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들의 방문검진 수행
피고는 보험회사에서 의뢰한 보험가입 대상자를 대상으로 방문건강확인, 적부조사를 실시하는 병원이다.
피고 병원은 원고들에게 보험회사로부터 방문검진을 의뢰받는 ‘피검진자 방문건강업무 지시서’를 배정했고,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배정받은 피검진자를 대상으로 방문검진업무를 시행했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보험회사별 업무진행방식, 업무진행시 유의사항, 응급상황 발생시 대처요령, 복장, 근무태도 등의 공지사항과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업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교육도 주기적으로 실시했다.
원고와 피고의 계약 주요 내용
원고들은 피고 병원의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해 합격한 후 피고와 위촉계약을 체결했는데 주요 계약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고용형태: 계약직
2. 근무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근무시간 안에서 탄력적 운용 가능)
3. 업무내용: 보험회사에서 의뢰한 보험가입자의 건강상태를 방문해 확인하는 업무(재택근무)
4. 복리후생: 경조휴가 및 경조비지원, 의료비지원, 통신비지원, 생일축하금 지원, 의료보험비 및 주차비 지원, 10년 장기근속자 시상
또 원고들은 피고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위촉계약을 체결했다.
1. 수탁자(원고) 신분: 수탁자는 독립사업자로서 본 계약에 의해 회사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한다.
2. 수탁자는 회사 직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및 제반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3.수탁자는 사업소득자로서 3.3% 원천징수 후 지급받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4. 수탁자는 독립적인 사업자로서 위촉계약을 하는 것이기에 근로기준법에 의한 회사의 퇴직금 지급의무는 없는 것으로 한다.
원고들의 임금소송 제기
원고들은 피고 병원으로부터 상당한 지휘 감독을 받는 등 실질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해 피고 병원이 퇴직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요구했다.
피고 병원의 주장
원고들은 피고와 대응한 위촉계약을 체결한 독립사업자로서 자신의 사업을 영위한 것일 뿐 근로자가 아니어서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의 판단
가. 인정사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 여부는 계약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사람은 H사업부의 직원임을 증명합니다’라고 기재된 사원증과 ‘H팀 간호사’라고 기재된 명함을 제공했고, 원고들로 하여금 방문검진업무를 할 때 위 사원증을 패용하도록 했다.
피고는 원고들의 실적이나 근무태도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고 이에 따라 등급을 나눠 수수료를 차등 지급했다.
피고는 원고들이 휴가를 사용하고자 할 경우 피고에게 사전 보고하도록 했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방문검진에 필요한 의료용품과 기기, 문진표, 채혈동의서 등을 무상으로 제공했고, 원고들이 지출한 교통비, 유류비, 주차비, 통신비를 지급했다.
피고는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했고, 원고들에 대한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가입신고를 하거나 그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
나. 판단
원고들의 방문간호사 업무는 피고의 사업에서 가장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으로 피고의 적정한 업무수행은 결국 방문간호사들의 적정한 업무수행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로서는 방문간호사들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유인이 더욱 컸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방문검진업무 수행방법을 정해 놓고, 원고들로 하여금 따르도록 했다. 이와 같은 방문검진업무는 피고의 사업에 있어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업무다.
피고는 목표 설정에서부터 업무 처리에 이르기까지 원고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휘하고, 관리 감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고들은 수수료 차감, 위촉계약해지, 계약갱신 거절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피고의 업무수행, 근태관리에 관한 지시사항을 따르거나 업무실적 달성을 위해 요구하는 각종 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원고들이 피고가 정한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원고들의 피고가 작성한 계약서는 위임계약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계약 내용과 피고의 방문간호사 운용형태를 보면 사실상 피고는 업무수행방법, 징계해고사유와 유사한 계약해지사유, 수수료 지급기준 등과 같이 취업규칙을 갈음할 만한 사항을 정해 시행하고 있었다.
원고들과 피고는 1년으로 기간을 정해 위촉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반복적으로 계약을 갱신해 계속적인 근로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와 함께 원고들이 다른 방문검진 의료기관의 방문간호를 겸했거나 제3자를 고용해 방문검진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그런 이상 원고들은 피고에 전속되어 피고로부터 배정받은 피검진자에 대한 방문검진업무를 시행해 왔다고 인정할 수 있다.
원고들은 업무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 받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 수수료가 원고들이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로서의 임금의 성격을 지니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들이 겸직했으므로 전속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에서 벗어난 시간을 이용해 업무수행에 지장이 되지 않는 한도에서 겸업을 하는 것이 언제나 금지되어 있다거나 근로관계의 본질과 곧바로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원고들이 겸직으로 사업소득 등을 받은 기간은 피고의 방문간호사로 활동한 기간 중 일부이다.
따라서 원고들이 피고의 방문검진업무를 담당하는 기간 겸직을 했다는 사정이 근로관계의 전속성 내지 사용종속성 판단에 있어 유의미한 징표라고 볼 수 없다.
2019.09.08 - [안기자 의료판례] - 상여금, 성과금은 통상임금, 계약직도 연장·야간·휴일·연차 수당 지급
원고들이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으며, 피고가 원고들의 소득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해 온 것은 피고가 우월적인 지위에서 임의로 정한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피고는 1년 이상 방문검진업무를 담당하다 퇴사한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글 번호: 5209006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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