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강 내 출혈(혈복강)은 위, 장, 간, 쓸개, 콩팥, 비장, 췌장 등의 장기가 들어있는 복강에 다양한 원인으로 혈액이 고여 있는 상태를 말한다. 외상으로 복부 내 혈관이나 장기가 손상되거나 질병 등으로 인해 복강 내 혈액이 고일 수 있다. 복강 내 출혈 증상은 어지러움, 복통, 복부 팽만, 쇼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복부 CT 검사 및 복부 초음파를 통해 대부분의 출혈을 확인할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 치료 직후 비장 파열 진단
K는 8일 오후 4시 자택 주차장에서 화를 낸 뒤 갑자기 실신해 119 구조대에 의해 오후 5시 17분 F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다. K는 응급실에 후송될 당시 의식을 회복한 상태였다.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신체검진 및 문진 결과 환자가 별다른 외상없이 3분간 실신했고, 혈압이 70/40mmHg로 떨어져 있었지만 맥박이나 호흡수, 체온이 정상 범위에 있었으며, 호흡음 및 장음이 정상인 것을 확인했다.
또 가슴 부위 경미한 압통과 명치 부위 상복부 통증을 확인했다.
상복부 통증은 명치 아래 통증을 말하며, 심근경색 등 급성 관상동맥질환, 위궤양, 위염, 역류성 식도염 등 위와 관련된 질환, 간이나 담도 질환, 췌장, 대동맥, 소장, 대사성 질환, 암 등 다양한 질환에 의해 상복부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의료진은 심전도 검사 및 심근효소 검사를 실시해 별다른 이상을 확인하지 못했고, 오후 5시 30분 저혈압 회복을 위해 수액을 투여했으며, 혈액검사를 시행했다.
환자는 수액을 투여한 이후 오후 5시 55분 혈압이 100/60mmHg로 정상 범위를 회복했고, 혈액검사 결과 혈색소 수치가 11.5g/dl(정상범위 13~17g/dl)로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의료진이 오후 6시 10분 뇌 CT 검사를 시행한 결과에서도 특이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F 병원 내과 의사 D는 응급의학과의 의뢰에 따라 오후 6시 20분 환자가 심인성 실신환자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료했다.
그런데 환자는 오후 7시 10분 상복부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과 의사는 환자가 미미한 압통 이외에 반발통이 없었고, 활력징후가 정상인 것을 확인했으며, 약 1달 전 복부 CT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소견이 없었으며 당시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자 내과 의사는 역류성 식도염으로 판단해 환자에게 제산제 알마겔을 투여했고, 오후 7시 35분 환자가 다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하자 위장관 운동 조절 및 진경제인 맥페란을 투여했는데 이후 상복부 통증이 완화되었다.
하지만 환자는 약 3시간이 경과한 오후 10시 10분, 10시 30분 다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해 내과 의사 D는 위장관 운동 조절 및 진경제인 티로파를 투여했으며, 오후 11시 30분 환자가 상복부 통증이 남아있다고 하자 소염진통제 지판을 투여했다.
내과 의사는 환자가 다음 날인 9일 0시 37분 다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하자 위장관 운동조절 및 진경제인 후로스판을 투여했다.
내과 의사는 환자의 통증이 완화되자 제산제, 진경제 및 관상동맥확장제 등을 처방하면서 흉통이 발생하면 약을 복용하고, 즉시 병원에 오도록 지도한 뒤 오전 1시 퇴원 조치했다.
환자는 퇴원 후 9일 오전 11시 19분 극심한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2차로 F 병원으로 후송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심정지가 오기도 했다.
F 병원 의료진은 혈액검사 및 복부 CT 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비장동맥 파열에 의한 혈복강 상태라고 진단한 뒤 개복수술을 했다. 그러자 복강과 위에서 다량의 출혈을 확인했고, 비장혈관의 활동성 출혈이 있어 지혈과 비장적출술을 시행했다.
피장 파열은 주로 외상으로 발생하지만 드물게 감염, 질병, 비장동맥류 등 비외상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비장이 파열되면 왼쪽 상복부 통증과 압통이나 반발압통을 동반한다. 비장 파열로 인해 출혈량이 증가하면 빈맥 및 저혈압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저혈량성 쇼크가 발생하면 의식이 소실될 수 있다.
한편 외상이나 췌장염 등의 촉발인자가 없이 발생하는 비장동맥 파열은 드문 질병으로 알려져 있고, 이 때문에 발생한 환자들은 대부분 사망으로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는 같은 날 오후 7시 50분 중환자실로 이동했지만 저혈량성 쇼크 상태가 되었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F 병원 치료 과정 의문점
그렇다면 F 병원 의료진은 왜 초기에 복강 내 출혈을 진단하지 못했을까?
환자는 F 병원으로 후송될 당시 의식을 회복했고, 퇴원할 때까지 약 10시간 동안 명료한 의식 상태를 유지했다.
출혈에 따른 저혈량성 쇼크로 실신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출혈량이 많아지며 상태가 악화되었을 개연성이 크지만 그런 정황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 환자는 F 병원에 호송된 직후 혈압이 70/40mmHg로 저혈압 상태였지만 수액을 투여한 이후 정상 범위의 혈압을 회복했고, 퇴원할 때까지 안정적인 혈압을 유지했다. 만약 출혈로 인해 혈압이 떨어진 것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혈압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여야 하는데 안정적인 혈압을 유지했다.
의료진은 뇌출혈 등의 뇌병변으로 인한 실신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뇌 CT, 심인성 실신 가능성을 확인하기 심전도 검사 및 심근효소검사를 실시했지만 별다른 이상소견이 없었다.
특히 복강 내 출혈이 있을 때 나타나는 반발통이 없었고, 압통 역시 미미한 정도에 그쳤으며, 약 한 달 전 다른 병원에서 복부 CT 검사를 한 결과 별다른 이상소견이 없었다.
그렇다면 의료진이 역류성 식도염에 의한 상복부 통증을 의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환자는 한 달 전 복부 CT 검사에서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고, 상복부 통증은 역류성 식도염에서도 증상이 나타난다.
의료진은 심전도 검사와 심근효소 검사를 통해 상복부 통증이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것임을 배제하고, 신체검진 및 문진 결과를 종합해 기존에 진단받은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해 유발된 것으로 판단하고, 그에 관한 약물 투여를 한 것이다.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좀 더 관찰하지 않고 퇴원조치를 하는 바람에 비장 파열을 조기에 진단 및 치료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환자는 F 병원에서 여섯 차례 상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5회에 걸쳐 위경련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을 투여했지만 잠시 통증이 완화된 이후 또다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의료진으로서는 곧바로 퇴원시키지 않고 좀 더 통증 변화를 관찰하고, 복부 초음파 검사나 혈액검사를 다시 시행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퇴원 조치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환자는 F 병원에 1차 내원했을 때 실신, 저혈압 등의 증상이 경미한 것으로 그쳐 복강 내 출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출혈량이 소량일 것으로 보여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복강 내 출혈과 비장 파열을 진단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환자는 2차로 F 병원에 내원한 뒤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비장 파열 및 그로 인한 복강 내 출혈은 환자가 다시 119 신고를 한 무렵부터 전격적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환자 측은 F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F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글 번호: 544950번. 위 사건의 판결문이 필요하신 분은 글 아래 댓글에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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