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신경차단술 후 감염 증세와 항생제 투여
패혈증이란 감염에 의해 전신 염증 반응 증후군(SIRS)을 말한다. 패혈증 확진은 혈액배양검사를 통해 감염의 원인균인 병원균을 증명해야 하며 급격히 악화되면 치명적인 질환이다. 일단 패혈증이 의심되면 우선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한 후 혈액 배양검사를 실시해 원인균을 밝혀내고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
아래 사례는 신경차단술 후 환자가 고열이 나는 등 세균성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지만 의료진이 항생제를 늦게 투여해 패혈증으로 환자가 사망에 이른 사안이다.
신경차단술 후 항생제 투여 늦어 패혈증
환자는 과거 허리 부상을 입고 피고가 운영하는 F병원에서 디스크 제거수술을 받고 간헐적 통증 외에 증상이 없었다.
그런데 6년 뒤부터 심한 요통(허리 통증)으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고,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신경차단술을 받았다.
신경차단술은 디스크나 협착증에 의해 신경이 눌리면 신경에 염증이 생겨 증상이 생기는데 경막 외 신경차단술은 신경에 생긴 염증을 치료하는 시술이다. 이를 통해 신경 주위에 약물을 주입해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고 자율신경계의 정상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치료이다.
그런데 두 번째 신경차단술을 하고, 8일 뒤인 9월 23일 오전 1시 30분 체온이 38.1도로 상승하면서 오한과 함께 전신이 쑤시는 증상을 보였다.
상시 의료진은 세균성 또는 바이러스성 감염을 의심할 수 있었고, 세균성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경험적 항생제 치료를 고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료진은 오전 2시에도 38.8도의 고열이 계속되자 해열진통제를 정맥 주사하는 등 보존적 치료만 시행했다. 또 같은 날 오전 2시 42분 발열 검사(fever study, 혈액검사, 소변검사 및 혈액배양검사)를 했다.
환자는 9월 24일 오전 5시 다시 체온이 37.8도 발열을 보였고, 9월 23일 시행한 혈액배양검사 결과 그람 음성 막대 균이 동정되었다.
그러나 의료진은 그람 음성 막대 균이 동정되었음에도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았다.
환자는 같은 날 12시 49분 혈액검사 결과 염증수치가 전날에 비해 현저하게 증가했다. 의료진은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자 오후 3시 10분 진통제를 투여했고, 오후 6시 57분 CRP(C 반응성 단백)가 327.5mg/L까지 증가하면서 혈관 내 파종성 응고증(DIC)이 나타났다.
혈관 내 파종성 응고증은 정상적인 혈액 응고가 일어나지 않아 전신적인 출혈을 일으키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의료진은 오후 7시가 되어서야 그람 음성균에 효능이 있는 항생제를 투여했다. 환자는 같은 날 오후 8시 25분 혈압이 68/44mmHg, 오후 8시 38분 59/38mmHg로 낮아졌다.
같은 날 오후 11시 41분 양쪽 폐엽에 폐 경결이 나타나 급성 폐부종 또는 급성 호흡곤란증후군이 발생한 소견을 보였다.
당시 의료진은 환자에게 중심정맥관을 삽입해 수액 및 강심제를 투여한 뒤 중환자실로 옮겼다. 환자는 폐부종이 급속도로 진행되어 오후 11시 18분 의식이 저하되어 급성 호흡부전 및 심장마비, 급성 폐부종 및 혈압 저하,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그러자 환자의 유가족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이 감염 관리를 소홀히 해 패혈증을 초래한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피고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고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가. 치료를 지연한 과실이 있는지
(1) 9월 23일 오전 2시 해열진통제를 정맥 주사했는데도 환자의 체온이 오전 4시 38.3도, 12시 30분 39.1도까지 상승하는 등 입원 환자의 고열이 12시간가량 지속되고 있었다.
(2) 의료진은 적어도 이 무렵에는 병원감염으로 폐렴 같은 세균성 감염질환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진단할 수 있었다.
(3) 그렇다면 의료진은 혈액배양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경과 관찰을 지속하기보다 세균성 감염질환 가능성을 의심하고 경험적 항생제를 투여해 볼 수도 있었다.
(4) 세균성 감염 및 패혈증이 의심되면 혈액배양검사를 시행하고, 실제 9월 24일 오전 전날 시행한 혈액배양 중간 검사 결과 그람 음성 막대 균이 동정되었음에도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아 항생제 투여를 지연했다.
(5) 일반적으로 패혈증은 초기에 적절하게 항생제를 투여하면 사망률을 낮출 수 있지만 항생제 투여를 지연하면 사망률이 증가한다.
당시 초기에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했다면 사망 가능성을 낮출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6) 이런 점을 종합하면 피고 병원 의료진이 24일 오후 7시 항생제를 투여했을 당시에는 이미 패혈증이 상당히 진행되어 회복이 어려운 상태였다.
(7) 입원 환자에게 발열이 있다고 해서 바로 항생제를 투여하지는 않고, 어느 정도 항생제 투여 지연이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의료진은 환자에게 발열 증상이 나타난 때로부터 39시간 후에, 24일 오전 혈액 배양 중간 검사 결과를 통해 패혈증을 확진할 수 있었음에도 상당 시간이 경과한 후 항생제를 투여해 항생제를 뒤늦게 투여한 과실이 있다.
나. 결론
(1) 피고 병원 의료진은 항생제 투여를 지연시킨 과실이 있고, 경험적 항생제를 조기에 투여했더라면 예후에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2) 이런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환자가 패혈성 쇼크 상태에 빠져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으로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글 번호: 23731번. 신경차단술 후 패혈증 발생 사건의 판결문이 필요하신 분은 아래 설명대로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2023.05.24 - [안기자 의료판례] - 신장 결석 수술 후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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