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자궁 안에서 태아가 사망하자 산부인과에서 사산 분만한 뒤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한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환자가 양수파막 시술 후 복통과 함께 출혈이 심각했음에도 의사와 간호사가 적절한 처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되었고, 간호사는 자신의 과실을 숨기기 위해 생체활력징후를 확인하지 않았음에도 확인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기재하기도 했습니다.
기초 사실
환자는 초산모로서 임신 26주 3일차에 간헐적인 설사가 있고, 구토를 하고, 오심과 복통이 있어 피고 산부인과의원에 입원했습니다.
피고는 태아 상태를 초음파로 진찰한 결과 자궁 내 태아가 2주 전에 사망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자 환자는 사산 분만을 위해 피고 의원에 입원했습니다.
피고 의사는 오후 2시 45분 경 양수파막 시술을 했고, 환자는 환자복을 입고 병실로 들어왔는데 하혈이 있었습니다.
환자 보호자는 환자에게 출혈이 있어 양수가 흐른다고 하면서 패드를 받아 하체 부위에 두 세장 같이 깔고 패드가 젖으면 교체했습니다.
환자는 오후 3시 36분 경 입원실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어지러워하다가 쓰러졌고, 간호조무사가 환자의 병실로 들어와 환자를 병실 침대에 눕히고 나갔습니다.
피고 의사는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고 하혈을 해 회진을 원하자 오후 4시 24분경 병실에 회진했습니다.
환자는 오후 7시경부터 ‘밑이 가라앉는 것 같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등의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그 후 오후 8시 13분경까지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손발이 뒤틀리는 현상을 보이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으며, 의식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피고는 오후 8시 13분 경 급하게 환자의 병실로 들어갔고, 응급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기관삽관을 하면서 L병원으로 전원했습니다. 환자는 오후 8시 35분경 L병원 응급실에 도찰했지만 안타깝게도 사망했습니다.
경찰의 수사 결과
경찰서는 피고 의원에서 환자가 사망한 사건을 수사했습니다. 그 결과 환자의 병실에 사용한 패드 28장이 든 비닐봉지 2개와 사용하지 않은 패드 5장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중 1개 비닐봉지에는 10개의 사용한 패드가 들어 있었는데, 패드가 피로 젖어 있었습니다. 다른 1개 비닐봉지에는 18개의 사용한 패드가 들어 있었는데, 그 중 3개는 패드 전체가 피로 젖어 있었고, 5개는 패드 반 정도가 피로 젖어 있었습니다.
10개는 패드 일부가 피로 젖어 있었습니다.
환자에 대한 부검 결과 환자는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러자 환자의 보호자들은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다음은 법원의 판결 내용입니다.
법원의 판단
피고는 환자에 대한 초음파검사 이후 태반에 이상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질출혈은 태반조기박리의 진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증상인데 환자가 오후 3시 36분 경 병실 화장실에서 쓰러지기도 하고, 질출혈에 의해 기저귀 패드에 묻은 혈액량이 적지 않았다.
이런 점 등에 비춰 볼 때 당시 환자에게는 양수파막시술이나 자궁경부확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양 이상의 질 출혈이 있었고, 피고 의원의 의료진은 환자에게 이와 같은 출혈이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된다.
환자는 오후 4시경부터 비명을 지르면서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피고 의사는 간호사로부터 환자의 하혈로 의사의 진찰을 원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오후 4시 24분 경 병실을 회신했다.
그럼에도 환자에 대한 촉진 등으로 환자의 하혈과 통증의 양상 및 정도, 생체활력징후 등 기본적인 사항을 전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환자에게 발생한 질 출혈이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것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지 여부를 감별하기 위한 조치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를 비롯한 피고 의원의 의료진은 환자가 지속적으로 하혈을 하면서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그 출혈과 통증의 양상 및 정도, 생체활력징후 등의 확인을 소홀히 했다.
이로 인해 태반조기박리를 조기에 진단하지 못하고, 그에 관한 처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피고를 비롯한 의료진은 환자의 태반조기박리에 대한 진단 및 그에 관한 처치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
그 과실과 이 사건 악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와 같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사건번호: 54764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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