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수술후 실명…잘못된 복와위 자세가 원인

전신마취 아래 복와위 상태에서 하는 경추수술은 수술 후 시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시력저하 원인으로는 안구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 안압상승, 저혈압, 다량의 혈액 소실에 의한 순환 허탈, 망막중심동맥폐쇄, 허혈성시신경병증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위 수술 후 시력저하가 발생하는 빈도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어 수년에 한 번씩 특이사례로 증례 보고되는 정도이다.

 

이번 사건은 디스크 수술 직후 환자에게 망막중심동맥폐쇄, 후허혈성시신경병증, 안동맥폐쇄가 발생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의료진이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양쪽 안구 부위가 직접 머리받침대에 닿는 등 잘못된 복와위 자세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사건: 손해배상
판결: 1심 원고 일부 승

 

 

사건의 개요
원고는 고혈압과 당뇨를 가지고 있고, 약 20년 동안 흡연 경력이 있으며, 10여년 동안 주기적으로 허리 통증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다.

 

원고는 피고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았는데 그 결과 경추 3~4번, 6~7번 경성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및 이로 인한 척수병증으로 진단 받고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오전 8시 55분부터 11시 40분까지 받았는데 수술 직후인 11시 50분까지 약 10분 동안 전신마취에서 깨우는 과정에서 양쪽 눈이 붓는 부종이 발생했다.

 

원고는 같은 날 11시 52분 회복실에 도착한 후 12시 38분경 간호사에게 눈을 뜨기 어렵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증상을 호소하였다.

 

원고가 같은 날 12시 40분 경 동공반사검사 상 빛에 반응을 보이지 않자 정형외과 의료진은 안과 협진을 요청했고, 검사 결과 빛 감지가 되지 않고, 동공반사가 없었다.

 

또 안압은 우측 16mmHg, 좌측 19mmHg로 측정되었고, 안쪽 눈에 안검하수(눈꺼풀처짐)가 있었으며, 양쪽 결막이 충혈되어 있었다. 아울러 망악에 양두 반점이 보이는 등 망막 전체에 동맥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소견을 보였다.

 

이에 의료진은 망막중심동맥폐쇄를 의심해 같은 날 오후 1시 38분경부터 응급으로 전방 천자술을 시행했다.

 

망막중심동맥폐쇄란?
망막중심동맥의 혈류가 막히는 질환으로서 통증 없이 눈 앞에 먹구름이 낀 것처럼 깜깜해지고, 90% 이상의 경우 눈 앞의 손가락을 잘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급격하게 저하된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4시 41분 경 재진찰을 받았을 당시에도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안구운동이 완전히 마비되어 있는 것까지 확인되었다.

 

의료진은 고농도의 스테로이드 치료도 하고, 뇌 MRI 검사 등을 시행했지만 시력 저하를 유발할 만한 급성 뇌병변 증상은 확인하지 못했다.

 

원고는 이틀 뒤 E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으면서 고압 산소치료와 에리스로포이에틴(당단백질 호르몬으로서 적혈구 생성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투여 등을 권고받았고, 이런 사정을 그 직후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말했다.

 

이에 이 사건 병원 의료진이 위와 같은 치료를 해본 적이 없다는 점과 위 치료의 위험성에 관해 설명하자 원고는 일단 위 치료를 하지 않고 형광안저촬영검사 등 추가검사를 받기로 했다.

 

의료진은 다음날 추가 결과 결과 안구 내 혈류가 정상 소견임을 확인한 후 원고를 망막중심동맥폐쇄, 후허혈성시신경병증, 안동맥폐쇄로 진단했고, 원고는 같은 날 피고 병원에서 퇴원해 E병원에 입원했다.

원고는 E병원에서 고압 산소치료와 에리스로포이에틴 투여 등의 치료를 받았지만 양쪽 눈의 동공이 모두 확장되어 있어 대광반사에 반응이 전혀 없는 등 실명 상태로서 치료가 불가능하다.

 

원고 주장
"피고 의료진은 수술 과정에서 원고로 하여금 복와위 자세를 제대로 취하도록 하지 않아 안구 부위가 지나치게 압박되도록 하였다."

 

"또 수술 후 경과관찰 과정에서 피해 확대를 막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필요한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법원의 판단
일반적으로 전신마취 아래 복와위 자세로 경추수술을 할 경우 말발굽 모양의 머리받침대를 사용해 이마뼈와 광대뼈만 위 머리받침대에 닿도록 함으로써 안구 부위에는 직접적인 압박이 가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수술 직후 원고가 전신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에서 양쪽 눈 모두에 부종이 확인되었다.

 

원고의 경우 이 사건 수술 직후 앵두 반점 등 망막중심동맥폐쇄가 발생한 환자에게서 특징적으로 발견되는 소견들이 확인되었다

 

이런 점 등에 비춰볼 때 원고에게 단순히 망막중심동맥폐쇄만 발생했던 것이 아니라 그와 동시에 안구운동이 완전히 마비되는 외안근 마비증상까지 발생했다는 점이 상당히 특이하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수술 직후 원고의 양쪽 눈에 발생한 망막중심동맥폐쇄 및 외안근 마비증상은 수술 과정에서 원고의 양쪽 안구 부위가 직접 머리받침대에 닿는 등 잘못된 복와위 자세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료진은 수술 당시 원고로 하여금 복와위 자세를 제대로 취하도록 하지 않음으로써 양쪽 안구 부위가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지나치게 압박되도록 한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된다.

 

판례번호: 1심 56189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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