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이 사고 쳤는데 욕은 요양병원…넘쳐나는 오보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구별 못하는 기자들②

2019년 이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노출된 요양병원, 요양시설(요양원) 관련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하고, 사실관계가 불명확하거나 잘못된 기사를 정리했습니다.   

 

 

6. 요양원에서 벌어진 폭행이 요양병원 사건으로 둔갑
노인폭행은 매우 민감한 사안인데 요양원에서 발생한 사건을 마치 요양병원에서 벌어진 것처럼 기사화한 사례가 적지 않아 기사를 작성할 때 신중해야 한다.

사례1 [Y매체 2019년 8월 23일자]
"80대 노인 요양원서 폭행 당해"...수사 착수

 

치매에 걸린 80대 노인이 요양원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양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매 노인이 폭행을 당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됐다며 관계자들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지난 14일 요양원에 입소한 88살 A 씨의 눈 주위에 피멍이 발견됐고, 이튿날 이를 발견한 가족이 요양원 원장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례2 [O매체 2019년 8월 23일자]
80대 노인 요양원서 폭행 당해, 경찰 수사 착수

 

치매에 걸린 80대 노인이 요양원에서 맞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양천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매 노인이 폭행을 당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요양원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요양시설, 요양병원은 의료기관의 한 종류. 환자에게 폭행을 가한 곳은 요양시설일까 의료기관일까?

 

7. 제목은 요양원, 기사 본문은 요양병원으로 표현

사례1 [M매체 2020년 1월 14일자]
요양원서 나온 간식 ‘초코파이’ 먹다가 60대 노인이 숨졌다

 

인천 한 요양원에서 초코파이를 먹던 60대 남성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14일 인천 계양경찰서는 전날 오후 3시 40분께 인천 계양구 한 요양병원에서 A(67) 씨가 호흡 곤란 증세를 호소하는 것을 요양원 직원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응급처치를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사례2 [또 다른 M매체 2020년 1월 15일자]
요양병원 간식 초코파이 먹던 60대, 호흡곤란으로 사망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 간식으로 나온 초코파이를 먹던 60대 남성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3시 40분경 인천시 계양구의 한 요양원에서 A씨(67)가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전혀 다른 기능을 하는 요양시설, 의료기관임에도 이런 식으로 기사를 작성하면 '요양원에서 초코파이를 먹은 노인이 요양병원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것을 요양원 직원이 발견해 신고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다.   

 

8. 인권침해가 발생한 곳은 요양원일까? 요양병원일까?
요양시설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시설이며, 병원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뿐만 아니라 일부 기자들도 의료기관으로 오해하는 게 현실이다. 특히 인권침해와 같이 민감한 사건을 다룰 때에는 사실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례1 [M매체 2020년 1월 23일자]
부산 요양원서 노인 환자 인권침해·학대 의혹···경찰 수사

 

부산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들이 환자를 확대했다는 의혹이 나와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이 요양원은 치매·중풍과 같은 노인성 질환을 가진 65세 이상 노인 등이 입소하는 시설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정황이 나온 지난해 9∼10월 병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례2 [N매체 2020년 1월 23일자]
동의 없이 결박? 요양원서 노인 인권침해 의혹 제기

기관 조사서 칸막이 없이 기저귀 교체 정황 포착
폭언 정황도…경찰 "다각적으로 수사“

 

부산의 한 요양원 직원들이 노인환자 인권을 침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강서구 명지동 A 요양원 직원들이 입원 노인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한 정황에 대해 강서구청 의뢰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23일 밝혔다. A 요양원은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 65세 이상 노인 등이 입소하는 정원 100명 규모의 시설이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행위는 현장조사에서 확인했으며, 노인을 동의 없이 결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병원 측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폭언 의혹을 받은 직원 1명은 병원 측이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청으로부터 지난달 31일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병원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기관 조사 전후 병원 CCTV를 확보하는 등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면서, "병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례3 [L매체 2020년 1월 23일자]
요양병원 입원 환자 학대 의혹…경찰 수사 착수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들이 환자를 학대했다는 수사 의뢰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강서구청은 A 요양원 직원이 칸막이나 가림막을 치지 않고 환자 기저귀를 교체했고, 보호자 동의 없이 테이프를 이용해 휠체어에 환자를 결박한 정확을 확인했다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습니다.

 

☞위의 두 기사가 사실이라면 경찰은 엉뚱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게 된다. '요양원'에서 심각한 인권침해사건이 발생했는데 해당 요양시설이 아닌 '병원' CCTV를 확보하고, '병원' 관계자를 상대로 수사를 한다? 요양원은 생활시설, 병원은 의료기관이다.

 

양자는 절대 짜장면과 짬뽕과 같은 관계가 아니어서 마구 혼용하면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의 기사가 탄생한다.

 

9. 노인요양시설의 의료인력, 진료과목, 진료시간을 알려준다?
노인요양시설(요양원 등)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시설이며 의사, 간호사를 채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와 달리 요양병원은 다수의 의사, 간호사가 반드시 상근해야 하는 의료기관이며, 노인요양시설이 아니다.

 

사례 [K매체 2019년 5월 1일자]
노인요양시설 중계 플랫폼 '케어닥', 이달의 우수 모바일 서비스로 선정

노인요양시설 중계 플랫폼 ‘케어닥’이 ‘2019 대한민국 모바일 어워드 이달의 우수 모바일 서비스’로 선정되었다.

 

‘케어닥’에서는 2만여 개에 달하는 전국 노인요양시설 정보를 제공하여 사용자들이 모바일 어플이나 웹페이지를 통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지역의 요양시설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시설에 대한 위치나 전화번호, 의료인력, 진료과목, 진료시간 등 기본 정보는 물론 입원환자의 현황, 욕창 발생 등 평가정보, 평가 등급과 병원비 등 세세한 정보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최근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발생한 폭행이나 학대 사건을 살펴보면 병원 이름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고 사용자가 부모님을 모셨다가 사건이 일어난 후에야 문제를 인식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정도 기사라면 소설에 가깝다. 노인요양시설은 첫째 의료기관이 아니다. 둘째 의사가 상근하지 않고 2주에 한번 방문진료를 하는 촉탁의사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의료인력, 진료과목, 진료시간, 입원환자 현황을 알려준다니 황당할 뿐이다. 

 

10. 요양원 폭행사건에 ‘병원’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
요양원은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 ‘입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요양원(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을 구분하지 못하는 대중들에게 이런 식의 기사는 폭행사건이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인식시킬 우려가 있다.

 

언론인이 요양시설, 요양병원 용어를 정확하게 구별해 사용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특정 집단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사례1 [Y매체 2020년 1월 20일자]
진해경찰서, 치매환자 때리고 수치심 유발 요양원장 입건

 

경남 진해경찰서는 자신이 운영하는 요양원 내 고령 치매 환자를 학대한 혐의(노인복지법 위반)로 요양원장 A(59·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병원 입원 환자 21명 중 18명∼19명이 기억을 제대로 못 하는 치매 환자여서 피해자는 더 있을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사례2 [C매체 2020년 1월 20일자]
창원서 치매노인 학대 의심되는 요양원장 입건

밥 제대로 안 먹는다며 숟가락으로 때려
가림막 없이 노인 기저귀 갈아 수치심 유발도

 

경남 창원시 진해경찰서는 자신이 운영하는 요양원에서 고령의 치매 환자를 학대한 혐의(노인복지법 위반)로 요양원장 A(여·59)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고발 건과 관계없이 해당 요양원은 지난 11월쯤 6개월 영업정지를 받아 병원 내 환자들이 타 병원으로 전원한 상태다.

 

사례3 [A매체 2020년 1월 21일자]
진해경찰서, 치매환자 때리고 막말한 요양원장 입건

 

자신이 운영하는 요양원의 고령 치매 환자를 학대한 원장이 입건됐다. A 씨는 지난해 8월 초부터 9월 말까지 일부 기간 입원한 치매 환자 B(88·여) 씨를 숟가락으로 몇 차례 때린 혐의를 받는다.

 

해당 병원 입원 환자 21명 중 18명∼19명이 기억을 제대로 못 하는 치매 환자여서 피해자는 더 있을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기자가 요양원을 병원으로 오해하고 있거나 위의 기사가 사실이라면 경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요양원 원장이 치매환자들을 학대한 사건인데 왜 병원에 가서 추가 피해자를 수사한다는건지 납득할 수 없다. 기사를 잘못 쓰면 이렇게 웃기는 상황이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