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하여 1심 법원은 당시 상황이나 피고인의 상태 및 술버릇, 피고인과 고소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사건 발생 후 정황, 당시 동석했던 참고인 진술과 엘리베이터 CCTV 영상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뒤집고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사례.
사건: 강제추행
판결: 2심 원심 파기, 벌금 300만 원,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공단 직원이자 노조본부장이고, 고소인 B(여)는 □□공단 일반직 직원이다.
피고인은 2018. 2. 12. 22:30경 숙박동 숙소에서 B, C, D와 함께 캔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 얼굴, 어깨를 수 회 쓰다듬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폭행으로 고소인에 대하여 추행하였다.
1심의 판단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공단 노동조합 본부지부장으로서 2018년 구정을 맞아 소속 조합원 격려차 □□공단 ◆◆원을 찾았다가 조합원들과의 저녁식사 및 호프집에서의 2차를 마치고 ◆◆원 숙박동에 있는 숙소로 돌아와 피고인의 일행인 D, C, 당시 임시로 숙박동에 거주하고 있던 조합원인 고소인 등 3명과 함께 캔맥주 등을 사서 마지막 술자리를 가졌다.
당시 피고인과 C는 이미 만취된 상태였고, 피고인과 고소인은 2차 자리에서 언쟁까지 벌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고소인은 주로 D와 공단 현안에 대하여 대화를 하였다.
이와 같이 대화에 겉돌던 피고인이 가끔씩 대화에 끼어들어 횡설수설하면서 손을 휘젓거나 제스쳐를 취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오른편에 앉아있던 고소인의 머리나 어깨, 얼굴 부위에 손이 닿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피고인이 손바닥으로 여러 번 고소인의 머리나 볼 등을 쓰다듬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상황이나 피고인의 상태 및 술버릇, 피고인과 고소인의 관계, 고소인의 대응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의도적 또는 적극적으로 고소인의 얼굴 등을 쓰다듬었다기보다는 고소인의 이야기를 끊거나 무시하는 동작을 취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손이 고소인의 얼굴 등에 닿았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이에 대하여 고소인은 피고인이 주사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몸을 옆으로 살짝 피하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을 무시하고 계속 D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 결과 피고인과 고소인 사이에서는 위 신체접촉을 전후하여 내용 여하를 불문하고 정상적인 대화 자체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고소인은 다음날 문자메시지로 피고인에게 전날의 행위를 지적하며 사과를 요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추태를 부려 죄송하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그 무렵 공단 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고 노동조합 게시판에 고소인을 음해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등 2차 피해가 속출하자 공단 내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함과 아울러 피고인을 형사고소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직장내 성희롱 등의 사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다.
이런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에 어떠한 성적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징계사유로서 직장내 성희롱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의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는 부족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다.
검사의 항소
신빙성 있는 피해자 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추행의 고의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피고인이 의도적 또는 적극적으로 피해자의 얼굴 등을 쓰다듬었다기보다는 피고인의 손이 피해자의 얼굴 등에 닿은 것이라고 보고, 피고인의 행위에 어떠한 성적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를 추행의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대법원 판례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도 포함된다.
이 경우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
또한,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3도5856 판결).
2심 법원의 판단
피해자 진술은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와 대화를 하면서 손을 휘젓거나 제스쳐를 취하다가 피고인의 손이 피해자에 닿은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머리, 얼굴, 어깨를 쓰다듬는 등의 방법으로 만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한 행위는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나아가 피고인에게는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가) 피고인과 피해자는 당시 직장 내 행사로 처음 만난 사이로 상호 양해가 없다면 머리, 얼굴, 어깨 부위를 만지며 신체 접촉을 할 사이가 아니다.
나) 피해자는 수사기관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분명하고 일관되게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 얼굴, 어깨 부위를 쓰다듬는 등의 방법으로 만졌고 이에 피고인을 피해 옆으로 좀 떨어져 앉으려 했다고 진술하였다.
다)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바로 다음날 문자 메시지로 피고인에게 머리를 여러번 쓰다듬은 것, 얼굴에 손을 댄 것 등을 지적하면서 당시 피고인의 행동으로 인하여 불쾌감을 느꼈고 거부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고 항의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메시지로 계속 죄송하다고 사과하였다. 피고인의 주장대로 대화 중 피고인의 동작이 다소 커서 손이 닿은 것에 불과하다면 피해자가 사건 바로 다음 날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항의를 하였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고 달리 피해자가 허위로 위와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낼 동기를 찾을 수 없다.
라) 피고인이 피해자를 포함한 일행과 이 사건 장소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내부가 찍혀 있는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말을 걸면서 피해자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갑자기 팔을 올려 피해자의 머리에 몇 초간 손바닥을 대면서 만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마) 피해자는 피고인의 행위로 상당히 기분이 나빴고 자신을 술집 여자로 생각하는 것 같아 모멸감이 들었으며 당시 바로 불쾌감을 표시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바) 피고인은 설령 피해자의 머리 등을 만지거나 쓰다듬었다 하더라도 추행의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당시 어떤 성적 의도가 없었으므로 추행의 고의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술자리에서 그날 처음 만난 여성인 피해자의 머리, 얼굴, 어깨에 갑자기 손을 대어 쓰다듬는 등 만지는 행위는 단순한 대화 중의 손짓이나 제스쳐를 넘어 객관적으로 보아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이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또한 피고인의 나이, 지위, 사회생활 경험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그와 같은 신체 접촉을 할 경우 피해자가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런 점에서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판례번호: 8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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