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치환술 후 복통 호소한 환자
원고는 병원을 개설 운영하고 있는 정형외과 전문의이고, F는 해당 병원의 내과 전문의, G는 간호조무사이다.
환자는 우측 대퇴경부골절 등으로 원고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고, 원고와 내과 전문의 F는 합동진료한 결과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인공관절치환술을 실시했다.
환자는 수술 이후 배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간병인에게 복통을 호소했고, 간병인은 간호조무사 G에게 ‘환자가 배가 아프다고 하니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간호조무사, 주치의 지시에 따라 관장약 투여
간호조무사 G는 내 담당 주치의인 F가 출근 전인 것을 확인하고 F에게 전화를 걸어 환자의 상태를 설명했다.
그러자 F는 관장약인 글리세린 50cc를 1회 투약하도록 했고, 이에 간호조무사 G는 관장약을 투약하는 의료행위를 했다.
환자 위궤양으로 사망
그런데 환자는 관장약을 투약한 지 약 2시간이 지나 피를 토했고, 환자를 진료한 내과의사 F는 급성위궤양으로 진단했다.
환자는 같은 날 오후 병원에서 퇴원한 뒤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한 달여 후 위궤양, 폐렴, 폐결핵 등으로 사망했다.
환자의 아들은 간호조무사 G가 의사의 지시없이 임의로 관장약을 투약했다며 병원장인 원고와 내과의사 F, 간호조무사 G를 의료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간호조무사 G가 전화로 내과의사 F의 지시를 받아서 관장약을 투약했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해당 보건소, 원고에 업무정지처분
해당 관할지역 보건소는 ‘의사의 전화처방으로 간호조무사가 관장약을 투약한 행위가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보건복지부에 질의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의사의 지시 감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이에 보건소는 원고가 의료법을 위반해 무면허의료행위 지시를 했다는 이유로 3개월간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관련 법 조항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제1항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의료법 제64조(개설허가 취소 등) 제1항 제2호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자치단체는 의료기관이 무자격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 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에는 1년의 범위에서 의료업을 정지시키거나 개설 허가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를 명할 수 있다.
원고의 행정소송 제기
그러자 원고는 피고 보건소의 업무정지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간호조무사 G가 환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이자 내과 전문의인 F에게 전화로 환자의 상태를 보고한 후 F의 지시를 받아 투약이라는 의료행위를 한 이상 이를 무면허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고 보건소의 주장
반면 피고 보건소는 간호조무사의 진료보조행위는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 감독에 따라 수행해야 하고, 이 때 의사의 지시, 감독은 의사가 같은 진료실 안에 있거나 지시, 감독이 가능한 의료기관 안에 공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간호조무사가 출근을 하기 전인 의사에게 전화로 환자 상태를 보고한 후 지시에 따라 단독으로 투약이라는 의료행위를 한 것은 의사의 구체적인 지시, 감독 아래 진료보조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법원의 판단
가. 관장약 투약 의료행위의 성격
일반적으로 관장약은 누구나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투약에 특별히 고도의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관장약 투약 의료행위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의사의 지도, 감독 아래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행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로 보는 게 타당하다.
나. 관장약 투약 의료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인지 여부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진료의 보조를 할 때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해 일일이 지도 감독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 감독을 하는 것으로 족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보조행위인지 여부는 보조행위의 유형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그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지, 당시 환자 상태가 어떠한지 등의 사정을 참작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내과 전문의 F는 환자가 퇴원할 때까지 매일 진료해 상태를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환자는 수술 후 며칠 동안 배변을 하지 못한 상태였고, 위궤양 등 소화기에 문제가 있다는 병력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으며, 입원기간에도 위궤양을 의심할 만한 증상을 호소한 사실이 없다.
간호조무사 G는 환자가 수술을 받은 우측 대퇴부가 아니라 복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정형외과 전문의인 원고가 아니라 내과 전문의인 F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그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관장약은 누구나 손쉽게 약국에서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구입할 수 있고, 관장약 투여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 생명, 신체에 위험을 초래한다거나 심각한 부작용 혹은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는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
의사가 전화나 화상 등을 이용해 환자의 상태를 스스로 듣고 판단해 처방 또는 지시를 하는 것이 의료법에 의한 규제대상이 아니며, 실제 병원에서 의사의 진찰행위 역시 환자를 직접 대면해 행하는 진료만이 적법한 의료행위라는 것을 전제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환자의 주치의인 내과 전문의 F가 환자를 직접 대면해 진찰하지 않고 간호조무사 G로부터 환자의 상태를 보고받고 G에게 관장약 투여를 지시하고, 이에 G가 이 지시에 따라 환자에게 관장약을 투여한 이 사건 의료행위는 간호조무사의 진료보조행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사정들에 비춰 보면 간호조무사가 이전부터 환자를 대면하고 진료해 환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의사로부터 전화로 개별적,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환자에게 관장약을 투여하는 것은 적법한 진료보조행위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는 지시를 내린 의사가 지시 당시 출근 전으로 병원에 있지 않은 상황이라는 이유만으로 달리 판단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업무정지처분은 위법하다. 글 번호: 21028번
2021.05.09 - [안기자 의료판례] - 치과의사가 치위생사에게 레진 부착 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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