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로부터 등에 뜸치료를 받은 뒤 비대성 흉터가 발생한 사건. 이에 대해 해당 한의사는 직접구에 의한 뜸 시술은 화상을 전제로 하는 치료법이어서 화상으로 인한 흉터가 남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업무상과실치상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사건: 업무상과실치상
판결: 2심 피고인 벌금 300만원
사건의 개요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인 피고인은 피해자의 등에 뜸 치료를 한 뒤 흉터가 남는 상해를 입혀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의 주장
직접구에 의한 뜸 시술은 화상을 전제로 하는 치료법이다. 그러므로 화상으로 인한 흉터가 남는 것은 당연하다.
(직접구에 의한 뜸 시술이란 쑥뜸을 쌀알만큼 작게 빚어 혈자리에 직접 시술하는 방법을 말한다.)
또한 직접구에 의한 뜸 시술은 일부러 화상을 발생시킨 후 환자의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치료방법이어서 환자는 충분한 진물이 흘러나오도록 그대로 두어야 한다.
그런데 피해자는 소염제를 사용하여 진물의 배출을 막았고, 이로 인해 뜸 부위가 돌출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업무상 과실이 없다.
피해자는 뜸치료 계획과 동의서에 자필로 서명을 하였는데, 위 동의서에는 뜸의 흔적인 흉터가 남는다고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업무상과실치상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24조(피해자의 승낙)에 따라 위법하다고 인정할 특별한 사유가 없다.
피해자가 서명한 동의서 내용 요지
1. 쑥뜸으로 3도 화상을 일으키니 열로 인한 뜨거움을 이겨야 합니다.
2. 염증이나 진물 화농 등의 증상이 3개월 정도 지나야 완전히 아뭅니다.
3. 치료부위에 최소한의 뜸의 흔적인 흉터가 남습니다.
4. 뜸을 다 뜨고 그 자리에 소염제 연고를 바르거나 소독을 하거나 밴드를 바르지 마세요.
5. 뜸치료 과정에 한의사가 아닌 양방의 의사에게 묻거나 상담을 하지 마세요. (양방의사는) 피부이식 하라고 합니다.
2심 법원의 판단
대한침구학회가 작성한 자문 요청에 관한 답변서에 아래와 같이 기재되어 있다.
1. 뜸시술을 할 때 환자 상태, 병증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시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피해자는 켈로이드 피부를 가진 것으로 보이므로 뜸 치료 여부와 강도 조절을 할 때 환자의 피부 소인에 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2. 2차 감염은 뜸화상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으로, 노출된 피부 부위를 통한 반복감염을 막고, 2차 감염의 다른 부위로의 전파를 막기 위한 처치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작성한 감정서는 아래와 같다.
1. 켈로이드 피부, 아토피 피부 등의 특이체질 피부 부작용 문제 등 전체적인 환자상태를 고려한 후 전문 한의사의 변증을 통해서 뜸 치료가 안전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2. 한의사는 우선적으로 시술 전 병력 청취 과정 중에서 켈로이드성 피부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쑥뜸 치료과정에서도 화상을 입지 않도록 치료시간이 나 방법 등을 조정하여 피부에 화상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사료된다.
3. 쑥뜸 치료시 발생한 화상의 치료 및 관리에 대하여 표재성 2도 화상인 경우에는 자연적으로 치유되어도 반흔이 생기지 않지만, 심재성 2도와 3도 화상이 생기면 적극적인 화상에 대한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에 대한 시술 전에 진맥을 보고 문진을 하지만 피부체질에 관해서는 사전진단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만약 피해자가 사전 문진 과정에서 자신의 피부가 켈로이드성 피부라는 사실을 고지했어도 변함없이 직접구 방식의 뜸 치료를 했을 것이고 진술했다.
이와 함께 피고인은 피해자가 한방치료를 중단하고 화상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한 것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뜸 시술을 시행한 때로부터 최소한 100일이 지난 후여서 피해자가 화상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하여 소염제 등을 사용한 것과 피해자의 뜸 자국이 돌출된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 등을 보면 피고인에게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업무상 과실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피해자의 승낙에 의해 위법성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의사의 부정확 또는 불충분한 설명을 근거로 이루어진 승낙은 위법성을 조각할 유효한 승낙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선고 92도2345 판결).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쑥뜸 치료를 하면 완치가 가능하고 흉터도 남지 않는다고 해서 뜸 시술을 받았고, 뜸 치료 이후 피고인이 동의서를 주며 서명하라고 해서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동의서에 서명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한방병원의 사실조회 회신 등에 따르면 직접구 방식의 뜸 치료를 시행한 경우에도 무조건 화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화상이 발생되면 뜸 치료와는 별개로 화상에 대한 치료는 필요하다.
피고인은 직접구 방식의 뜸 치료는 반드시 화상을 동반하고, 피해자와 같이 화상을 입은 경우에도 소염제 등의 양방 치료를 하는 것이 한방 치료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설령 피해자가 피고인의 주장처럼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 사건 동의서에 서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부정확한 설명을 근거로 한 것이다.
피해자가 서명한 이 사건 동의서에 흉터가 남는다고 기재가 되어 있으나, ‘최소한의 뜸의 흔적’이라고도 기재되어 있어 피해자가 동의서에 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몸에 남은 정도의 심한 비대성 흉터(콜라겐 섬유의 증식으로 피부 위로 올라온 흉터)를 입는 것까지 동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
1. 한의사는 뜸 치료를 할 때 화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만약 화상이 발생했다면 즉시 적절하게 치료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2. 그럼에도 이 사건 한의사는 켈로이드성 피부를 가진 환자에게 접접구 방식의 뜸 시술을 한 뒤 화상이 발생했음에도 적절한 화상치료를 하지 않았고, 자연적으로 치유해야 한다며 방치해 흉터를 남게 했다.
3. 이에 대해 법원은 직접구에 의한 뜸 시술은 화상을 전제로 하는 치료법이므로 흉터가 남는 것이 당연하다는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피해자가 해당 한의사의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설명을 근거로 해서 시술 동의서에 서명했다면 이는 위법성을 조각할 유효한 승낙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업무살과실치상죄를 인정했다.
판례번호: 2심 453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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