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B형간염 바이러스 재활성화
만성 B형간염은 스테로이드제제와 같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해 면역력이 저하되면 재활성화 위험이 높아진다.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 만성 B형간염이 악화(혈청 HBV DNA가 기저치의 100배 이상 증가) 또는 과거 B형간염의 재발(HBsAg 음성에서 양성으로 나타나거나 혈정 HBV DNA가 불검출에서 검출)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만성 B형간염 환자에게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할 경우 면역 억제 정도가 심할수록 바이러스 재활성화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고, 조기 진단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아래 예시는 만성 B형간염 보유자가 크론병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한 이후 간염 바이러스가 재활성화 되면서 급성 간부전으로 간이식 수술을 받은 사안이다.
만성 B형간염 보유자 급성 간부전 발생 사건
A는 15년 전 건강검진 이후 B형 간염 보유자로서 크론병(만성 염증성 장질환) 진단을 받고 F병원에서 메살라진 등의 약물을 처방받으며 정기적으로 경과관찰 및 진료를 받아왔다.
A는 6월 2일 F병원 감염내과 진료에서 크론병이 악화된 소견이 나타나자 금식 및 항생제를 유지하고 입원해 4일부터 하루 50mg 분량의 스테로이드제 메틸프레드니솔론을 투여하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하면서 혈액 C 반응성 단백(CRP, 염증이나 조직손상이 있을 경우 수치가 증가하는데 증상치는 약 0~0.5mg/dl이다) 수치를 평가했다.
그 결과 4일 30.56mg/dl이었던 CRP 수치가 11에는 6.84mg/dl로, 체온도 정상 범위인 37도로 측정되는 등 상태가 호전되었다.
그러자 의료진은 12일 스테로이드제 약물을 처방한 후 퇴원 조치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만성 B형간염 보유자인 A가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면서도 간염 바이러스 재활성화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하지 않았다.
A는 6월 20일 다시 F병원 외래 진료를 받으면서 혈액검사, CRP 수치 등의 검사를 시행했고, CRP 수치는 1.88mg/dl로 측정되었다.
의료진은 1개월분의 스테로이드제 약물 등을 처방했다. 의료진이 처방한 스테로이드제 프레드니솔론의 경우 복용량을 7일 간격으로 하루 25mg, 20mg, 15mg, 10mg으로 점차 감소시켜 복용하도록 처방했다.
의료진은 이 때에도 B형간염 바이러스 재활성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HBV DNA 검사 등을 시행하지는 않았다.
의료진은 8월 23일 AST/ALT 수치가 391/307로 이전 검사 때보다 상승한 것으로 측정되자 간 손상, 간염바이러스 재활성화, 약물로 인한 간손상 등의 가능성을 고려해 항생제 및 면역억제제 아자티오프린 투여를 중단하고, 이 때에서야 HBV DNA, HBeAg, HBsAg 등의 검사를 시행했다.
의료진은 8월 24일 간기능 수치가 상승하자 소화기내과 간 파트에 협진을 요청한 결과 스테로이드 및 아자티오프린 복용력으로 인해 간염 바이러스 재활성화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 날부터 항바이러스제인 엔테카비르 0.5mg을 투여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8월 27일 확인된 B형 간염 바이러스 정량검사(HBV DNA quantification) 결과에서는 수치가 170,000,000IU/mL를 넘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A는 간기능을 정상으로 회복하지 못했고, 급성 간부전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 뒤 정기적으로 면역억제제를 투여받으며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A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
그러자 A는 F병원의 의료상 과실로 인해 급성 간부전이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는 “F병원 의료진은 B형간염을 보유하고 있는 환자에게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면서도 바이러스 재활성화를 예방하기 위해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지 않았고,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를 확인하기 위한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또 A는 F병원 의료진은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기에 앞서 약제의 효능과 부작용,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고, 특히 간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적으로 살펴 약물 투여 중 간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반드시 설명해 줘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F병원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다음은 법원 판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가. 스테로이드제 투여 과정 및 예방적 항바이러스제 미사용 관련(과실 인정)
만성 B형간염 바이러스의 재활성화와 관련해 바이러스의 증식 여부와 그 정도는 ALT가 아닌 HBV DNA 등을 통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 사건 진료기록 감정의사는 A에게 발생한 전격성 간부전(간수치 증가)의 원인으로 B형간염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로 인한 것으로 사료되며, 스테로이드제 약물 투여로 인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원은 “이런 점을 고려하면 A의 간손상은 고용량 스테로이드제 사용에 의한 B형간염 바이러스의 재활성화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법원은 “환자에게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하면서도 바이러스 재활성화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지 않은 과실도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나. 설명의무 위반 여부
법원은 “F병원 의료진이 스테로이드제 치료를 하면서 그 위험성과 부작용으로 B형 간염 보유자인 A에게 B형간염 바이러스 재활성화가 발생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간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설명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의료진이 A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할 것이므로 F병원은 A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글 번호: 542781번. 이 사건 판결문이 필요하신 분은 아래의 설명에 따라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됩니다.
2021.01.28 - [안기자 의료판례] - B형 간염 보균자가 간부전으로 간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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