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이상 소견에 대한 의사의 책무
건강검진 결과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검진한 병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건강검진 실시 기준에 따르면 검진기관은 건강검진 기본법에 따라 건강검진 결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나 질병을 의심할 수 있는 요인 등이 발견되면 상담 또는 전문 의료기관 의뢰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래 사례는 건강검진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사람이 1년 뒤 급성 심장사한 사안이다. 사건의 쟁점은 환자의 사망과 건강검진을 실시한 의료기관의 과실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다.
건강검진에서 별다른 이상 없었는데 급성 심장사
박 모 씨는 D 병원에서 일반 건강검진과 특수건강검진을 받고 이틀 뒤 결과를 통지받았다.
D 병원은 검진 결과를 통보하면서 일반 건강검진에서는 이상 소견이 없고, 특수건강검진에서는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콜레스테롤 등이 불균형한 상태여서 저지방-저 콜레스테롤 식이, 운동, 절주 등의 생활습관 관리가 필요하다고 기재했다.
그런데 박 씨는 1년 뒤 잠을 자던 도중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인으로 단정할 만한 뚜렷한 질병이나 손상을 찾을 수 없고, 해부학적으로 사인불명으로 나왔다.
다만 부갑상선(갑상선에 붙어 있는 내분비기관)에서 종양(14g, 2g)이 발견되었고, 혈액 칼슘 농도가 17.2mg/dl로 높은 점으로 보아 부갑상선 호르몬 불균형 상태로 인한 급성 심장사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박 씨가 사망 1년 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는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의 이상 외에 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은 것일까?
박 씨가 사망 1년 전 특수건강검진을 받고 D 병원으로부터 통지받은 건강검진 결과서에는 간기능 검사 항목 중 다른 것은 정상치 범위 안에 있었지만 ALP(Alkaline Phosphatase, 알칼리 인산 분해 효소) 수치의 경우 정상치(96~254IU/L)를 5배 상회하는 1308IU/L이었다.
ALP 수치란?
혈중 ALP는 보통 간이나 뼈, 태반, 소장에서 유출되는데 이 수치를 측정하면 간에서 십이지장에 이르는 담즙의 유출 경로에 이상이 있는지, 뼈의 새로운 형성 상태나 간 기능, 태반 기능의 정상 여부를 알 수 있다.
ALP 수치가 증가하면 대개 간이 손상을 받았거나 골세포의 활성도가 증가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ALP 수치가 참고치를 상회하면서 다른 간기능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부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항진증, 파제트병, 뼈 기원 육종, 다른 악성 종양의 뼈 전이 등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D 병원은 특수건강검진 종합 소견에서 ALP 수치가 높은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의료진의 조치 의무
이처럼 건강검진에서 ALP 수치만 참고치의 5배 이상 높았다면 의료진은 건강검진 실시 기준에 따라 ALP 수치 상승의 원인을 찾기 위해 추가 검사를 권유하거나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D 병원이 박 씨에게 통보한 특수건강검진 서류에는 ALP 수치가 참고치와 함께 기재되어 있긴 했지만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의료지식이 없는 박 씨로서는 특수건강검진 결과 통지를 받고 자신의 ALP 수치가 참고치보다 현저하게 높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D 병원이 별도의 언급이 없자 뼈와 관련된 질환의 존재 여부 등을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박 씨의 유가족은 D 병원이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법원의 엇갈린 판단
이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은 D 병원이 환자에게 ALP 수치 상승이 의학적으로 갖는 의미를 알려주는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박 씨가 부갑상선 호르몬 불균형 상태가 생겨 급성 심장사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D 병원이 건강검진 당시 1년 뒤 부갑상선 위기로 인해 급성 심장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예견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D 병원의 과실과 박 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D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심 법원은 1심 재판부와 달리 D 병원의 과실과 박 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2심 법원은 “D 병원은 건강검진 기관으로서 박 씨에게 단순히 ALP 수치만 통지할 게 아니라 적어도 ALP 수치가 참고치의 범위를 현저히 상회해 간이나 뼈와 관련된 질환이 있을 수 있으니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안내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D 병원 의료진이 건강검진 결과를 박 씨에게 통지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는 게 1심 법원에 이어 2심 법원의 판단이다.
다만 2심 법원은 1심 재판부와 달리 박 씨의 사망과 D 병원의 과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 유가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2심 법원이 이런 판결을 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박 씨의 혈중 칼슘 농도는 사망 당시에도 높았을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따라서 사망 당시 최소한 부갑상선 선종이 있었고, 고칼슘 혈증이 발생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2) 고칼슘 혈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이고, 해당 증상이 발생하면 좌심실 비대, 심근육의 과도한 수축, 부정맥 등 심혈관계 이상 및 이로 인한 심장마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3) D 병원 의료진이 박 씨에게 ALP 수치가 높은 원인을 찾기 위한 추가 검사를 권유해 추가 검사가 진행되었다면 부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렇다면 혈중 칼슘 및 부갑상선 호르몬의 측정 등을 통해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이 진단되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한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부갑상선 종양이 발견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4) 따라서 박 씨의 사망 이전에 부갑상선 종양, 부갑상선기능항진증 및 고칼슘 혈증을 진단했다면 수술이나 내과적 치료가 이뤄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D 병원 의료진의 과실과 박 씨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글 번호: 26324번, 2017304번. 건강검진 결과 통보 과정의 과실 사건 판결문이 필요하신 분은 아래 설명대로 이메일 주소를 보내주세요.
2023.04.29 - [안기자 의료판례] - 건강검진 간기능검사 이상 미통보와 급성심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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