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환자 복강내 출혈 조치 없이 퇴원시킨 과실

만취한 교통사고 환자가 복강내 출혈이 있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퇴원시켜 사망케 한 과실.

 

사건: 손해배상
판결: 1심 원고 일부 승

 

사건의 개요
환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인도 경계석을 충격해 전도되면서 노상에 쓰러지는 바람에 부상을 입었고, 그 사고 직후 논두렁에서 소변을 보다가 쓰러졌다.

119구급대는 환자를 피고 병원 응급실로 전원했고, 구급활동일지 사본에는 '환자 발생유형: 교통사고, 의식상태: 기면상태(흔들어 깨우거나 큰 소리에 반응하고 깨우면 일어나지만 다시 매우 졸려하는 상황으로 의사소통은 가능한 상태), 주호소: 복통'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피고 병원 의사는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고 설명해 주고, 환자 보호자에게 "현재 만취상태라 입원치료는 어렵고, 집에서 경과 관찰 후 이상이 있으면 다시 내원하라"고 말한 후 퇴원시켰다.

환자 보호자는 다음날 오전 6시 경 환자를 깨워보았으나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피고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사망했다.

 

1심 법원의 판단
환자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인도 경계석을 충격하였는데, 그 충격의 정도가 상당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119구급대에 의하여 이송하는 도중에 복부 통증을 호소하면서 기면상태에 빠졌다.

 

환자는 교통사고로 인한 복강 내 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환자가 만취상태에서 구토물이 역류하는 바람에 발생한 기도 폐쇄로 인하여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자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의관은 폐손상(폐문부출혈, 폐좌상)이나 심폐소생술, 기관삽관 과정 모두에 기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소견을 제시했다.

 

이런 점 등을 종합하면, 환자가 만취상태에서 구토물이 역류하는 바람에 발생한 기도폐쇄로 인하여 사망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119구급대 요원들은 환자를 피고병원에 이송시킨 직후에 의료진에게 구급활동일지 사본을 교부하였는데, 그 구급활동일지 사본에는 ‘환자발생유형: 교통사고, 의식상태: 기면상태, 주호소: 복통호소’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또한 환자의 사체에서 나타나는 늑골과 흉골의 골절은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가슴과 배 부분에서 나타나는 외표손상의 성상을 보면, 가슴과 배 부분이 단단하고 거친 바닥에 강하게 충격되어 나타나는 형태를 띄고 있었다.

 

피고 의료진이 위 구급활동일지 사본 및 외표손상의 형태를 자세히 살펴 보았다면 망인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배 부분에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피고 의료진은 환자가 단지 술에 취해 논두렁에서 넘어져 외상만을 입은 것으로 단정하고는 X-Ray 등의 제한적인 검사만을 실시하였는데, 환자처럼 간 파열이나 장간막, 결장간막 파열의 경우에는 X-Ray에서는 그 확인이 불가능하다.

 

만일 피고 의사가 환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복통을 호소하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복부초음파를 시행하거나 복부 CT검사를 시행하여 복강내 출혈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환자가 119구급대에 의하여 피고병원에 이송된 직후에는 의식이 절반쯤 명료한 상태인 기면상태에 있었으나, 이후 응급실에서는 흔들어 깨워서 꼬집는 등 통증을 가해야만 반응을 나타낼 정도로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 이르렀다.

 

이러한 경우 피고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를 더욱 면밀히 관찰하여야 함에도, 단순히 술에 취하여 잠을 자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하고는 퇴원조치를 하였다.

 

이런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의사는 복강 내 출혈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후 복부CT검사 등을 시행하거나 상태를 계속 관찰하는 방법으로 복강내 출혈 여부를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이를 게을리 하여 별다른 조치 없이 환자를 퇴원조치 함으로써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판례번호: 1심 1490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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