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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자 의료판례

치매환자가 약을 음료로 오인해 마셔 사망…간호사의 과실

by dha826 2020.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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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은 노인들이 많이 입원해 있고, 린단 로션은 신경독을 포함하고 있어 이를 마실 경우 신경계통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약품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인에게는 치매 등으로 인지능력이 저하된 환자들이 약물과 음식물을 구별하지 못해 마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약품들을 간호사실 내 의약품 보관실에 보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이번 사건은 피부병 치료제를 병실에 보관하다 치매환자가 음료로 착각해 마시면서 사망에 이르게 한 사례다.

 

 

사건의 개요
A씨는 요양병원에서 수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K씨(여, 87세)가 입원을 하게 되었다. A씨는 K씨가 피부병인 옴이 있어 치료제인 린단 로션과 라벨리아 로션을 K씨의 보호자로부터 전달받았다.

 

검사 "A 간호사 주의의무 위반"
그런데 A씨는 K씨 보호자로부터 전달받은 로션들을 K씨 병실에 방치했다. 이 때문에 K씨는 입원 2시간 뒤 린단 로션을 열어 마셨고, 그 직후 의식을 잃었고, 7일 뒤 약물중독으로 인해 사망했다.

 

이로써 A씨는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고,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주장

이에 대해 A씨는 "당시 린단 로션을 방치한 과실은 있지만 K씨가 린단 로션을 마셨는지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 A씨는 "실제 린단 로션을 마시게 되었다 하더라도 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된 뒤 의식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병실로 이동했다가 사망해 본인의 과실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A씨는 K씨에 대한 부검결과 신체에서 린단 로션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린단 로션의 부작용 및 주의사항
린단 로션은 옴 치료제인데 주성분인 '린단'은 유기염소계 살충 작용을 하는 성분이다. 린단 성분은 신경독성 위험이 있어서 린단 로션을 피부에 바를 경우 그 성분이 피부에 흡수되면서 중추신경계와 혈액에 독성이 발현되어 어지러움 및 발작, 경련 증세를 유발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고용량 또는 장기간 사용이나 남용의 경우 발작과 사망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고, 유아, 어린이, 노인, 피부병 질환자의 경우 신경 독성위험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하고, 사용하고 남은 약은 오음, 오용의 우려가 있어 즉시 버려야 한다.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당일 K씨의 보호자 측이 해당 요양병원을 떠난 뒤 A씨도 퇴근했고, 병원 간호조무사가 K씨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병실을 방문하였을 때 K씨가 뚜껑이 열린 라벨리아 로션 약통을 들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 K씨 입 주위에 하얀 액체가 묻어 있었으며, 그 주변에 뚜껑이 개봉된 상태에 있는 린단 로션 약통도 있었다.

 

간호조무사는 급히 린단 로션과 라벨리아 로션 약통을 모두 수거하였는데 20분 후 다시 병실을 방문하였을 때 K씨의 의식이 이상한 것을 확인하였고, 당직 의사를 불렀다.

 

당시 당직의사는 간호조무사의 연락을 받고, K씨의 병실로 갔을 당시 간호조무사로부터 “K씨의 입가에 린단 로션이 묻어 있는 것으로 봐서 그 것을 먹은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당직의사는 K씨의 의식 저하를 확인하여 상급병원으로 후송하도록 조치하였지만 사망에 이르렀다. 부검결과 K씨의 혈액에서 린단 성분이 검출되지 않고, 부검상 직접적인 사인으로 고려할 만한 뚜렷한 질병, 외상 및 중독 소견을 볼 수 없었다.

 

이에 부검의는 사인을 단정적으로 특정하기 어렵지만 기록상 K씨가 린단 로션을 마신 상황이 추정되고, 이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부검결과를 내놓았다.

 

K씨는 치매 증상으로 이 사건 요양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아왔고, 평소 눈에 보이는 음식을 계속 먹으려고 하는 행동을 보였다.

 

또 매일 아침 병원이나 보호자 측에서 침대 옆 탁자에 요구르트 등 마실 것을 놓아 두었는데 사고 당일 K씨의 병실에 린단 로션이 있었고, 린단 로션의 액체 색은 흰색이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K씨가 간호조무사에 의해 발견될 당시 라벨리아 로션을 손으로 들고 있었고, 린단 로션 2통이 개봉되어 있었으며, 경찰이 무게를 측정한 결과 린단 로션액의 사용 내지 유출이 확인되었다고 환기시켰다.

 

법원은 "K씨는 혼자 린단 로션을 도포해 바를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K씨의 인지능력과 사고 당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린단 로션을 음료수로 착각하고 마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법원은 A씨가 약물보관지침 및 외부 지참약 관리 업무에 위반해 위험한 약품인 린단 로션을 피해자 병실에 방치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법원은 "치매 증상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피해자는 그 린단 로션을 음료수로 오인하여 마셨으며, 그 결과 의식을 잃고 경련 증세를 보여 대학병원으로 전원되어 치료를 받던 중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법원은 A씨의 과실과 그로 인한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된다며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례번호 102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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