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을 의심해 진단, 전원하지 않은 과실

환자가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소화불량, 설사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CT 검사에서 종양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추가 검사를 하지 않아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사안. 의료진의 추가검사 또는 상급병원 전원 의무와 관련된 사건이다.

 

환자는 E병원에 처음 내원해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호소했고, 의료진은 내원 당일 복부 CT 검사와 혈액검사를 시행해 위장염이 의심된다며 입원을 권유했다. 하지만 환자가 이를 거절했다.

 

환자는 6개월 뒤인 3월 7일 E병원을 다시 내원해 식후에 소화가 되지 않고, 신물이 올라오고, 목이 타는 느낌이 있으며 등 윗배로 가스가 차며, 대변은 하루 한번 묽게 본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위 내시경에서 출혈을 동반한 위궤양 의심을, 위 조직검사에서 비정형 세포를 관찰했다.

 

환자는 3월 21일 다시 내원해 식후 가스 차고, 방귀 자주 뀐다고 호소했고, 의료진은 위 내시경과 위 조직검사를 거쳐 미란성 또는 만성 위염으로 진단했다.

 

환자는 6월 26일부터 7월 4일까지 E병원에 입원해 일주일 전부터 설사가 지속되고, 하루 10여 회 이상 설사를 했고, 의료진은 복부 CT 검사를 거쳐 위 기저에서 두꺼운 위벽을 확인(종양 의심)하였다.

 

환자는 퇴원후 8월 19일 다시 내원해 한동안 약을 중단했고, 다른 음식을 먹은 후 어제부터 다시 설사를 하고 있는데 설사가 완전 물처럼 나온다고 호소했다.

 

환자는 9월 13일 내원해 약 복용하면서 설사가 없어졌다가 약 중단한 뒤 2주 정도 되어 다시 설사를 했고, 가스 차는 느낌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의료진은 대학병원 진료를 권유했다.

 

환자는 며칠 후 B병원에 내원해 위 내시경 검사아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보르만 4형(borrmann type 4)의 진행성 위암 말기로 확인됐다. 환자는 B병원에서 부분적 위절제술을 받고, 치료를 지속하던 중 사망했다.

 

환자 측의 주장
"환자가 E병원을 내원한 이후 소화불량, 설사 등의 증상을 호소하였으므로 단순한 위염으로 판단하여 치료를 할 것이 아니라 위암으로 의심하고 치료를 하였어야 했다."

 

"의료진이 제때 위암을 발견하지 못해 망인은 치료받을 기회를 상실하여 사망하였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E병원의 주장
"보르만 4형 위암은 내시경 검사나 조직검사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유형이고, CT 검사, 내시경 검사, 조직검사에서 위염, 위궤양 소견만 확인되었을 뿐 위암을 의심할 만한 결과는 도출되지 않았다."

 

"설령 의료진에게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보르만 4형 위암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고,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과음과 흡연으로 인한 위암 발병인 점 등을 종합하면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법원의 판단
1. 3월 7일 실시된 조직검사 결과 비정형 세포라는 세포이상이 관찰되었고, 6월 경 실시된 복부 CT 검사 결과 위 기저에서 두꺼운 위벽이 확인되어 종양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2. 더욱이 그 당시 혈액검사에서 혈색소 수치는 8.8~11.2gm/dL로 정상치인 13.0~17.5gm/dL에 크게 미달된 상태였으므로 의료진으로서는 출혈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3. 환자는 9월 경부터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호소하였고, 하루 10여 회 이상 설사를 하는 등의 증상을 보였다.

 

4. 이런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의료진은 6월 경에는 환자의 증세에 대한 원인을 찾기 위해 추가적인 검사를 실시하거나 적어도 상급병원으로 전원시킬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하여 환자의 증상을 만연히 위염으로만 판단한 채로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않아 위암의 진단 및 치료의 적기를 놓치게 한 과실이 있다.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환자가 E병원에 입원한 6월 경 이미 위암이 상당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보르만 4형 위암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고, 말기 위함 환자의 5년 생존율은 극히 낮다.

 

그러므로 환자가 6월 경 위암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였다 하더라도 사망의 결과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의료진의 위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판례번호: 5520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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