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분만 도중 흡입분만하자 신생아 두부 손상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흡입분만기 이용, 상급병원 전원 의무 쟁점.
사건: 손해배상
판결: 1심 원고 패, 2심 원고 일부 승, 대법원 파기환송, 2심 2011년 5월 화해권고 결정
사건의 개요
원고 이○○는 초산부로, 피고가 운영하는 산부인과 의원에서 산전 진찰을 받아오다가 2006년 12월 분만을 위해 피고 병원에 입원하였다.
원고는 3.1㎏의 여아를 분만했지만 앓는 소리를 내고, 호흡수가 43회이며, 자극을 주어도 잘 반응하지 않는 상태로 관찰되자 대학병원으로 전원 조치했지만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사인은 분만 과정 중 두부가 강하게 압박되면서 발생한 두부손상(경막하출혈 등의 두개강 내출혈, 뇌부종)으로 판명되었다.
이에 대해 원고는 피고가 내진 등의 검진을 통해 골반 협착에 의한 난산을 방지해야 함에도 이런 조치를 소홀히 해 무리하게 질식 분만을 감행했으며, 피고는 원고가 흡입분만기를 사용할 적응증이 아님에도 다른 산모의 분만이 임박했다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분만을 성급히 종결할 목적으로 흡입분만기를 이용한 분만을 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원고는 피고가 분만 이후 5시간 23분 동안 신생아에 대한 아무런 관찰이나 처치를 하지 않았고, 이상 증상이 나타난 사실을 발견했으면 그 시각에라도 신속히 정밀검사 및 정밀 치료가 가능한 상급병원으로 전원해야 했다.
그럼에도 이를 게을리해 1시간 23분이 경과한 시점에서 전원시켜 치료 기회를 박탈한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2심 법원의 판단
피고가 제출한 의료기록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분만실에 들어간 시점부터 분만할 때까지 분만과 관련한 경과 및 조치, 산모와 태아의 상태, 흡입분만기 사용 시점, 사용한 흡입분만기 내역을 전혀 알 수 없어 부실 기재했다.
분만수술 과정에서 흡입분만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에 관해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일반인의 상식에 비춰 피고가 급하게 흡입분만을 결정하고 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신생아의 머리 위치를 정확히 알고 흡입컵을 그 정상적인 부착 부위에 부착한 후 흡입컵의 음압, 음압의 증가 속도 등을 잘 살펴 정상적인 부착 부위 외의 곳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는 원고에게 사전에 현재의 증상, 흡입분만의 필요성과 그 방법, 예상되는 위험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대법원의 판단
피고의 흡입컵 사용으로 신생아의 머리 부분에 가해진 충격이 경막하 지주막하 출혈 등을 일으킬 정도로 크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나아가 골막하출혈의 경우 자연질식분만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므로 골막하출혈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흡입컵의 음압과 그 증가 속도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신생아 머리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도록 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경막하 출혈량이 40cc에 이른 점이나 경질 흡입컵의 특성 등 원심이 든 다른 사정들 역시 피고에게 위와 같은 과실이 있었음을 추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 진료기록부 중 흡입분만 기재 부분의 글씨체 등이 다른 이유에 대해 피고에게 석명을 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부분이 진실하게 기재된 것인지에 대해 심리를 해보지도 아니한 채 진료기록부의 다른 부분과 글씨체 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위 흡입분만 기재 부분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의 흡입분만 시술과정에 과실이 있었고 그 과실과 신생아에게 생긴 경막하 지주막하 출혈 사이의 인과관계도 추정된다고 단정한 데에는, 의사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기록에 의하면 장기간 추적검사에서 흡입분만으로 인한 신경학적 이상은 자연질식분만과 유의한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 보고도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자연질식분만 도중 흡입분만을 실시하는 것이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거나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뿐만 아니라, 흡입분만은 자연질식분만 도중 분만 2기가 지연되거나 태아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등 일정한 적응증이 있는 때에 흡입컵을 태아의 머리에 부착한 후 자궁수축기에 이를 잡아당김으로써 태아를 질 밖으로 따라 나오게 하여 질식분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자연질식분만의 보조수단이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흡입분만의 방법으로 질식분만을 하게 되면 산모 또는 태아의 생명 신체 등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개연성이 있어 제왕절개수술을 실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에게 질식분만 중인 산모로 하여금 질식분만을 더 시도할 것인지 제왕절개수술을 시도할 것인지를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하기 위해 흡입분만의 방법으로 질식분만을 실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을 설명할 설명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에게 흡입분만의 필요성과 예상되는 위험 등을 설명해 원고 이○○로 하여금 질식분만을 더 시도할 것인지 제왕절개수술을 시도할 것인지 등에 관해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설명의무가 있었다고 인정한 데에는,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판례번호: 1심 1103번(2007가합147**), 2심 6343번(2008나1005**), 대법원 4644번(2010다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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