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처방하는 한의사의 주의의무
(1) 지도설명(복약지도) 의무
의사는 치료를 위해 약품을 투여할 때 이로 인해 부작용 내지 후유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면 비록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를 억제하기 위한 요양의 방법이나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설명 지도할 의무가 있다.
이런 설명 지도의무는 환자의 연령, 교육 정도, 심신 상태 등의 사정에 맞춰 요양방법, 부작용 내지 후유 질환의 증상과 그 악화 방지나 치료를 위한 대처방법 등을 포함하고 환자 스스로 판단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설명 지도의무는 한의사가 한약을 투여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2) 설명의무
의사는 환자에게 약을 투여하기 전에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성과 부작용 등을 설명해 환자로 하여금 투약에 응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한의사가 한약을 투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의사는 한약을 투여하기 전에 환자에게 해당 한약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과 부작용 등을 설명해야 한다. 이런 설명의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다.
아래 사례는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한의원에서 처방한 한약을 처방한 뒤 급성 신장손상이 발생해 혈액 투석 등의 치료를 받았지만 약물유발성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으로 사망에 이른 사안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한의사가 한약을 처방하면서 지도설명의무와 설명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다.
전립선 비대증에 한약 복용 후 급성 신장 손상 사례
A씨는 야간에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증상으로 수면장애가 발생하자 G한의원을 내원해 진료를 받았다.
G한의원 원장은 전립선 초음파검사를 실시해 전립선 비대증을 확인했다.
A씨는 고혈압과 당뇨 기저질환이 있어 약을 복용중이고, 3년 전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은 바 있다.
또 H병원에서 전립선비대증으로 약 1년 6개월 가량 약물치료를 받다가 7개월 전부터 약 복용을 중단한 상태다.
이에 한의사는 A의 질병을 전립선의 기타 장애, 신기허증으로 진단하고 신통환, 공진단, 육미축천탕 탕약을 처방했다.
한의사는 신통환이 전립선에서 독소를 배출하고, 복용 후 빈료, 요도통증, 두통, 어지럼, 오한, 발열, 복통, 구토, 설사, 붉은색 소변, 기력 저하 등의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증상은 부작용이 아니라 명현현상으로서 치료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이므로 이런 증상이 있더라도 공진단과 탕약을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면 나아질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런데 A씨는 신통환을 복용한 다음날부터 설사, 오심, 구토 증상을 보였고, 3일 뒤부터 오한, 발열 증상까지 나타났다.
이에 G한의원에 전화해 이런 증상을 호소했는데 한의원의 간호실장은 정상적인 명현현상이니 참고 기다려보라는 취지로 상담해 주었다.
A씨는 한약의 효능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한약을 복용했지만 오히려 기존 증상이 심해지고, 시력 저하 증상까지 나타났다.
이후 A씨는 H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는데 복부 CT 검사 결과 만성 알콜성 간질환(Chronic alcoholic liver desease)에 동반된 급성 간염, 급성 신장손상의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H병원 의료진은 환자의 이런 증상이 한약재의 신독성으로 인한 급성 신장 손상으로 판단했다.
H병원 의료진은 혈액 투석을 시작한데 이어 지속성 신대체요법, 혈장 교환술 등을 시행했지만 약물유발성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A씨 유족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그러자 A씨의 유가족은 G한의원 원장이 처방한 신통환을 복용한 후 환자에게 급성 신장 손상이 발생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G한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G한의원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판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1) 지도설명(복약지도)의무 위반 여부
법원은 “한의사는 한약 복용 후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면 즉시 한약 복용을 중단하고, 한의원에 내원해 추가 진료를 받거나 타 병원에서 신장 내지 간기능 검사를 한 후 한약 복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지도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G한의원 원장은 신통환 복용 후 오한, 발열 등의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부작용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명현현상에 불과해 설명 이른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공진단과 탕약을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면 나아질 것이라는 정도로만 복약지도했다.
법원은 “환자는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을 복용한 후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났지만 한의사가 지도설명한대로 한약을 계속 복용한 결과 건강상태가 더욱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해당 한의사가 지도설명의무를 위반했고, 이런 지도설명의무위반과 한약의 계속 복용으로 인한 급성 신장손상 및 환자의 사망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2) 설명의무 위반
한의사는 한약 복용 후 신독성 내지 간독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환자에게 한약을 투여하기 이전 이런 위험성 내지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한약을 처방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원은 “G한의원 원장이 한약을 처방하기에 앞서 환자에게 이런 위험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글 번호: 537857번
'안기자 의료판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진단 위법성 판단기준 (0) | 2022.12.23 |
---|---|
저혈당, 고혈당 증상과 의사의 진료과정 의무 (0) | 2022.12.22 |
자궁근종 치료방법과 수술 의사의 책무 (2) | 2022.12.20 |
윤 대통령 장모 사무장요양병원 사건 전말과 판결 (2) | 2022.12.16 |
디스크 신경성형술 후 통증, 마비, 배뇨장애 있다면 (0) | 2022.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