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성 뇌 경막하출혈 사건의 쟁점
이번 사건은 넘어져 이마 부위가 찢어지고 부종이 발생한 환자가 피고 병원에 내원해 뇌출혈 이상징후가 없다는 진단에 따라 퇴원했지만 뒤늦게 외상성 경막하출혈 진단을 받아 수술한 뒤 뇌사상태에 빠진 사안이다.
사건의 첫번째 쟁점은 환자가 머리에 외상을 입은 상황에서 피고 병원이 외상성 경막하출혈에 대한 경과관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 여부다. 또 환자와 보호자에게 외상성 경막하출혈 발생 위험과 증상, 필요한 조치 등을 고지할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도 쟁점 중 하나다.
외상성 뇌경막하출혈 발생 사건의 개요
환자는 자택에서 넘어지면서 가구에 이마 부위를 부딪치는 바람에 약 7cm의 열상(피부가 찢어짐)과 부종이 발생했다. 환자는 119구급대원에 의해 피고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환자는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두통과 오심을 호소했고, 의료진은 뇌CT 검사를 하고 소염진통제 케토신, 항파상풍 면역글로불린 하이퍼테트, 항생제를 주사했다.
뇌CT 검사에서 뇌출혈 징후 미발견
의료진은 뇌CT 검사 결과 뇌출혈 등 이상징후가 발견되지 않자 상처 봉합을 하고 오전 11시 경 귀가했다.
한편 환자는 평소 고혈압 증상이 있었고,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을 당시 활력징후를 측정한 결과 오전 4시 50분 190/110mmHg, 같은 날 오전 8시 160/100mmHg로 측정되었다.
환자는 귀가한 뒤 오후 5시 30분 경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원고가 오후 8시 20분 경 환자를 깨웠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환자의 눈 주위에 부종과 붉은 멍울이 심한 상태였고, 119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오후 9시 5분 피고 병원에 도착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두개 부위와 눈 주위에 출혈 소견을 보였고, 맥박과 호흡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산소포화도가 74%로 낮게 측정되어 즉시 심폐소생술을 수행했다.
경막하출혈 진단 아래 수술
피고 병원이 오후 9시 51분 경 뇌CT 검사를 한 결과 열린 두개내 상처가 없는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진단하고 감압적 두개골 절제술과 경막하 혈종제거술을 수행했다.
그러나 환자는 수술에도 불구하고 이미 경막하출혈로 인해 심한 압박을 받아 뇌부종이 발생해 뇌간의 기능이 상실되어 뇌사상태에 빠졌다.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그러자 환자의 보호자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에 대해 외상성 경막하출혈을 의심해야 함에도 뇌CT 검사만 수행하고 그 결과에 의존해 간단한조치만 취한 후 귀가시킨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원고들은 환자가 당시 외상성 경막하출혈이 발생할 위험성이 상당한 상태였으므로 퇴원시키더라도 경막하출혈이 발생할 위험과 증상, 필요한 조치를 고지할 주의의무가 있지만 이를 고지하지 않아 환자와 원고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의 주장
반면 피고 병원은 환자가 1차 내원했을 때 CT 검사를 수행하는 등 외상성 경막하출혈을 진단, 치료하기 위해 제반 조치를 수행했고, 환자가 퇴원할 때 환자와 가족에게 외상성 경막하출혈 가능성과 위험성 등을 모두 고지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피고 병원이 외상성 경막하출혈에 대한 경과관찰상 과실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지도설명의무 위반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판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가. 경막하출혈에 대한 경과관찰상 과실(불인정)
(1) 환자는 1차 내원 당시 동공반응 모두 정상이었고, 의식도 명료한 상태였다.
(2) 외상성 경막하출혈을 진단할 수 있는 뇌CT 검사를 수행한 결과 정상소견으로 진단되었는데 적어도 당시까지는 경막하출혈이 발생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3) 환자는 오전 11시 귀가하기까지 약 6시간 30분 동안 피고 병원에 머물고 있었는데 외상성 경막하출혈을 의심하게 할 만한 의식장애, 인지기능과 지남력 저하, 의식장애 등 다른 특별한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4) 이런 점을 종합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당시 환자에 대한 경과관찰을 수행하지 않은 진료상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나. 지도설명의무 위반(인정)
(1) 외상성 경막하출혈은 두부에 대한 직접적인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환자와 같이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는 고혈압 환자는 발생 위험성이 있다.
(2) 외상 직후 수행한 뇌CT 검사 결과 경막하출혈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연성 외상성 경막하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통상 의료진으로서는 이를 환자에게 그 위험성과 증상, 추가적인 진료의 필요성 등에 관해 설명한다.
(3) 그런데 피고 병원의 진료 기록상 의료진이 퇴원 조치 당시 환자나 동행했던 원고에 대해 경막하출혈의 발생 위험성, 증상, 필요한 조치 등에 관해 설명했다는 기재가 없다.
(4) 피고 병원 의료진은 지연성 외상성 경막하출혈의 증상이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고지하고, 그 증상과 적절한 조치를 안내해 환자가 적시에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지도설명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5) 그리고 그로 인해 원고나 환자는 피고 병원에서 퇴원해 귀가한 후 두통을 호소하거나 잠이 들었을 당시 그것이 지연성 외상성 경막하출혈 증상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즉시 119구급대원에 신고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6) 원고는 환자가 잠이 든 후 약 2시간 20분이 지난 후에야 119구급대원에 신고해 적시에 적절한 진료를 받게 하지 못했다. 이런 지도설명의무위반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글 번호: 545026번
2022.07.21 - [안기자 의료판례] - 뇌출혈 진단, 치료 및 전원의무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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