암의 존부에 관하여 지속적인 관심과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방암의 발병 및 전이속도, 치료방법, 요양방법 등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유방의 멍울이 만져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는 유방 초음파 검사, 유방 촬영술과 같은 영상의학적 검사를 통해 종괴의 상태를 관찰하고, 악성종양의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경우 단기간의 추적검사를 실시하거나 조직검사를 통해 악성종양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찜찜하면 다른 병원에서 한번 더 검사를 받는 것도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서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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