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무면허의료행위…주사제 및 주사기 재사용 집단감염

의원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무면허 진찰행위를 하고, 추나요법으로 척추 교정시술 뿐만 아니라 트리암주 등 주사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비정형 마이코박테리아 감염, 화농성 관절염, 농양, 염증성 관절염, 결핵균 감염 등의 집단 감염증을 초래한 사건.

사건: 손해배상

판결: 원고들 승소

 

사건의 개요

피고는 산부인과 전문의이며, 간호조무사 I와 함께 의원을 운영했다.

 

I는 허리, 어깨, 무릎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들에게 용태를 묻거나 엑스레이 필름을 판독하는 등의 진찰행위를 하고, 추나요법으로 척추 불균형상태를 교정하는 시술을 했다.

 

아울러 환자들의 통증 부위에 트리암주, 하이알주, 힐로니드루, 피록시캄주, 콘락스주 등의 주사를 투여하는 무면허의료행위를 하였다.

 

그런데 I로부터 주사제를 투여 받은 243명의 환자 가운데 원고를 포함한 61명에게서 비정형 마이코박테리아 감염, 화농성 관절염, 농양, 염증성 관절염, 결핵균 감염 등의 집단 감염증이 발생하였다.

 

I는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K의원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자 자살하였다.

 

피고는 △ I가 진료한 환자들을 마치 자신이 진료한 것처럼 가장해 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해 5천여만원 편취(사기) △진료기록부 허위작성 의료법 위반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취급하면서 장부를 갖추거나 다른 의약품과 구별해 비치, 보관하지 않은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주사제 투여 과정에서 위생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환자들로 하여금 비정형 마이코박테리아 감염, 슬관절 화농성 관절염 등의 상해를 입힌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공소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고의 사기, 의료법 위반, 마약류관리법 위반에 대해 유죄를 인정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해 확정되었다.

 

원고들의 주장

가. 주위적 주장

피고는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교정시술, 주사제 투여 등의 무면허의료행위를 하게 했고, 진료기록부를 조작했을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 위와 같은 의료행위의 위험성이나 부작용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원고들이 상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 대해 직접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한다.

 

나. 제1예비적 주장

설령 피고가 직접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I의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법원의 판단

1) 주위적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 본인의 구체적인 의료과실 존재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아볼 수 없는 이상, 단지 피고가 의료법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원고들이 입은 상해의 결과에 대해 직접 불법행위 책임을 진다고 할 수 없다.

 

2)제1예비적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I를 실제로 지휘 감독한 사실이 없다거나 또는 K의원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I에게 고용되어 단지 자신의 명의만을 대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설령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의사인 피고는 K의원에서의 의료행위와 관련해 간호조무사인 I를 지휘 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으므로 I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이 사건 의료사고와 관련해서도 I의 사용자 지위에 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

 

이 사건 의원에 대해 합동조사반이 역학조사한 결과 환자들의 집단 감염은 트리암주 주사제, 일회용 주사기 및 주사침 자체의 제조, 유통 과정에서의 오염 때문이라기보다 주사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그 주사 부위를 통해 병원균이 침투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추나요법, 주사제 투여 등의 의료행위를 한 물리치료실은 바닥에 액체가 고여 있는 등 청결도가 낮은 상태였고, 주사제를 조제한 탕비실의 위생상태도 불량하였다.

 

탕비실 내 냉장고에는 쓰다 남은 다수의 트리암주 주사제가 음료수와 함께 보관되어 있을 정도로 약품 보관상태가 매우 불량하였다.

 

아울러 합동조사단의 현장조사 당시 탕비실 냉장고에서 주사제 조제에 사용하고 남은 다수의 트리암주가 발견된 정황으로 볼 때 I는 사용하고 남은 트리암주를 수일간 보관하다가 다른 환자의 주사제 조제시 이를 재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여 주사제 잔량의 보관 및 그 이후의 주사제 조제 과정에서 병원균이 혼입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점 등에 비춰 보면 I의 위와 같은 의료과실 외에 원고들에게 감염증이 발병할 만한 다른 원인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상 원고들의 감염증 발병과 I의 위와 같은 의료과실 사이의 인과관계는 추정된다고 할 것이다.

 

판례번호: 54602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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