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례는 감기, 몸살 기운이 있어 약국에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해열진통소염제를 복용한 뒤 가려움을 동반한 발진 등이 발생하자 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처방을 받은 뒤 증상이 더욱 심해져 실명까지 발생한 사안입니다.
사건의 쟁점은 환자가 병원에 내원했을 때 의사가 약물 부작용을 의심해 어떤 약물을 복용했는지 등을 문진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기초 사실
원고는 저녁 무렵 감기, 몸살 기운이 있자 피고 약국을 방문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스파맥 1통과 쌍화탕을 판매했습니다.
원고는 당일 저녁 스파맥 2정과 쌍화탕 1포를 복용했고, 그 뒤 이틀간 스파맥 2정을 복용한 뒤 수면을 취했습니다.
원고의 피고 병원 내원
원고는 3일 뒤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이틀 전부터 근육통과 얼굴 주위 붓는 경향, 인후통, 무릎 안쪽의 가려움을 동반한 발진 등의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당시 원고는 피고 병원 당직근무 중이던 인턴에게 며칠간 감기약을 복용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해당 의사는 원고의 증세를 급성 상기도감염으로 판단하고 응급실에서 해열진통소염제와 항히스타민제를 정맥주사했습니다.
그리고 항히스타민제와 아세트아미노펜이 주성분인 해열진통소염제, 스테로이드제, 위산분비조절제, 종합진해거담제 약을 처방하고 귀가 조치했습니다.
전신 가려움증 등 증상 악화된 원고
원고는 집에 돌아와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한 뒤 피고 병원에서 조제한 약을 복용했습니다.
그런데 당일 오후 11시 경 인근 K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의료진에게 ‘피고 병원 응급실에서 열, 인후통, 전신 가려움증 치료를 받은 뒤 증세가 더 심해졌다’고 호소했습니다.
K병원 의료진은 응급실에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항히스타민제, 소화성 궤양용제를 정맥주사하고, 페니실린계 항생제, 해열진통소염제, 소화성궤양용제를 귀가 후 복용하도록 처방했습니다.
원고는 다음 날 증세가 더 악화되자 다시 K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의료진은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에서 염증 반응을 확인하고, 스티븐 존슨 증후군으로 의심해 상급병원인 D대학병원으로 전원 시켰습니다.
스티븐존슨증후군과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
심한 급성 피부 점막 반응에 의해 광범위한 피부 박리 또는 괴사, 점박 침범 등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일년에 백만 명당 1.2~6명 정도 환자가 보고되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약 1%의 환자가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에까지 이르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이 병원 빨리 진단하고, 원인이 되는 약물을 바로 중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최선의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0.02.08 - [안기자 의료판례] - 2차 진료 때 스티븐존슨증후군 증상이 있었지만 같은 약 처방한 과실
원고 실명 등 영구적 장해 발생
D대학병원 도착 당시 원고는 전신 발진, 소양감, 인후통을 호소했고, 체온이 39.2도로 고열이었으며, 두 눈 결막의 충혈 소견 등이 관찰되었습니다.
이에 의료진은 피부 병변의 진행을 막기 위해 의심스러운 모든 약제 투약을 중단한 뒤 고용량 면역글로블린 주사, 드레싱, 안약 투여, 인공렌즈 교체 등의 치료를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오른쪽 각막이 천공되기에 이르자 영구적 양막 이식술을 시행했습니다.
원고는 20여일 뒤 D대학병원에서 퇴원했지만 안과적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각막편 이식 및 양막이식술 등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실명 상태이며, 우안과 좌안의 각막 모두 혼탁 소견을 보이는 등 영구적 장해 상태입니다.
원고의 손해배상청구
그러자 원고는 피고 병원의 과실로 인해 실명 등의 영구적 피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도 피고 병원에 과실이 있다며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는데요. 다음은 판결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원고가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할 당시 체온이 38.1도로 발열이 확인되었고, 발진 증상을 호소했다.
이는 감염성 질환 또는 약물에 의한 알러지 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의료진은 원고가 병원에 오기 전에 감기약을 복용했다는 사실을 들은 이상 약물에 의한 부작용으로 이런 증세가 나타난 것인지 확인해야 했다.
이를 위해 복용한 약의 종류, 주성분, 복용량 등을 자세히 문진했어야 함에도 이런 사항들을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아세트아미노펜의 부작용으로는 안면 부종, 두드러기 등이 있고, 이런 부작용은 비교적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문진의무를 다해 원고가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하는 스파맥을 복용한 사실을 확인했어야 한다.
만약 피고가 그랬더라면 원고의 증세만으로 스티븐 존슨 증후군 내지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을 진단하기란 여의치 않았다 하더라도 아세트아미노펜의 부작용일 가능성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원고에 대해 일체의 약물 투여를 중지하고, 경과를 관찰하거나 적어도 스파맥과 동일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약제를 경구 처방하는 조치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피고 병원 응급실 의료진이 약물 투여 중단 등의 적절한 조치를 시행했더라면 원고의 예후가 양안 실명이라는 중증 장해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 병원은 소속 의료진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와 그 가족들이 입은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글 번호: 201034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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