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수술 후 환자가 수술부위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수퍼박테리아인 MRSA를 발견할 수 있는 혈액검사 등을 하지 않고, 상급병원 전원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된 사건.
사건: 업무상과실치사
판결: 1심 피고인 벌금 3백만원, 2심 피고인 무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병원 운영자이자 외과 전문의이다.
피고인은 양쪽 무릎 관절의 통증으로 내원한 피해자(65세)에 대하여 왼쪽 무릎에 인공관절 삽입술(관절 치환술)을, 10여일 뒤 오른쪽 무릎 관절에 인공관절 삽입술을 각각 시행하였다.
피해자는 수술 종료 나흘 뒤 양쪽 수술 부위에 부종이 발생하고, 고름이 차며, 통증이 느껴지는 등 감염 증상을 보였다.
이에 피고인은 염증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개방적 세척술 및 변연절제술을 시행하면서 양쪽 무릎의 세균배양검사를 실시하였다.
위 검사 결과 피해자의 두 수술 부위 모두에서 ‘수퍼 박테리아’로 알려진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 검출되어 반코마이신(vancomycin)으로 변경하여 투여하였다.
이후 피고인은 양쪽 무릎관절 천자액에 대해 세균 배양검사를 실시하였는데, 두 검사 결과 모두 세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항생제를 반코마이신에서 다시 세파제돈으로 변경하고, 전신징후 관찰을 위해 외과로 전원하였다.
한편 피해자는 병상에서 일어나 걸어보려고 하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오른쪽 다리가 접혀 걷지 못하게 되는 증상을 겪어 불편을 호소하였다.
이에 방사선 검사를 하여 피해자의 오른쪽 무릎에 삽입한 인공관절이 탈구되고, 인대가 파열된 현상을 발견한 후 같은 날 이를 교정하기 위해 수술 부위를 다시 절개하고 인공관절을 교체하려 하였으나, 피고인의 전신 증후가 좋지 않아 비틀어진 인공관절과 손상된 인대 부위를 복구하지는 못하였다.
이후 피해자에 대하여 보존적 조치를 지속하였고, 피해자는 다시 다리의 열감과 통증을 호소하였으나, 의사는 피해자를 퇴원 조치하면서 두 달 뒤에 오른쪽 다리 수술을 하자고 권유하였다.
피해자는 여전히 부종이 남아있는 무릎에서 심한 통증을 느껴 거주지 인근 병원에 내원하였다.
이에 담당 의사는 피해자에 대해 양쪽 무릎의 고름을 수반한 만성 골수염으로 진단하고, 대학병원 등 상급 병원으로의 전원을 권장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다음날 대학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실시하였고, 그 결과 MRSA가 검출되었고, 신장기능 저하, 빈혈 등의 증상을 보였다.
피해자는 다른 대학병원에서 삽입한 인공관절 보형물과 감염된 육아조직을 모두 제거하고, 그 자리에 항생제 반코마이신과 골시멘트 혼합물 삽입 시술을 받았다.
피해자는 수술 후에도 신장염 증상이 회복되지 않다가 패혈증 증상을 보였고, 얼마 뒤 사망하였다.
범죄사실
피고인들은 막연히 피해자에 대한 두 차례의 세균배양검사 결과만으로 MRSA가 치료된 것으로 기대하고, MRSA를 발견할 수 있는 혈액검사 등 감염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조치 및 상급병원 전원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공동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
이로 인해 피해자로 하여금 이 사건 병원에서의 수술 직후 관리 과정에서 감염된 MRSA에 의한 만성 신부전증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패혈증
미생물에 감염되어 발열, 빠른 맥박, 호흡수 증가, 백혈구 수의 증가 또는 감소 등의 전신에 걸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상태.
1심 법원의 판결
피해자는 양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을 시행받은 후 수술 부위의 지속적인 통증이 있었고, 수술 부위에서 삼출물이 있었으며, 부종증상, 통증과 열감이 있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내내 경과가 좋지 못하였음에도 피고인과 또다른 의사는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을 권유하지 않고 피해자의 건강회복 후 재수술을 이유로 퇴원시켰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사건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는데도 감염원인 양측 슬관절 인공보형물 제거술을 제때에 시도하지 않았다.
이 사건 병원의 첫 번째 배양검사에서 동정된 균과 대학병원에서의 배양검사에서 동정된 균이 포도상구균(MRSA)으로 동일하였고,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이런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환부에 대한 감염원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만일 스스로 적절한 대처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상급병원으로 전원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이 원인이 되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
2심 법원의 판단
피고인은 피해자의 수술 부위 감염에 대한 치료를 계속해 왔고, 다른 의사가 주도적으로 피해자의 치료에 관여한 후에도 피해자에 대하여 수술 부위를 다시 절개하고 연골 대체물을 교체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피고인이 근무하는 이 사건 병원 의료진은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상태에 관하여 알리고 그에 따라 피고인이 피해자의 치료에 대하여 지시하거나 피해자를 회진하기도 하는 등 계속하여 피해자의 치료에 관여하였다.
이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감염 발생 후 처리에 관한 업무상 과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일말의 의심이 든다.
그러나 의료사고에서 의료종사자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료종사자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되어야 한다.
아울러 그러한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이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과 의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수술을 받은 후 세균 배양검사 결과 수술 부위에서 MRSA가 검출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수술 후 창상감염과 같은 병원감염은 그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이를 완전히 예방하는 것도 현대 의학기술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피해자에게 창상감염이 발생하였다는 사실 자체만을 들어 피고인의 감염관리에 관한 어떠한 의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추정하기는 어렵다.
피해자의 양측 수술부위에 대한 세균 배양검사 결과 음성반응이 나왔고, 이후 피해자의 진료 영역이 피고인이 담당하는 정형외과에서 김◇◇가 담당하는 외과로 변경되었다.
그 무렵부터는 의사처치명령서도 피고인이 아닌 김◇◇가 작성하는 등 김◇◇가 피해자의 감염에 대한 치료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공관절 전체를 제거하는 대신 변연절제술 및 연골 대체물 교체술을 시행한 것에 어떠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김◇◇가 피해자의 감염에 대한 치료 및 퇴원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던 때 이후로는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감염 증상이 의심될 경우 그에 관한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 피해자를 전원하도록 할 권한이 있지 않다.
그와 같은 권한이 없는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전원 등의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퇴원 후 피해자에게 감염 증상이 발생하고 만성 신부전증 등이 발현되어 결국 피해자가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할 수 있다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판례번호: 151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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