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 골절 또는 뇌출혈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환자가 주취자라는 이유만으로 뇌CT 촬영 등을 하지 않은 채 귀가 조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업무상과실치사
판결: 1심 피고인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2심 피고인 항소 기각, 대법원 상고 기각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병원의 응급실장이다.
피고인은 01:36경부터 04:03경까지 응급실 당직근무 중이었다.
피해자 김○○(당시 45세)는 119구급차에 의해 응급실로 후송되어 왔는데 코피가 나 있는 상태이고, 화장실로 이동하여 소변기에 대변을 보고 바닥에 토하며 바닥에서 뒹굴었다.
또 오른쪽 눈에 멍이 들어있고 부풀어 올랐으며, 피해자를 휠체어에 태웠으나 미끄러지면서 내려앉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그러한 경우 의사는 환자에게 두개골 골절이나 뇌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뇌 CT 촬영이 필요함을 설명하고 촬영협조를 구하거나, 환자가 만취상태 등으로 인하여 설명이 불가능하고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면 환자 보호자에게 뇌 CT 촬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등 뇌 CT 촬영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여야 한다.
그러한 노력 없이 퇴원조치를 하는 경우에도 보호자에게 두개골 골절이나 뇌출혈 가능성을 알려 주며 환자의 상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이상이 있을 경우 즉시 병원으로 와 뇌 CT 촬영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설명해 줄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단순 주취자의 반응으로만 치부하여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지 않아 뇌출혈의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보호자를 설득하여 뇌 CT를 촬영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아울러 퇴원조치를 취하면서도 보호자에게 두개골 골절 또는 뇌출혈 가능성을 알려주면서 환자를 예의주시하고 이상할 경우 즉시 내원하여 CT 검사 등을 시행하도록 요청하지 않았다.
이런 업무상 과실로 정확한 진단 및 수술 등의 기회를 놓친 피해자로 하여금 응급실에서 두개골 골절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측 주장
피해자가 술에 만취되어 진료를 할 수가 없는 상태여서 보호자에게 술에서 깨면 데리고 오라고 하고 귀가 조처시켰기 때문에 과실이 없다.
1심 법원의 판단
피해자가 귀가할 당시의 상태(코피를 흘렸고, 눈 부분에 멍이든 상처와 붓기가 있었으며, 소변기에 대변을 보고 화장실 바닥에 넘어져 뒹구는 등 단순히 주취자의 행동으로 보기에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였던 점), 피고인이 응급실 전문의로서 응급환자를 돌봐야 하는 지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충분히 유죄로 인정된다.
2심 법원의 판단
의사인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응급실에 내원한 경위, 당시의 증상, 응급실 내에서 보인 증세와 상태를 제대로 진찰하였더라면 피해자의 두개골 골절 또는 뇌출혈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피고인이 구급대원이나 보호자로부터 응급실에 내원하게 된 경위나 수상 부위 등에 대하여 제대로 고지를 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피고인이 신경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라거나 위 진료가 응급실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여 의사로서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달리 보아야 할 근거가 없다.
비록 피해자가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 일반적인 주취자의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
아울러 피고인으로서는 주취상태에서 CT 촬영을 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뇌출혈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CT 촬영이 가능한 상태에 이르도록 노력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응급실에 실려 왔다가 퇴원하기까지 약 2시간 30분 동안 피해자에 대하여 아무런 치료행위나 처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또 단순 주취자로만 판단하여 CT 촬영 등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아니하였으며, 보호자로 온 피해자의 처에게 “술이 취해 치료할 수 없으니 술이 깨면 오라”고만 하여 뇌출혈 가능성에 대하여는 아무런 설명 없이 퇴원하도록 조치하였다.
피해자는 뇌출혈 증세를 보인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구급차를 통해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병원에서 퇴원한 때로부터 약 13시간 후에 사망에 이르렀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에도 ‘최초 병원 내원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런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환자의 구체적 증상, 상황에 대하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CT 촬영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보호자에 대하여 뇌출혈 가능성에 대하여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아니한 채 퇴원하도록 함으로써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
이러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판례번호: 666번, 564번, 326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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