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에서 쓰러져 뇌동맥류 응급 개두술후 사망…의사의 혈종 제거 및 뇌혈관우회술 시행 의무.
사건: 손해배상
판결: 1심 원고 패소, 2심 원고 일부 승소, 대법원 원심 파기 환송
사건의 개요
환자는 19:00경 사우나에 간 후 22:00경 정신을 잃었고, 깨어난 후 의식이 저하되고 우측 무력감 증세가 나타나 23:35경 00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다.
00병원은 과거 수술 받은 뇌동맥류가 파열되었음을 추정해 피고 병원으로 이송하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00:08경 환자에게 분당 5L의 산소를 주입하였고, 00:10경부터 00:26 사이에 뇌 CT 촬영을 하였는데, 1차 CT 촬영 과정에서 구토 증세가 있었다.
1차 CT 촬영 결과 좌측 뇌 중, 이전에 결찰술을 시술받은 부위에 6×5.5×4cm(약 66㎖) 크기의 혈종-대뇌내출혈-이 발견되었고 뇌실질내 출혈, 약간의 정중선 이동, 천막뇌이탈이 관찰되었다.
1차 CT 촬영 결과를 확인한 피고 병원 신경외과 전공의 이◈◈은 응급 뇌실외배액술, 뇌혈관조영술과 필요한 경우 응급 개두술을 시행할 것을 예정하였다.
같은 날 00:45경 산소량을 분당 6L로 증가시켰으나 00:46경 환자의 동공이 고정되고 의식수준이 저하되어 GCS가 E1M3V1이 되어 피고 병원 의료진은 00:47경부터 만니톨을 투여하고, 00:48경 혈관조영술을 위해 양측 대퇴부 피부준비를 시행하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00:53경부터 01:05경 사이에 환자에 대하여 뇌 CT 촬영을 시행하였는데(2차 CT 촬영), 이후 환자는 구토증세를 보이기도 하였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두 차례 기관삽관을 실패한 후인 같은 날 01:22경 기관내관을 삽입하였으며, 피고 병원 신경외과 전공의 최◁◁은 01:50경 뇌실외배액술을 시행하였다.
환자가 02:30경 혈관조영실에 입실하여 02:55경부터 03:40경까지 혈관조영술이 이루어졌다. 혈종, 뇌실내출혈, 뇌지주막하출혈이 동반되었음을 다시 확인하였고, 이전에 결찰술을 받은 부위의 클립이 미끄러진 형태로 이동되어 크게 증가한 뇌동맥류도 확인되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환자에 대하여 같은 날 04:29부터 04:48 사이에 뇌 CT 촬영(3차 CT 촬영)을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혈종의 크기가 현저하게 증가하고, 재출혈이 발생하여 뇌 정중선이 이동하고 아래쪽으로 뇌경천막이탈 또한 악화되고 있다는 소견이 있었다.
환자는 같은 날 05:18경 수술장으로 보내져 08:14경까지 개두술, 두개골절제술을 시술 받고 입원치료를 받던 중 뇌간기능부전에 의한 심폐정지로 사망하였다.
2심 법원의 판단
피고 병원 의료진은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해 1차 CT 촬영을 마친 이후 혈관조영술과 응급개두술 실시가 필요함을 인식했고, 2차 CT 촬영 이후에는 재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정을 알고 응급개두술을 계획했다.
그러므로 즉시 이를 시술할 수 있는 의료진으로 하여금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가능한 한 빨리 응급개두술을 통해 혈종제거와 뇌혈관우회술을 실시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재출혈이 발생했다.
또한 이로 인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갔지만 그 상태만 확인하고 대증적인 처치 내지 시술만 한 과실이 있고, 나아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위와 같은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추정함이 상당하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고혈압 등에 의하여 발생하는 뇌실질내출혈(intracerebral hemorrhage) 중 뇌동맥류나 혈관기형 등이 없이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원발성 뇌실질내출혈의 경우 신경학적 증상이 경미하거나 너무 심한 경우에는 내과적 치료를 한다.
반면 직경 3cm 이상의 소뇌출혈이 있으면서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되거나 뇌간을 압박하고 수두증이 유발된 경우 또는 젊은 사람에게 중등도 크기 이상의 엽상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즉시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뇌동맥류파열로 인한 뇌지주막하출혈의 수술시기는 출혈 후 1~2주가 지나 시행하는 지연수술, 출혈 후 72시간 이내에 시행하는 조기수술, 출혈 후 6~12시간 이내에 시행하는 초조기수술(ultraearly surgery)로 나뉜다.
뇌지주막하출혈 환자를 평가하기 위한 대표적인 평가방법인 헌트 앤 헤스 등급(Hunt & Hess grade, 이하 ‘H&H' 등급이라 한다)에 의하면, 졸림, 혼돈 또는 경도의 국소적 신경학적 결손(drowsiness, confusion, or mild focal deficit)이 있으면 III 등급으로 분류된다.
의식혼미, 중등도 이상의 반신 불완전마비, 조기 대뇌제거경축과 자율신경실조증(stupor, moderate to severe hemiparesis, possible early decerebrate rigidity and vegetative disturbances)이 있으면 IV 등급으로 분류된다.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지주막하출혈에 대해서는 과거 1960~70년대에는 일반적으로 지연수술을 하였다가, 수술기법 등의 발달로 최근에는 환자의 상태가 나쁘지 않으면(H&H I, II, III 등급) 일반적으로 조기수술을 시행한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가 나쁜 경우에는(H&H IV, V 등급) 지연수술을 하기도 하고 선별적으로 조기수술을 하기도 하며, 출혈 후 12시간내 초 조기수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지연수술군과 조기수술군의 환자 예후에 차이가 없다는 보고도 있고, 초조기수술도 다른 수술과 비교하여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등 적절한 수술시점에 대한 논란이 있다.
환자는 피고 병원 내원 전부터 의식저하 및 오른쪽 무력감 증세가 있었고, 피고 병원 도착 당시 의식수준은 혼미(stupor) 또는 졸리움(drowsy) 상태였으며, 신경외과 전공의가 응급실에서 망인을 최초 검진할 당시 이미 우측 반신 완전마비 상태(Rt. side hemiplegia)였다.
피고 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인 김▽▽ 교수는, 환자의 뇌동맥류가 방추형 거대동맥류이고, 중대뇌동맥에 있으면서 동맥류에서 뇌의 중요부분에 혈액을 공급하는 천공동맥을 분지하고 있었다.
또한 환자가 2006년경 뇌동맥류에 대하여 예방적으로 개두술을 받을 당시에도 뇌혈관우회술을 비롯한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뇌혈관우회술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부득이 혈종제거와 아울러 망인의 동맥류가 위치한 모동맥인 중대뇌동맥을 폐색시키는 내용의 수술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망인의 상태는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을 당시 이미 H&H IV 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경우 피고 병원 의료진은 환자의 임상상태, 뇌동맥류 및 뇌출혈의 특성, 수술의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망인에 대하여 보존적 치료를 하다가 지연수술을 할 것인지, 조기수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초조기수술을 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설령 망인이 H&H III 등급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조기수술, 초조기수술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 파악 및 수술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검사를 거쳐 망인의 출혈 추정시점 후 약 7시간, 피고 병원 응급실 내원 후 약 5시간이 지나 수술을 한 행위가 진료방법의 선택에 관한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환자의 뇌동맥류 상태에 비추어, 높은 사망률을 수반하는 중대뇌동맥 폐색술 대신 뇌혈관우회술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가능한 한 빨리 응급 개두술을 통하여 혈종제거와 뇌혈관우회술을 실시할 의무가 있다는 전제 아래 판시 사정만으로 의료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의료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판례번호: 1심 68437번, 2심 75088번, 대법원 9563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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