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증상
환자는 119 구급대를 통해 의식이 또렷한 상태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당시 환자는 고열과 쑤시는 통증을 동반한 두통과 복통을 호소했다.
이에 의료진은 방사선검사와 CT검사를 했지만 특이소견이 발견되지 않았고, 환자의 희망에 따라 퇴원시켰다.
환자는 3일 뒤에도 두통과 고열 증상이 계속되자 피고 병원 뇌신경센터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뇌CT 검사를 실시했지만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자 뇌수막염을 의심해 입원하도록 했다.
환자는 입원 이틀 후에도 계속 두통을 호소했는데 의료진은 각종 검사를 거쳐 뇌수막염으로 진단한 후 보존적, 대증적 치료를 시행했다.
갑작스런 경련과 사지강직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이 점차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자 퇴원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입원 7일째 오후 11시 경 갑자기 눈을 감은 상태에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이어 의식불명 상태로 사지강직과 경련을 반복했다.
환자는 두 차례 더 사지강직과 경련을 일으켰고, 그 과정에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산소포화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청색증을 보였다.
지주막하출혈과 뇌출혈
의료진은 심폐소생술과 기관삽관술을 한 뒤 CT 검사를 통해 지주막하출혈, 뇌실내출혈 소견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환자가 다량의 뇌출혈로 뇌압이 상승하자 감압개두술을 시행했지만 혈압이 안정되지 않고, 불안정한 생명 징후를 보였다. 이에 후두하 두개골절제술을 시행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환자의 지주막하출혈이 더 심해지고, 뇌내출혈, 뇌실내출혈로 인한 수두증을 확인한 후 혈종제거술 등을 시행했지만 중증뇌부종으로 발생한 뇌연수마비로 사망하고 말았다.
유족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원고들은 고혈압 환자인 원고에게 극심한 두통과 발열이 계속되었으므로 뇌수막염이 아닌 지주막하출혈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의료진이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검사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원고들은 의료진이 환자에게 뇌출혈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런 과실로 인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판단
가. 지주막하출혈에 대한 사전 진단검사 미시행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뇌 MRI, MRA 검사를 통해 환자의 병증을 뇌수막염으로 진단했고, 지주막하출혈을 의심할 만한 뇌 동맥류 소견 등 특이사항은 발견할 수 없었다.
환자가 갑작스러운 경련을 일으키기 전까지 의료진이 실시한 뇌수막염에 관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고 있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의료진이 당시 지주막하출혈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출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한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뇌출혈 확인 후 적절한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여부
의료진은 뇌CT 검사를 통해 지주막하출혈, 뇌실내출혈 소견을 확인한 후 곧바로 출혈 부위와 원인 확인을 위한 혈관조영술 등을 실시하지 않은 채 단순히 출혈 양상만 확인할 수 있는 MRI, CT 검사만 반복했다.
환자의 생명 징후가 악화되고, 대량 출혈이 발생했는데도 뇌동맥류 결찰술이나 코일색전술 등 출혈 부위 치료에 나아가지 않았다.
이런 사정에 비춰 보면 의료진이 환자의 뇌출혈을 확인한 후 적절하게 진단 및 치료에 나아가지 않은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
또 이와 같은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충분히 인정돼 피고는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글 번호: 2059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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