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원인이 피판이식 때문일까? 사고 때문일까?
이번 사건은 왼쪽 손을 트럭과 부딪혀 손가락 접합수술과 피판이식술을 받은 뒤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인해 손가락 절단에 이어 팔목 절단 수술을 받은 사안입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사고로 인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때문인지, 피판이식술 과정에서 신경을 손상한 의료과실 때문인지가 쟁점입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자전거를 타던 중 왼쪽 손을 트럭과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피고 대학병원으로 후송되었고, 사고 당일부터 다친 부위를 접합하기 위한 수술을 받는 등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원고는 한 달 여 후 피고 병원에서 왼쪽 팔의 전완부(팔꿈치와 손목 사이의 부분) 조직을 요골동맥경이 부착된 채로 왼쪽 손 부분으로 이식하는 요골동맥경 피판이식술(radial artery pedicled flap)을 받았는데요.
피판이식술이란?
피부와 피하 조직의 결손이 생겼을 경우 이를 재건하기 위해 신체의 다른 부위에서 필요한 크기의 피부와 피하 조직, 즉 피판을 잘라내 이를 결손 부위에 옮기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원고는 퇴원한 후 통증을 호소해 피고 병원에서 왼쪽 손의 제4, 5 손가락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고, 1년여 뒤에는 왼쪽 손목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2년 뒤에는 다른 병원에서 통증 등을 완화하기 위해 왼쪽 팔꿈치 아래 5cm 이하 전완 부위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 병원의 과실로 인해 팔목을 절단해야 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청구했는데요. 다음은 원고의 주장과 법원의 판결을 정리한 것입니다.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 후 7일 만에 일방병실로 옮겨져 운동을 하는 등 부상으로부터 거의 완치된 상태였고 피판이식술 전에는 왼쪽 팔에 통증을 호소한 적이 없다.
그런데 피판이식술 후 왼쪽 손가락 끝이 붓고, 통증이 생기고, 팔이 무거워져 펴지지 않고, 팔로 인해 어깨가 쳐지고 허리가 굽어지는 증상, 통증 및 떨림, 쑤시는 증상, 수면장애가 발생했다.
이는 신경이 없는 뱃살 등의 피판을 이식하지 않고 정중신경, 요골신경이 있는 전완부의 피판을 이식하는 불필요한 수술을 시행하면서 정중신경 내지 요골신경을 손상시켰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참을 수 없는 통증 등의 증상이 발생해 전완부를 절단하기에 이른 것이다.
피고의 주장
원고가 주장하는 증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트럭과 부딪힌 사고로 인한 신경 등의 손상이고, 피판 공여부의 반대편에 위치한 요골신경이나 전완부의 깊은 부분에 위치한 정중신경은 위치상 손상될 수 없어 수술 과정에서 위 두 신경이 손상된 바 없다.
법원의 판단
원고는 트럭과 부딪힌 사고로 왼쪽 손에 제2, 3, 4, 5 손가락이 관절 부위에서 완전 또는 부분적으로 절단되고, 손가락의 근육과 힘줄이 여러 군데 파열되고 조직이 손실되며, 동맥이 파열되고 분쇄 골절이 있을 정도의 중한 상해를 입었다.
피고의 병원 의료진은 수술로 피부가 제거된 결손 부위를 덮어주기 위해 피판이식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과정에서 결손 부위의 혈액 순환 상태가 좋지 않고, 고령으로 수술 후 조기 거동이 필요한 것을 고려해 복부 부분의 피판을 이용하는 방법보다 요골동맥이 연결된 피판을 재건 부위로 이식하는 요골동맥경 피판이식술이 적합한 것으로 판단해 시행했다.
요골동맥경 피판이식술로 요골신경과 정중신경이 손상될 가능성은 매우 적은 반면 위 두 신경은 손가락까지 연속되어 있어 최초 사고 당시 최소한 수부에서 위 신경들의 손상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또 현재 원고가 호소하는 왼쪽 팔의 통증, 왼쪽 팔을 어깨 높이 이상 들 수 없다는 등의 증상은 피판이식술로 인한 것이 아니라 사고로 인한 초기 손상의 후유증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상해 정도와 수술 후 지속적으로 진통제가 투여된 것에 비춰 볼 때 사고로부터 불과 1개월 가량 지나 피판이식술 당시 통증이 거의 없을 정도로 회복된 상태였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이런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피판이식술 당시 원고의 정중신경, 요골신경을 손상하게 했다거나 그 밖에 주의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를 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사건번호: 9996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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