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거짓청구일까, 아니면 착오 등으로 인한 '그 밖의 부당청구'일까?
이번 사건은 의료인이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 받을 수 없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해 거짓청구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 착오청구에 해당해 행정처분 감경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사건: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 취소
판결: 1심 원고 패, 2심 원고 승, 대법원 파기환송
사건의 개요
원고는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다. 원고는 한의원에서 일부 환자들에게 실제로는 비급여 대상인 '비강내치요법'이나 '추나삼차원교정술'을 시술하였다.
원고는 요양급여 대상인 침술(경혈침술-2부위 이상, 척추간 침술, 침전기 자극술 등), 온냉경락요법-경피적외선조사요법 등을 시술한 바 없는데도 건강보험공단에 47,724,060원의 요양급여비용을 지급 받았다.
피고 보건복지부는 원고의 위반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판단해 145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 관련 법조항
건강보험법 제98조(업무정지)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요양기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요양기관에 대하여 1년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
1.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 위반행위가 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처분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해서는 원고도 다투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사건 위반행위가 건강보험법 시행령 제70조 제1항 [별표 5] '업무정지 처분 및 과징금 부과의 기준'에 따른 처분양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정으로서 '속임수'를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을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건강보험법 시행령 제70조 제1항 [별표 5] '업무정지 처분 및 과징금 부과의 기준'에는 감면처분 조항이 있다.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청구한 요양기관이 그 부당청구 사실이 적발되기 전에 보건복지부장관 등의 감독관청에 부당청구 사실을 자진신고했거나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부당청구가 발생한 경우 업무정지기간 또는 과징금 금액을 1/2의 범위에서 줄이거나 면제할 수 있다.
또 위반행위의 동기, 목적, 정도 및 위반횟수 등을 고려하여 업무정지기간 또는 과징금 금액의 1/2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다.
그러나 '속임수'를 사용하여 공단, 가입자,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했다면 감경 대상이 아니다.
'속임수'란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받을 수 없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청구서나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또는 부풀려 작성하해 공단 등을 기망한 경우를 말한다.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이란 요양기관이 과실로,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받을 수 없다는 사정을 알지 못한 채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을 뿐 관련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2심 법원의 판단
이 사건 수진자들 중 117명이 침술을 받았다는 확인서를 제출하였고, 그들 중 일부는 경찰조사에서 ‘머리 또는 혀에 침을 맞았다’고 진술하였다. 원고가 사혈침과 소아침을 시술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사정에 비춰볼 때 원고는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보일 뿐 '속임수'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부분 원고 주장은 이유 있다.
따라서 감경된 업무정지 또는 과징금처분을 고려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피고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위법이 있어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
대법원의 판단
원고는 종전에는 환자들에게 ① 건강보험 비급여 대상인 '비강내치요법'이나 '추나삼차원교정술(제1진료행위)'을 시술하면서 그 전후에 제1진료행위 치료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하여 ② 유침법(침을 시술하고 일정 시간 유지한 후 제거하는 침법)의 일종인 침술(경혈침술-2부위 이상, 척추간 침술, 침전기 자극술 등)과 온냉경락요법-경피적외선조사요법 등(제 2진료행위)을 시술하였다.
그러나 이후 제1진료행위 전후에 ③ 사혈침, 소아침과 같은 행침법(침을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경혈을 자극하는 침법, 제3진료행위)을 시술하는 것으로 시술방법을 변경하였다.
그런데, 요양급여비용 청구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가 시술방법이 변경된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종전처럼 제2진료행위가 이루어진 것으로 오해하여 제2진료행위에 관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단순착오'로 부당청구가 이루어진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믿기 어렵다.
1. 이러한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비급여대상인 제1진료행위에 부수하여 제3진료행위가 이루어졌을 뿐, 제2진료행위는 이루어진 바 없다.
그런데도 원고는 수기진료기록부에는 제1진료행위만 기록한 반면, 전자진료기록부에는 제2진료행위가 이루어진 것처럼 허위기재하였다.
2. 원고가 전자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한 것이라면 청구 담당 직원이 제3진료행위에 대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은 단순한 부주의나 착오 때문이 아니라 허위 작성한 전자진료기록부대로 입력작업을 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3. 진료행위 당시 원고 스스로 제3진료행위가 제1진료행위와 별개의 독립적인 요양급여 제공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면, 수기진료기록부나 전자진료기록부 중 어느 한쪽에는 제3진료행위가 이루어진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게 했다면 이는 단순한 부주의나 착오 때문이라고 판단할 여지도 있지만 해당 한의사는 굳이 양쪽 진료기록부 모두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원고가 제3진료행위를 진료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은 것은 실제 진료를 하지 않았거나 했더라도 요양급여 청구 대상이 아니라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결론
"원고가 시술하지 않은 진료행위가 이루어진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였기 때문에 그에 기초하여 실제와 다른 내용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속임수를 사용하여 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로 볼 여지가 크다."
그런데도 2심 법원은 직원의 착오로 인한 것일 뿐 '속임수'를 사용한 경우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처분이 감경사유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것이어서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건강보험법상 '속임수'에 의한 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 법리 등을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판례번호: 40432번, 대법원 5298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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