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기자 의료판례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진단 위법성 판단기준

by dha826 2022. 12. 23.
반응형

대법원은 20221222일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것과 관련해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것을 두고 한의사가 의료법을 위반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깬 것으로, 2심 법원이 해당 한의사에 대해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다음은 이번 사건을 총정리한 것이다.

 

 

한의사의 의료법 위반 공소사실

한의사인 피고인은 20103월 환자 최 씨를 진료하면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총 68회 신체 내부를 촬영했다.

 

그러자 검사는 한의사인 피고인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공소사실로 재판에 넘겼다.

 

 

피고인의 의료법 위반 적용 조항

의료법 제 27조 제 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의료기기인 초음파를 이용한 진단행위는 의사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인 만큼 한의사가 한 것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검사의 판단이다.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해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진단하는 의료행위를 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제1심, 제2심 법원 유죄 판결(벌금 80만원)

이 사건에 대해 1, 2심 법원은 피고인이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한의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초음파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영상을 판독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서양의학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하며, 초음파 진단기기는 서양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해 개발, 제작된 것이다.

 

(2)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3)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자체로 인한 위험은 크지 않지만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독하지 못하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상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 한의사가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에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유죄로 판단된다.

 

 

기존 대법원의 판례

대법원은 2014213일 한의사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의료기기나 의료기술 이외의 의료공학 발전에 따라 새로 개발 제작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한의사에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단 기준

관련 법령에 한의사가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는지 해당 의료기기의 개발 및 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한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해당 의료기기가 서양의학적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010352 판례).

 

 

이번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새로운 판단(원심 판결 파기 환송)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21222일 한의사의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이날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해 종전 판단기준을 새롭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의료행위 관련 법령의 규정과 취지, 의료행위의 가변성, 그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및 과학기술의 발전과 응용 영역의 확대, 이와 관련한 교육과정과 국가시험, 기타 공적 및 사회적 제도의 변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가능성 등을 감안해 한의사의 진단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도 새로운 판단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새로운 판단기준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한의사가 사용할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해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게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음파 진단기기의 경우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X-ray)나 특수의료장비(CT, MRI)와 달리 한의사의 사용을 금지한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 근거로 이번에 한의사가 사용한 초음파 진단기기가 의료기기법령상 잠재적 위해성이 낮은 의료기기인 위해도 2등급으로 지정되었고, 한의대에서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전문성 제고의 기초가 되는 교육 제도 및 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완 내지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셋째,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이라는 점이 명백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현대의 진단용 의료기기는 과학기술을 통해 발명, 제작된 것이므로, 그 과학기술의 원리와 성과를 의사만이 독점적으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한의사가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보조적 진단수단으로 현대 과학기술에서 유래한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한의학적 원리와 배치되거나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이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의료법에 규정된 이원적 의료체계(의학, 한의학)를 부정하는 취지로 확대해석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라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한의사에게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지 않은 것이면서 동시에 본질이 진단용인 의료기기에 한정해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더라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이번 판례 변경이 한의사의 양방적 치료행위와 관련된 사안, 가령 한의사가 피부질환 치료를 위해 광선조사기(IPL)를 사용한 것 등에 적용된 판례까지 변경하는 취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글 번호: 21314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