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사가 휴가를 이유로 대진의를 구한 경우 대진의가 자신이 아닌 운영 의사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처방전의 작성 사실을 인식하고 용인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
사건: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
판결: 1심 원고 승
사건의 개요
원고는 ◆◆◆◆의원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는 의사이다.
피고는 원고가 자신이 아닌 의사 이■■, 김■■이 환자를 진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전을 원고의 이름으로 발행하였다는 이유로 1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하였다.
구 의료법 제17조(진단서 등) ①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말한다) 또는 형사소송법 제222조 제1항에 따라 검시를 하는 지방검찰청검사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
원고의 주장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및 제66조 제1항은 의사 개인에게 위반행위에 대한 고의 또는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
원고는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할 것을 지시하거나 알면서도 묵인한 사실이 없고,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이 내려져야 할 만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원고와 의사 이■■, 김■■ 모두 의료법위반 혐의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받은 점,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의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수 없게 되고 원고는 자격정지 누적으로 인한 면허취소의 위험을 안게 되어 피해가 중대한 점 등에 비추어볼 때, 이 사건 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피고의 주장
원고는 환자들을 직접 진찰하지 않았음에도 원고 명의의 처방전이 작성·교부되었으므로 처분사유는 명백히 존재한다.
인정사실
원고는 구정 연휴 기간 중인 2015. 2. 22. 휴가를 사용하였고, 간호사를 통하여 구인사이트에 구인 광고를 하여 알게 된 김■■이 원고를 대신하여 진료를 보기로 하였다.
원고는 2015. 2. 22. 이 사건 의원에 출근하지 않았고, 이 사건 의원의 부원장인 의사 이■■과 대진의 김■■은 같은 날 이 사건 의원에서 근무하면서 환자들을 진찰하고 처방전을 발행하였다.
당시 의사 이■■, 김■■이 작성하여 환자들에게 교부한 처방전에는 ‘처방의료인 성명’이 원고로 기재되어 있었다. 이 사건 의원은 00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처방전을 발행하는데, 기존 아이디를 이용하여 로그인하면 로그인한 의사의 명의로 된 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다.
평소 이 사건 의원의 간호사들이 위 프로그램의 로그인을 해 두거나 의사들이 직접 로그인을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의원을 운영하면서 김■■ 이전에 60여 명의 대진의를 사용하였고, 당시에는 각 대진의 명의로 처방전이 발급되었다.
이 사건 의원의 부원장인 의사 이■■도 2015. 2. 22. 이전까지 직접 진료 후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하였고, 원고 명의로 발급한 사실이 없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
검사는 원고가 의사 이■■, 김■■에게 원고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하라고 지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김■■이 원고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하여 원고가 얻는 경제적 이익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하였다.
또 의사 이■■, 김■■에게는 ‘고의로 원고 명의의 처방전을 발행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하였다.
법원의 판단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 여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은 의사가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는 경우나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는 경우는 위 규정에 위배된다.
그러나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한 경우에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한 의사가 아닌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방전의 명의자로 기재된 의사의 경우에는 위 규정을 위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처방전의 명의자도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이 작성되고 교부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용인하여 처방전을 작성·교부한 의사의 행위와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처방전의 명의자로 기재된 의사도 위 규정을 위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관련 규정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의사 이■■, 김■■은 원고가 휴가로 부재중인 때 환자를 진료한 후 원고의 동의 없이 임의로 원고 명의의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였고, 원고에게 이 사건 의원의 운영자로서 관리 소홀의 부주의가 있었을 수 있으나 처방전에 원고 명의가 사용된다는 인식을 하거나 이를 용인 하였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가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배하였다고 볼 수 없다.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 등이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도록 하는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의료인 개인에 대한 의무를 정한 규정이고, 의료기관의 소속 의료인에 대한 관리 의무를 정한 규정이 아님은 그 문언상 명백하다.
의료인이라면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는 것은 당연히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사항이고,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이 작성되어 발급되었는지에 대한 책임은 기본적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발급하는 의료인 개인에게 있다.
이 사건 의원에서 사용하는 00프로그램에 대한 최종 관리 권한은 원고에게 있고 원고의 부주의로 간호사들이 대진의가 위 프로그램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신규 아이디를 생성하여 로그인 해 두지는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 처방전의 명의가 누구로 되어 있는지는 해당 처방전을 발급한 의사의 책임이라 할 것인데, 김■■은 처방전의 명의를 확인하거나 간호사에게 조치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
피고는 김■■으로부터 김■■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도록 등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등록해주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의원에서 김■■ 이전에 대진의를 사용하였을 때에도 정상적으로 대진의 명의의 처방전이 발급되어 온 것으로 보아 원고가 김■■에 대해서만 처방전 명의를 변경하여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구 의료법 제66조 제1항에 따른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의료기관'의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제재인 제64조 제1항의 의료업 정지, 개설 허가의 취소, 의료기관 폐쇄처분이나 제67조 제1항의 과징금 처분과 달리 '의료인'의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제재다.
원고가 이 사건 의원의 병원장으로서 00프로그램 내지 대진의의 관리를 소홀하게 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다른 사람 명의로 처방전을 작성·교부한 의사가 아닌 원고에게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판례번호: 82144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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