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처방오류 확인 안하고, 간호사가 약 투여해 의식불명

의사가 수술후 회복중인 환자에게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마취제를 처방했다면 병동 간호사는 해당 약제를 투여하기 전에 실수로 이렇게 처방한 것인지 확인할 의무가 있을까? 아래 사건은 이와 관련한 판결이다.

 

A씨는 하복부 연부조직의 횡문근육종 진단을 받고 F병원에 내원했고, 의료진은 우측 서혜부 횡문근육종 의증 진단을 하고 종양제거수술 등을 계획했다.

 

횡문근육종은 우리 몸의 연조직에서 발생하는 미분화된 종양인데 주로 5~9세의 소아기와 15~20세의 청소년기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원 정형외과 교수와 성형외과 교수는 환자의 하복부 종양과 양쪽 서혜부의 임파절 및 복근층 일부를 제거하고, 그 부위에 왼쪽 허벅지 살을 떼어 붙이는 종양제거 및 피부이식술을 시행했다.

 

그런데 마취과 소속 의사는 수술 당일 A에게 투여한 약제를 컴퓨터에 입력하면서 베큐로니움 브로마이드 1병을 적게 입력했다.

 

이 약제는 전신근육을 이완시켜 수술을 용이하게 하는 작용을 하는 마취보조제로서 수술 후 회복과정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에 그 수량을 맞추기 위해 다음날 실제로 위 약을 투여하지 않았지만 위 약을 처방한 것으로 입력했다.

 

베큐로니움 브로마이드는 앞서 본 경위로 컴퓨터 상으로만 처방에 포함되어 있었을 뿐 실제로 수술 다음날 투여 지시된 바도 없고, 실제로 투여되지도 않았다.

 

정형외과 전공의 J는 전날 성형외과 전공의 K가 투여하라고 지시한 약들을 그대로 다시 투여하는 처방을 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간과한 채 정형외과 주치의 I의 명의로 A에게 베큐로니움 브로마이드 1병을 주사하라는 내용을 포함한 투약처방을 했다.

 

병원 간호사인 피고인은 위 약이 병동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약으로서 호흡근을 마비시키는 약이라는 것을 간과한 채 위 처방에 따라 베큐로니움 브로마이드를 정맥주사해 그 자리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했다.

 

1심 법원의 판단
피고인에 대해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다.

 

피고인의 항소
"의사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에게 의사가 한 처방의 적정성 여부 또는 약효 등을 확인한 후 투약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 법원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간호사의 업무상 주의의무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위법이 있다."

 

2심 법원의 판단
병원의 간호사인 피고인은 수술 후 회복과정에 있던 피해자에게 수술 후에는 처방되지 않는 약으로서 수술실에서만 사용하는 베큐로니움 브로마이드가 처방되었으면 실수로 처방한 것인지 여부를 의사에게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그대로 투약한 잘못으로 인해 피해자를 의식불명의 상해에 이르게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의사의 지사에 따라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고, 평상시 간호사의 근무형태와 업무관행, 초범인 점, 피고인의 연령과 성행, 지능과 환경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이에 피고인을 벌금 200만원에 처한다. 글 번호: 38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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