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과거부터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던 중 의자에서 넘어져 등뼈(흉추) 방출성 골절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은 뒤 하지 마비, 배뇨장애 등이 발생한 사안입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의료진이 수술 과정의 과실로 인해 출혈이 발생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수술 전 설명의무를 다했는지 여부 등입니다.
기초 사실
원고는 의자에서 넘어져 발생한 허리통증으로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는데요.
내원 당시 원고는 약 20년 전부터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었다고 설명했고, 의료진은 방사선, CT 촬영 결과를 토대로 흉추(등뼈) 12번의 방출성 골절(불안정 골절, 파열골절)로 진단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병원에 입원해 척추경 나사못 고정술 및 유합술을 받았는데요.
그런데 1차 수술 직후 양측 다리 감각 및 근력저하를 호소했고, 의료진은 흉추 12번 부위의 경막외 혈종 의심 소견으로 같은 날 혈종제거를 위한 척추 후궁절제술을 시행했습니다.
원고는 2차 수술 후 양측 다리의 근력이 없는 마비 상태였고, 다음날에는 양측 발바닥에만 감각이 있으며, 발등에서 배꼽 아래 부위까지 감각이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원고는 1년 7개월 뒤 재활의학과 신체감정 당시 양측 하지의 근력 저하 및 강직, 감각저하 등으로 독립적인 기립과 보행이 어려운 상태이고, 비뇨기과 신체 감정 당시 신경인성 방광으로 인해 배뇨장애가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 병원의 과실로 인해 이런 후유증이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다음은 원고의 주장과 법원의 판결 내용입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1차 수술을 시행하면서 혈관 등을 손상하거나 체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골절이 전위되도록 해 혈종을 발생시키고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수술을 종료해 신경이 손상되도록 한 과실이 있다."
"의료진은 수술에 앞서 수술의 필요성과 과정 및 혈종 등 수술 후 발생 가능한 합병증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
법원의 판단
가. 1차 수술상의 과실 인정 여부
원고는 피고 병원에 내원할 당시 강직성 척추염의 기왕증이 있다고 설명했고, 피고 병원 의료진도 이를 확인해 알고 있는 상태였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발생한 골절은 매우 불안정해 환자의 체위를 변경하고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골절이 전위되거나 신경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의료진은 수술을 하면서 신경이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고,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수술 도중 골절의 전위나 술기상의 잘못 등으로 인해 출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불가피하게 출혈이 발생한 경우 혈종으로 신경이 손상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1차 수술 후 발생한 양측 하지 마비 등의 증상은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출혈에 의한 혈종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런데 원고는 강직성 척추염의 기왕증이 있어 1차 수술 과정에서 신경이 손상될 가능성이 더욱 높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의료진은 원고의 신경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수술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했는지 확인하고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1차 수술 도중 발생한 출혈에 대해 의료진이 수술 종료 전 지혈 및 합병증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는 사정을 찾기 어렵다.
결국 원고는 1차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출혈에 의한 혈종으로 신경이 손상되었고, 그에 따라 1차 수술 직후부터 양측 다리의 마비 증상 등이 발생해 현재의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 병원은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설명의무 위반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은 1차 수술을 시행하기에 앞서 혈종으로 인한 신경 압박이나 저린감, 마비 등의 부작용과 유합으로 인한 재수술 가능성에 관해 설명했고, 이런 내용이 기재된 동의서에 원고의 서명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또 의료진은 원고가 매우 불안정한 골절 상태로 통상적인 경우와 달리 1차 수술 이후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등 수술의 위험성 등에 관해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의료진은 1차 수술 등과 관련해 원고에게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글 번호: 54450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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