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의사가 뇌출혈과 같은 뇌혈관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치료한 뒤 퇴원 조치한 다음 날 심정지가 발생했다면 응급실 의사에게 과실 책임이 있을까?
사건은 A 씨가 8월 2일 새벽 1시 44분 두통을 호소하며 B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자 응급실 전공의 E는 혈압, 맥박, 호흡수 등 활력징후를 우선 측정했다.
그 결과 혈압은 210/130mmHg, 맥박은 분당 83회, 호흡수는 분당 20회, 체온은 36.4도로 측정되었다.
의료진은 이후 혈액검사, 심전도검사, X-ray 촬영, 머리 CT 촬영 2회, 머리 MRI 및 조영제를 이용한 MRA(자기 공명 혈관 조영술) 검사 등을 시행했다.
전공의 환자 퇴원 조치
이후 전공의 E는 A에게 응급성 고혈압증 치료제 perdipine 2mm을 처방했고, 오전 8시 혈압이 133/89fh 내려가자 오전 8시 46분 퇴원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A는 다음 날인 8월 3일 오전 7시 57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어 오전 8시 33분 B 병원 응급의학과에 도착했다. 당시 응급의학과 응급의료센터장인 F는 A에 대해 심장마비(cardiac arrest) 소견을 내리고 신경외과로 전과했다.
A는 그 뒤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기관 내 삽관술 및 인공호흡기 치료, 투석 치료 등을 받다가 8월 18일 자발성 지주막하 출혈로 안타깝게도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자 A의 유가족들은 B 병원 응급실 전공의 E와 응급의료센터장 F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손해배상 소송의 쟁점
사건의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공의에게 진료 및 퇴원 지시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다.
응급실 전공의 E가 A에 대해 퇴원 지시를 할 당시 환자에게 뇌혈관질환(뇌출혈)을 의심하고, 신경외과 등에 협진을 의뢰했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 여부다.
둘째, 전공의의 설명의무 위반 쟁점이다.
전공의 E가 환자에게 퇴원 지시를 하면서 ‘hypertensive crisis(고혈압성 위기)’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다.
법원의 판단
다음은 손해배상 소송 쟁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가. 전공의 E의 진료 및 퇴원 지시 과정의 과실 여부
전공의 E에게 과실이 있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시행한 영상검사 소견 상 뇌출혈을 예상할 수 있는 소견이 있었는지, 환자의 상태가 퇴원 지시를 할 정도로 정상적에 이르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법원이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B 병원 진료기록에 대한 감정을 의뢰한 결과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다.
(1) 8월 2일 시행한 머리 CT 및 MRI 사진에서 뇌출혈 소견과 짧은 시간 안에 뇌출혈을 예상할 수 있는 소견은 관찰되지 않는다.
(2) 8월 3일 촬영된 머리 CT에 나타난 지주막하 출혈은 2일 응급실에서 퇴원한 이후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3) 환자의 경우 MRI 및 MRA 검사 상 뇌동맥류나 지주막하 출혈은 보이지 않아 신경외과 협진은 각 병원과 응급실 지침에 따라 결정해야 하며, 응급실에서 협진과 혈압 조절 외에는 임상의학적으로 시행할 조치는 없어 보인다.
(4) 환자가 내원할 당시 혈압은 210/130mmHg로 높았지만 경과 관찰 및 처치 후 퇴원 당시에는 133/89mmHg로 정상으로 조절되었다.
또 환자의 경과나 CT 및 MRI 검사 결과 등을 감안할 때 신경외과 등 관련 전문의와 협진을 진행했어도 경과 및 진료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을 거라 판단된다.
(5) 당시 상황에서 응급의학과 전공의 및 전문의의 결정은 적절한 조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법원은 이런 점을 종합해 전공의 E가 환자의 머리 CT, MRI, MRA 등을 확인하고, 혈압강하제를 투여한 후 퇴원 지시를 내리고, 이후 심장내과와 신경과를 외래로 방문하도록 설명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나. 전공의 E의 설명의무 위반에 관한 판단
(1) 전공의 E가 작성한 응급실 퇴실기록에 ‘hypertensive crisis에 관해 설명하고 교육했으며, 응급 증상이 발생하면 응급실에 다시 내원할 것을 교육합니라’라고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전공의가 환자나 환자 보호자에게 이와 같은 취지의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
(2) B 병원 진료기록 감정의사들은 감정서에서 ‘기록으로 보았을 때 환자에게 고혈압성 위기, 표적장기 손상 등으로 인한 증상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졌다’는 취지로 감정했다.
법원은 이런 점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전공의 E가 환자에게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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