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 사지 경직, 경련 등으로 피고 병원 입원
소아는 두통, 이통, 복통, 인후통, 고열 등이 있고, 눈 마주침이 안되며, 사지 경직 및 경련이 있어 16일 오후 8시 43분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의료진은 열성 경련, 편도선염, 중추신경계 감염 의증으로 보고 소아를 입원 조치했다.
다음 날인 17일 소아는 오전 6시 30분 체온이 38.7도로 측정되었고, 삼출물이 있는 편도선의 확대와 비장이 촉지될 정도로 커져 있는 증상을 보였다.
전염성 단핵구증 진단 아래 보존적 치료
의사는 의증 열성경련, 급성 편도선염, 의증 전염성 단핵구증으로 보고 보존적 치료(conservative treatment)를 했다.
소아는 18일, 19일 인후통 이외에 열과 경련 등의 증상이 없었는데 20일 부르는 소리에 전혀 반응이 없었고, 계속해서 다른 곳을 응시하며 눈이 돌아가고 침을 흘리고 소변과 대변을 보는 등 경련 양상을 보였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에 의한 뇌염
소아는 21일에도 체온이 38.7도, 경련에 이어 무호흡이 발생해 기도삽관을 시행했고, 뇌MRI 검사 결과 광범위하고 과도한 부종, 뇌염, 저산소성 뇌손상이 확인되었다.
소아는 오후 1시 의식상태가 반혼수(semecoma) 상태에 빠졌고, 27일 EB 바이러스 캡시드항원 양성, 엡스타인-바 바이러스에 의한 뇌염 진단을 받았다.
소아는 이후 뇌염, 패혈증, 호흡부전 등으로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감염증과 전염성 단핵구증
이 바이러스(EBV)는 발열, 인후통, 간비장비대, 비정형 림프구증 등을 특징으로 하는 이성양체-양성 전염성 단핵구증의 원인이다.
감염은 전 세계에서 발생하며, 어린아이들에게서 가장 흔하다. 전염단핵구증은 대부분 자연 치료되는 질환이다.
사망은 매우 드물지만 만약 사망하는 경우 대부분은 중추신경계 합병증, 비장파열, 상기도 폐쇄, 혹은 세균의 중복 감염이 원인이다.
치료는 휴식과 진통제 등의 보존적 요법이며, 합병증이 없는 전염단핵구증 치료에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이 경우 세균의 중복감염 원인이 되기도 한다.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그러자 소아의 보호자인 원고들은 소아가 입원 당시 전염성 단핵구증의 전형적인 증상을 보여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투여했어야 함에도 의료진이 대증적 치료만 한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소아의 뇌압상승에도 불구하고 뇌척수액검사를 시행한 과실이 있으며, 소아의 증상과 치료방법 등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2심 법원의 판단
가.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처방하지 않은 과실 여부
진료기록감정 및 사실조회에 답변한 감정의는 전염성 단핵구증에 대해 특이적인 치료는 없고, 의학교재의 기재에도 불구하고 당질 코르티코이드(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또 감정의는 스테로이드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지 일반적인 치료약물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소아의 경우 입원 초기의 경련이 지속되지 않았고, 20일부터 나타난 경련이 뇌압상승 때문인 것으로 판단되지 않았다면 그 무렵 곧바로 당질 코르티토이드를 곧바로 처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이다.
이런 점 등을 종합하면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앱스타인-바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중추신경계 감염증에 대해 효능이 있다거나, 의료진이 해당 약을 처방했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16일부터 20일 사이 뇌염을 진단하지 못한 과실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소아의 입원 이후부터 20일 상태가 악화되기 전까지 뇌척수액검사나 뇌 MRI 촬영을 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의료진이 16일 소아가 내원한 당일 중추신경계 감염 의증으로 판단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항경련제와 해열제 투여 후 더 이상 경련이 발생하지 않았고, 의식 역시 명료한 상태를 유지해 신경학적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17일 소아를 의증 열성경련, 급성 편도선염, 의증 전염성 단핵구증으로 판단하고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감염 확인을 위한 검사를 계획했다.
그러나 소아의 경련 소실, 열 소실, 의식 명료 등의 증상에 비춰 20일 경련을 동반한 중추신경계 감염 증세를 보이기 전까지는 의료진이 열성경련 등으로 판단한 것에 특별한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전염성 단핵구증의 경우 대부분 자연 치유되고, 특별한 치료방법 없이 보존적 요법이 이용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의료진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뇌압상승에 따른 응급처치상 과실 여부
소아는 20일 오전 6시 20분 부르는 소리에 반응이 없고, 계속 다른 곳을 응시하면서 눈이 돌아가고, 경련 양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감정의는 이 당시의 상태는 전염성 단핵구증에 의한 중추신경계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중추신경계 감염(뇌염이나 뇌막염)은 뇌부종이나 경련증상의 조절 정도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져 그 원인 검사결과 확인 전이라도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시작하고, 뇌압하강제를 반드시 투여해야 한다는 것이 의학적 소견이다.
그러나 의료진은 항경련제인 아티반 외에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도 요추천자 시행 후에야 처방한 것으로 인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의료진은 소아에게 발생한 중추신경계 감염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해 뇌압하강제,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의 투여가 지연되게 한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라. 요추천자 전에 만니톨을 투여했는지 여부
뇌척수액 검사를 위한 요추천자를 하기 위해서는 뇌 MRI로 뇌압 상승 여부를 확인하고, 뇌부종이 있으면 만니톨 등을 투여한 뒤 뇌탈출 가능성을 없앤 뒤 시행해야 한다.
병원 의료진이 작성한 경과기록지에는 21일 시행된 요추천자 전에 만니톨 처방이 있었다는 기재가 없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뇌척수액 검사를 위한 요추천자 시행 전에 만니톨을 이용해 뇌부종을 줄여 뇌탈출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요추천자를 시행한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아울러 의료진이 뇌압상승 및 뇌탈출로 요추천자 금기증에 해당하는 소아에 대해 요추천자를 시행해 뇌탈출을 악화시켰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마. 설명의무 위반 여부
의료진이 소아 또는 원고들에게 소아에 대한 요추천자를 시행하기 전에 뇌탈출 소견이 있고, 요추천자를 시행할 경우 뇌탈출이 악화될 여지가 있으며, 뇌염을 진단하고 그 원인을 밝히는 진단 목적으로 요추천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글 번호: 743번, 21320번
2019.11.27 - [안기자 의료판례] - 세균 감염 진단 및 처치를 지연한 의료진의 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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