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당한 환자가 병원에서 20여 일 뒤 호흡 곤란, 동공 고정 및 확대 등의 소견이 나타나자 지혈제를 투여한 뒤 식물인간이 된 사건.
이에 대해 법원은 의사가 지혈제를 천천히 점적 정맥주사하도록 처방해야 함에도 한번에 정맥주사하도록 잘못 처방했으며, 심폐소생술 등 응급 처치를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건: 손해배상
판결: 1심 원고 일부 승
사건의 개요
원고는 교통사고를 당해 피고 병원에 흉부 통증, 요통, 상복부 통증으로 내원하였다.
의료진은 뇌 CT, 흉부 CT, 복부-골반 CT, 부비동 CT 촬영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간 열상, 췌장 손상, 비골 골절, 안면 열상 1㎝, 다발성 좌상 등으로 진단받았다.
원고는 20여일 뒤 생체활력징후가 안정적이었고, 혈액검사 결과 헤모글로빈 수치가 12.5g/㎗였다.
의료진이 퇴원을 권유하였으나 원고는 통증이 심하다고 하면서 퇴원을 거부하였으며, 다음 날 통증이 있었으나 진통제 누바인을 투여받고 통증이 완화되었다.
다음 날 간호사는 원고가 식은 땀을 흘리고 통증을 심하게 호소하자 원고에게 누바인을 투여하였고, 당시 혈압은 132/65㎜Hg, 맥박수는 142회/분이었다.
원고는 오전 9시 12분 경 200cc 정도의 혈변이 관찰되었고, 혈압 110/80㎜Hg, 맥박수 116회/분으로 확인되어 간호사가 관찰 결과를 피고 의료진에게 보고하였다.
간호사는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 경 원고에게 관장약 솔리스(Solis) 45㎖를 투약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오후 4시 8분 경 다시 혈변이 관찰되어 대장 내시경과 위십이지장 내시경을 실시하였는데, 혈액이 고여 있음은 확인되었으나 활동성 출혈 소견이 없었고, 이에 다음날 소장에 대한 혈관조영술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의료진이 오후 6시 40분 경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 헤모글로빈 수치가 9.1g/㎗로 저하되어, 원고에게 적혈구 농축액 1파인트를 수혈하였다.
같은 날 오후 8시 35분 경 실시한 혈액검사 결과 헤모글로빈 수치가 8.6g/㎗로 저하되었다.
그러자 피고 의료진은 자정 무렵 지혈제 피토(phyto) 1앰플, 보트로파제(botro) 1앰플, 로티닌(rotinin) 1앰플을 각 정맥 주사한 후 로티닌 4앰플을 5% 포도당에 희석하여 6시간 동안 점적 주사할 것을 처방하였다.
간호사는 원고에게 위 처방에 따라 피토 1앰플, 보트로파제 1앰플, 로티닌 50만IU 1앰플을 각 정맥 주사한 직후 원고는 갑자기 입에서 약 냄새가 나고 숨이 답답하다고 하였고, 안구 편위가 발생하였다.
간호사는 즉시 이러한 사실을 피고 의사에게 보고하였고, 피고 의사가 당직의사에게 보고하라고 하자 위 간호사는 당직의사에게 원고의 혈압이 확인되지 않는 등 응급상황임을 보고하였다.
원고는 오전 1시 경 입에 거품이 있고, 호흡 곤란, 동공 고정 및 확대 등의 소견을 보였고, 간호사는 의사를 응급 호출하였다.
의사는 병실에 도착하여 원고에게 기관삽관, 심장마사지 및 앰부 인공호흡과 같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으며, 강심제 에피네프린 1앰플, 아트로핀 1앰플을 정맥 주사하였다.
그 후 의사는 원고에게 3분마다 에피네프린 1앰플, 아트로핀 2앰플을 총 3회 주사하였고, 비본 2앰플을 3회 정맥 주사하였으며, 혈압상승제 도파민 4앰플과 노르아드레날린 4앰플을 수액에 섞어 투여하였고, 유치도뇨관을 유지하여 다량의 혈변을 확인하였다.
원고는 1시 30분 경 혈압 150/80㎜Hg, 맥박수 150회/분이었고, 1시 50분 경 기관삽관과 앰부인공호흡을 유지한 상태에서 외과 중환자실로 전실되었다.
당시 원고는 의식이 반혼수 상태였고, 체온 35.8℃, 혈압 126/96㎜Hg, 맥박수 141회/분이었으며, 혈변 및 복부 팽만이 관찰되었다.
원고는 같은 날 오전 5시 기관 흡입을 할 때 기침하려고 하는 등 통증에는 반응을 보이나 소리에는 전혀 반응이 없고, 빈맥이 지속되었으며, 같은 날 오전 6시 40분 경 다량의 식은 땀(체온 39.2℃)과 하지 강직이 관찰되었다.
원고의 상태
원고는 교통사고로 인한 복부 장기 손상 및 위십이지장 동맥류는 모두 완치되었으나, 저산소성 뇌손상에 의한 인지기능 장애와 사지마비 증상으로 독립 보행 및 독립적인 일상생활 수행이 불가능한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에 있다.
원고들의 주장
피고 의료진이 원고에게 약전설명서에 따라 지혈제 로티닌을 처방하지 않음으로써 간호사가 원고에게 의사의 처방대로 로티닌을 정맥 주사한 직후 호흡 곤란 등의 쇼크를 발생시킨 잘못이 있다.
피고 의사는 로티닌 주사 직후 원고에게 호흡 곤란 등의 쇼크 증상이 나타났음을 보고받았음에도 즉시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 처치를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원고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을 발생시켜 현재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한 잘못이 있다.
법원의 판단
가. 지혈제 로티닌의 용법 및 용량상의 과실 여부
1. 로티닌 투여로 인한 쇼크를 예방하기 위해 로티닌을 생리식염주사액 등으로 희석하여 점적 주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정맥 주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10만IU/분의 속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천천히 주사해야 한다.
원고는 교통사고로 인한 장기 손상으로 복부 통증을 호소하여 진통제 누바인을 투여받았고, 이틀 뒤 혈변이 관찰된 이외에 호흡 곤란, 동공 고정 및 팽창 등의 쇼크 증상을 나타낸 적이 없다.
의사는 혈액검사 결과 헤모글로빈 수치가 8.6g/㎗로 저하되자 원고에게 일단 로티닌 50만IU 1앰플을 정맥 주사한 후, 로티닌 4앰플을 5% 포도당에 희석하여 6시간 동안 점적 주사할 것을 처방했다.
간호사는 위 처방에 따라 우선 로티닌 50만IU 1앰플을 정맥 주사하였고, 그 직후 위 원고는 갑자기 입에서 약냄새가 나고 숨이 답답하다고 하면서 안구가 편위되는 증상을 보였다.
원고는 30여분 뒤 입에 거품이 있고, 호흡 곤란, 동공 고정 및 팽창 등의 증상까지 나타났다.
2. 피고 의사는 로티닌을 처방함에 있어 생리식염주사액 등으로 희석하여 점적 주사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정맥 주사할 경우에는 10만IU/분의 속도로 가능한 한 천천히 정맥 주사해야 한다.
그럼에도 원고에게 로티닌 50만IU 1앰플을 생리식염주사액 등으로 희석하거나 적어도 5분 이상 천천히 정맥 주사하지 않고 한번에 정맥 주사하도록 처방한 잘못이 있다.
이로 인해 원고에게 구내 이상감(약 냄새), 호흡 곤란, 동공 고정 및 팽창 등의 쇼크를 초래한 과실이 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나. 심폐소생술 등 응급 처치의 지연 여부
1. 심폐소생술은 심정지 후 적어도 3~4분 이내에 실시해야 하고, 6분이 경과하면 이미 사망 단계에 있으므로 심폐소생술의 효과가 없다.
2. 로티닌을 투여할 경우 쇼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즉시 구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해야 한다.
3. 간호사는 0시 55분 경 원고가 호흡 곤란 등 쇼크 증상을 나타내자 즉시 의사에게 보고하였으나, 해당 의사는 당직의사에게 보고하라고 했다.
이에 위 간호사는 당직의사에게 원고의 혈압이 확인되지 않는 등 응급상황임을 보고했다.
5. 피고 의사는 5분 뒤 재차 위 간호사로부터 응급호출을 받고 병실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원고에게 기관삽관, 심장마사지 및 앰부 인공호흡을 실시하였다.
이어 강심제 에피네프린과 아트로핀, 혈압상승제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을 각 투여한 사실이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 의사는 간호사로부터 원고의 응급상황을 보고받고 즉시 원고를 방문하여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 처치를 실시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원고의 저산소성 뇌손상에 의한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판례번호: 1심 681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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